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혐오 정서' 이용하다 위기 처한 살비니 전 이탈리아 내무장관
[경향신문]
반난민 정책으로 한때 이탈리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 등극했던 마테오 살비니 동맹당 대표(48)가 위기에 처했다. 그는 내무장관이었던 2019년 난민구조선 입항을 막은 혐의로 17일(현지시간) 기소됐고,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15년을 감옥에서 살아야 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동맹당의 지지율도 급감했으며,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들어선 이후 극우 포퓰리즘의 인기도 줄어들고 있다.
십대때부터 이탈리아 극우 단체인 북부동맹의 학생 운동을 벌였던 살비니는 불과 20세였던 1993년 밀라노 시의원에 당선됐다. 2010년대 들어 유럽 사회에서는 ‘난민 수용 문제’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이후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다. 특히 아프리카와 중동을 잇는 지중해에 있는 이탈리아는 난민의 유럽 진입로가 됐고, 현지에는 반 난민 정서가 급속도로 퍼졌다. 유럽의회 의원을 겸직하던 그는 난민 수용에 반대하며 반난민 정서에 불을 지폈고, 2013년 극우 동맹당 대표 자리까지 꿰찼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2018년 6월 주세페 콘테 전 내각의 부총리 겸 내무장관으로 임명됐다. 난민을 쫓아내기 위한 그의 폭주는 계속됐다. 취임 열흘만에 600여명이 탑승한 난민구조선의 시칠리아항 입항을 거부한 것으로 시작해 내무장관을 지낸 약 1년 3개월 동안 수십명에서 수백명이 탄 난민선 입항을 4차례 이상 막았다. 위험 인물로 간주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이력이 있는 외국인의 난민 지위 신청을 거부하는 일명 ‘살비니령’을 승인했으며, 카스텔누오보 디 포르토에 있는 500명 규모 난민 캠프를 기습적으로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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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의 강력한 반 난민 정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2019년 이탈리아에는 극우주의와 혐오정치에 반대하는 ‘정어리떼 시위’가 일어났다. 수백만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다니며 덩치 큰 물고기와도 맞서는 정어리떼처럼 다수 시민의 힘을 보여주자는 취지의 살비니 반대운동이었다. 11월14일 볼로냐 지역에서 시작된 집회는 한달만에 전국으로 퍼졌고, 로마 집회 현장에는 10만여명이 운집하기도 했다.
살비니를 조롱하는 책도 지난해 베스트 셀러로 올랐다. 2019년 2월 이탈리아 정치분석가 알렉스 그린은 110페이지 분량의 책 <살비니는 왜 신뢰, 존경, 찬사를 받을만한가>를 펴냈다. 이 책은 표지를 제외하고 아무런 내용도 담기지 않은 백지 도서다. 그린은 책 소개란에 “수년간 조사했지만, 책 제목에 대한 그 어떠한 답도 찾을 수 없었다”고 썼다.
그는 이미 정치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9년 그는 주세페 콘테 총리를 밀어내고 자신이 총리가 되려 했으나 실패했다. 연정을 맺기로 했던 오성운동이 민주당과 연정을 하면서다.
정치 분석가들은 코로나19 대유행도 그의 질주에 제동을 걸었다고 분석한다. 대중들의 관심이 난민보다는 코로나19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오히려 봉쇄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연 살비니의 지지율은 급격히 떨어졌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가 이끄는 동맹당 지지율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시점인 지난해 5월 28%로 떨어져 처음으로 20%대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떨어져 지난 2일 23%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 2월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난 속 구원투수로 기대되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 마리오 드라기가 총리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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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비니는 지난 1일 극우 정치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마테유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와 회동을 가지며 극우 동맹을 구성하려 시도하고 있지만, 당장의 부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럽국들이 조 바이든 미국 정부와 손을 잡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러시아 성향을 보이는 이들과 연정하려는 유럽 정치 세력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살비니는 다른 혐의로도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 이탈리아 상원은 살비니가 또다른 난민구조선 입항을 거부한 혐의로 지난해 2월 면책특권 소멸 결정을 한차례 더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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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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