코로나 속 슬프고 차분했던 필립공의 마지막 날
[경향신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인 필립공(에든버러 공작)의 장례식이 17일(현지시간) 거행됐다. 여왕과 73년을 함께 한 필립공은 가족들의 마지막 배웅 속에 세인트 조지 예배당 지하 왕실 묘지에 잠들었다.
이날 장례식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영향 속에 진행됐다. 장례식 참석인원은 30명으로 제한됐고 추모객들이 영정에 마지막 인사를 하는 의례도 진행하지 않았다. 대신 BBC 등 TV와 라디오를 통해 생중계됐다.
장례 미사는 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했고, 가족들은 검정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참석했다. 아버지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했던 찰스 왕세자가 슬픈 표정으로 필립공의 운구행렬을 바라보는 모습이 방송됐다. 왕실과 불화를 겪고 미국으로 이주한 해리 왕자도 장례식에 참석했다. 영국 언론들은 해리 왕자가 불편한 관계로 알려진 형 윌리엄 왕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전했다. 윈저성 밖에는 필립공을 추모하러 온 시민들이 모이기도 했으나,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큰 사고 없이 진행됐다.
가디언은 “후대에 역사가들이 전염병 이야기를 할 때 마스크를 쓰고 홀로 애도하고 있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이미지는 가장 슬픈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전했다.
향년 99세로 지난 9일 생을 마감한 필립공은 자신의 장례식을 차츰차츰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립공의 관을 실은 랜드로버 차량을 개조할 때 필립공이 아이디어를 냈고, 예배당의 제단에 놓인 휘장도 필립공이 생전 직접 선택했다. 쿠션에는 여러 나라에서 받은 훈장들이 놓였는데, 여기에는 필립공의 혈통인 덴마크와 그리스에서 받은 훈장들도 포함됐다. 덴마크와 그리스계 왕족 출신인 필립공은 영국 왕실해군학교에 입학한 뒤 여왕을 만나 결혼했고, 평생을 여왕의 그림자로 살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영국의 입헌군주제 안정에 큰 공을 세웠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영감을 주신 분”이라고 애도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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