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전설 파가니니처럼..오페라 들려줄게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구노 오페라 '파우스트'
바이올린으로 편곡 연주
19세기 음악회 전통 되살려
동토 뚫은 새싹 에너지 같은
베토벤 소나타 '봄' 첫 공연
1831년 7월 1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의 연주회 프로그램이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18~19세기 연주회의 전형적인 구성이었다. 당시 유행했던 오페라의 유명 아리아, 교향곡 일부를 바이올린 곡으로 편곡해 연주했다. 연주자의 자작곡도 올렸다.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 오늘날 클래식 연주회 프로그램이 얼마나 경직돼 있는지 알 수 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번, 이런 식으로 거장 작곡가들의 검증된 걸작 위주로 프로그램을 짠다. 그렇다 보니 클래식 음악회는 무겁고,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늘 거기서 거기다.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퀸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등 유수 콩쿠르에서 잇따라 입상하며 '콩쿠르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31)가 이러한 클래식 음악의 틀을 깨는 색다른 시도에 나섰다.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DG)과 지난 연말 전속 아티스트 계약을 맺은 뒤 녹음한 첫 앨범이 6월 발매되고, 6월 26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2년 만에 국내 독주회를 여는데, 프로그램이 범상치 않다. 싱가포르 연주회를 위해 출국을 이틀 앞둔 지난 12일 서울 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봄소리는 전통으로의 복귀를 강조했다.
"보통 바이올린 독주회 하면 소나타 작품을 연주한 뒤 기교를 과시할 수 있는 고난도 곡으로 마무리하는 게 일반적이죠. 그런 전형을 깨보고 싶었어요. 파가니니 같은 예전 바이올리니스트들 연주회처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늘 해왔어요. 당시 인기 높았던 오페라 곡을 바이올린으로 편곡해 연주하면 관객의 호응이 엄청났을 거예요. 그런 전설적인 전통을 다시 살리고 싶어요."
실제 그는 이번 음반에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 중 그랑파드되,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중 정령들의 춤, 생상스의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의 아리아 '그대 목소리에 내 마음 열리고',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등을 바이올린 곡으로 편곡해 담았다.
6월 독주회에서도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과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등 가장 인기 많은 바이올린 레퍼토리와 동시에 폴란드 작곡가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가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를 편곡한 환상곡(작품번호 20번)을 무대에 올린다. "옛 연주자들이 자신의 색깔을 살린 편곡 작품을 연주했던 것처럼 저도 김봄소리 버전 편곡 작품을 갖고 싶었어요.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신년음악회 때마다 편곡을 맡기는 작곡가 미하엘 로트가 저를 위해 편곡을 해줬는데 오페라 아리아가 완벽한 바이올린 곡으로 재탄생했어요. 편곡이 맘에 안 들면 연주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마음에 쏙 들어요."
김봄소리는 할아버지가 지어준 한글 이름이다. 이름과의 인연 때문에라도 베토벤 소나타 중 가장 유명한 '봄'을 여러 차례 연주했을 것 같은데, 이번이 첫 공개 연주다.
"봄은 도입부 주제 선율이 워낙 유명해 그저 부드럽고 예쁜 곡으로만 알고 계신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들여다보면 힘과 에너지로 가득찬 작품이에요. 얼어붙은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의 에너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바이올린 연주자들은 대개 예민하다. 바이올린이 워낙 예민한 악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봄소리는 연주회를 앞두고도 생글생글 웃으며 여유가 넘친다. 콩쿠르에 전념하던 20대 시절 결선 무대에 오르기 직전에도 천하태평이었다. 10개가 넘는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할 수 있었던 멘탈의 원천엔 무엇이 있을까.
"일곱 살 때 아버지 손 잡고 도장을 갔다가 태극권을 시작했어요. 단전호흡하고 명상하면서 기를 다스리는 거죠. 정신건강에도 좋고 연주할 때도 도움이 많이 돼요."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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