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고봉밥..어머니께 바치는 헌화죠"
자식 위해 희생한 어머니
진달래꽃처럼 아름다워
문인들이 수없이 찬사한
진달래는 한국적 정체성
2년 만에 열린 서울 선화랑 개인전 '진달래-축복' 작품들 속에서 연분홍 꽃비가 내리고 있었다. 바구니에 고봉밥처럼 수북이 담긴 진달래꽃은 도톰하고 먹음직스럽다. 숱한 작가들이 흉내 내려고 애썼던 아스라한 연분홍 꽃잎 색깔은 더 투명해진 것 같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화방에서 진달래 작가가 쓰는 물감을 달라는 화가가 많다"며 "여러 색깔 물감을 섞어 쓰기에 쉽게 모방할 수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1990년대 참고할 진달래 그림을 찾았는데 한 점도 없어 충격을 받았어요. 문인들 작품에서는 수없이 언급되는데 말이죠. 봄이 되면 오대산과 설악산 등에 가서 스케치하고 전 세계 거의 모든 물감을 뒤져 진달래색을 찾았어요. 아스라하면서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색깔이죠. 러시아와 중국에도 진달래가 있지만 먹을 수 있는 진달래는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그의 진달래는 한국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화다. 자식들을 배불리 먹이고 공부시키기 위해 희생한 모성에 대한 찬사다. "어머니의 헌신으로 일제 식민지와 6·25전쟁의 상흔을 치유할 수 있었다고 봐요. 넘치는 사랑과 교육열 때문에 빗나가지 않았던 거죠.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된 비결도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가난과 가부장제로 힘들었던 어머니들이 봄에 핀 진달래꽃에 희망을 키우면서 화전을 부치고 술을 담갔을 것 같아요."
"어머니가 손으로 진달래를 가리키면서 '시간이 되면 너도 저렇게 예쁘게 필 거야'라고 하셨어요. 그때 어머니는 어떤 배우나 선생님보다 더 멋지고 위대한 사람으로 보였어요. 그 후로 열심히 공부해서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미술부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진달래는 그가 찾아 헤매던 정체성이기도 하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그는 1983년 파리로 가서 정착했지만 1990년대 초 전시를 위해 방문한 서울의 한 레코드 가게에서 들려오는 김수희 노래 '애모' 가사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은 울고 싶어라'를 듣고 혼란에 빠졌다.
"1987년 프랑스 영주권을 받아 '파리지앵'처럼 살고 있었는데 그 노래를 듣는 순간 갑자기 힘이 빠졌어요. 우리나라에 안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정체성에 혼란이 오더라고요. 한국적인 것을 찾기 위해 도서관과 책방 문학 작품을 뒤져서 진달래를 발견했어요. 파리로 돌아가서도 엄청 방황했는데 어머니 사랑이 떠올라서 진달래 고봉밥을 그리기 시작했죠."
진달래 외에 다른 소재를 그리고 싶지는 않을까. 작가는 "한민족 정서와 유대감을 보여주는 소재로 진달래를 넘어서는 것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전시는 5월 1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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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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