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국에 '日오염수 대응' 협조 구했지만..퇴짜?

장용석 기자 2021. 4. 1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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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美특사 "이미 절차 진행..미국 개입은 부적절" 선긋기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가 18일 오전 서울 시내 호텔에서 내외신 간담회를 하고 있다. (주한미국대사관 제공) 2021.4.18/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우리 정부가 17~18일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 방한을 계기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내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방출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객관적 검증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지만 사실상 '퇴짜'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케리 특사가 18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문제에 미 정부가 개입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케리 특사는 이날 오전 출국에 앞서 서울시내 호텔에서 진행한 내외신 간담회 도중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일본을 설득해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투명한 정보공유가 이뤄지도록 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케리 특사는 "미국은 일본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IAEA도 아주 엄격한 (방출) 절차를 수립했다고 확신한다"며 "이미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명확한 규칙과 요구가 있는 그 절차에 미국이 뛰어드는 건 적절하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답했다. 국무장관 출신답게 특유의 외교적 수사를 동원해 '미국은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우리 외교부에 따르면 케리 특사는 전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만찬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결정에 대한 우리 측 우려를 전해 듣고 "일본이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 국제사회에 더욱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외교부는 정 장관과의 만찬 당시 케리 특사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공개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케리 특사가 이날 간담회를 통해 '미국의 불개입' 입장을 천명함에 따라 정 장관 또한 전날 같은 얘기를 들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이 17일 오후 서울 한남동 공관에서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외교부 제공) 2021.4.17/뉴스1

케리 특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일본이 (원전 오염수 처분에 관한) 모든 선택지와 그에 따른 영향을 저울질했고, 일본의 그 과정은 매우 투명했던 것으로 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13일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에 보관 중인 방사성 오염수의 후속 처분 방안으로 해양방출을 결정한 직후 미 국무부가 내놨던 것과 똑같은 반응이다.

케리 특사는 또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계획의) 핵심은 IAEA가 이 과정을 감시하면서 일본과도 계속 조율한다는 점"이라며 "우린 원자력안전기준과 IAEA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미 국무부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에 대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원자력안전기준에 따른 접근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네드 프라이스 대변인)는 입장을 내놨었다.

따라서 '미국의 개입이 부적절하다'는 케리 특사의 이날 발언은 '적어도 일본의 결정을 반대하진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일본 도쿄전력이 운용하는 후쿠시마 제1원전은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켜 가동이 중단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 주입과 외부의 지하수·빗물 유입 때문에 현재도 후쿠시마 원전 건물 내에선 하루 140톤 안팎의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이 오염수를 현재 원전부지 내 물탱크에 보관 중이지만, 바닷물에 희석해 삼중수소(트리튬) 등 잔류 방사성물질 농도를 낮추는 장비 설치가 완료되는 2년 뒤부턴 바다로 흘려보낼 예정이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부지 내 방사성 오염수 탱크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시 피해가 우려되는 다른 태평양 연안국들과 함께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그 안전성·유행성 여부에 대한 IAEA 등의 객관적 검증을 요구한다는 방침.

그러나 IAEA에서 '최대 지분'(올해 정규 예산 대비 25% 분담)을 차지하는 미 정부가 연거푸 일본의 이번 결정을 사실상 '용인'하겠다는 신호를 보냄에 따라 우리 정부의 대응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IAEA도 그동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남아 있는 방사성물질 농도를 음용수 기준치 이하로 희석해 바다에 버리겠다'는 일본 정부의 계획에 대해 "국제적 관행에 부합한다"(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런 가운데 정부 소식통은 "한일관계를 잘 아는 케리 특사가 사실상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관한 우리 정부의 문제 제기를 일축했다"며 "케리 특사가 기후변화 대응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중국을 다녀온 직후 이런 얘기를 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케리 특사는 이번 방한에 앞서 오는 22~23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지구의 날' 계기 기후 정상회의 등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관련 협력사항들을 논의하기 위해 15~17일 사흘간 중국 상하이를 방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바이든 대통령 주재 기후 정상회의 초청장을 받았다.

그러나 케리 특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우린 시 주석이 (기후 정상회의에) 참석하길 몹시 바라고 있지만, 결정은 중국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때에 이어 올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에도 중국과 경제·외교·안보 등 전방위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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