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스타워즈' 시대?..미 해군, 레이저 무기 실전 배치

이정호 기자 2021. 4. 1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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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 해군 함정에서 레이저를 쏴 적 비행체를 격추하는 개념도. 미 해군은 최근 레이저 무기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록히트마틴 제공
미 해군, 올해 구축함 9척에 탑재
탄두 요격 가능 고출력 무기 포함
방어용 미사일 대신 활용하면
공격용 미사일 공간 늘릴 수 있어
중국과 동중국해·남중국해 신경전
레이저, 해상 군사 경쟁 변수 될 듯

<스타트렉>과 같은 공상과학(SF) 영화에 등장하는 전투용 우주선의 주무기는 대개 레이저 광선이다. 고출력 레이저를 특정 행성이나 적 우주선을 향해 발사하면 순식간에 궤멸적인 손상을 입힌다. 레이저는 영화 밖 세계의 진짜 무기인 총이나 미사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강력한 화력을 지닌 것으로 묘사된다.

레이저 무기가 SF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현실에선 만들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소련의 핵미사일을 우주공간에서 레이저로 격추하려고 추진한 ‘전략방위구상(SDI)’, 일명 ‘스타워즈’는 이런 상식에 도전한 것이다. 하지만 잘 알려진 것처럼 이 계획은 실패했다. 막대한 비용과 미진한 기술력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수년 전부터 레이저 무기 개발에 미군이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건 해군의 동향이다. 최근 레이저 광선으로 무장한 함정의 숫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 핵심 목표는 레이저로 방어용 미사일을 대체, 방어용 미사일 탑재량을 줄이면서 공격용 미사일 탑재량을 늘리는 것이다. 레이저가 미국과 중국의 해상 군사 경쟁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미 구축함 9척에 ‘레이저 배치’

미국 과학매체 ‘파퓰러 메카닉스’는 이달 초 미국 해군이 레이저 무기를 배치한 함정을 늘리고, 이전보다 레이저의 파괴력을 높이는 움직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4년부터 레이저 무기의 시험에 들어간 미 해군은 현재까지 모두 3척의 구축함에 레이저 무기를 실었다. 올해 말까지 6척이 추가돼 총 9척의 구축함이 레이저로 무장한다.

배치됐거나 배치될 예정인 레이저 대다수는 ‘ODIN’이라고 불리는 비살상 저강도 무기다. 아군 함정에 날아드는 적 무인기의 전자광학장치 기능을 정지시키는 게 핵심 목표다. 최근 증대된 무인기를 이용한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미 해군은 구축함 한 척에는 ODIN보다 레이저의 출력을 높인 ‘헬리오스’라는 무기를 배치할 예정이다. 헬리오스는 ODIN과 달리 ‘물리적 파괴’를 목표로 한다. 아군 함정으로 접근하는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레이저를 미사일 방어체계로 삼는 것이다.

헬리오스는 적 미사일의 탄두나 비행 센서, 날개에 뜨거운 열을 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탄두를 겨눠 파괴할 경우 미사일은 비행 도중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 센서가 망가지면 미사일이 정상 비행 경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미사일 동체의 좌우에 달린 작은 날개를 손상시키면 바다로 곤두박질칠 공산이 커진다. 파퓰러 메카닉스는 미 해군이 중국의 ‘YJ-18’이나 러시아의 ‘SS-N-27 시즐러’ 같은 아음속 대함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레이저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 공격용 미사일 추가 탑재 효과

미 해군이 레이저 무기 강화에 집중하는 것은 군함이 가진 본질적인 딜레마 때문이다. 미국 구축함이나 순양함의 선내에는 수직 발사장치가 갖춰져 있다. 칼집에 칼을 보관하듯 미사일을 하늘 방향으로 꽂아놓고 발사를 기다리는 공간이다. 한정된 수직 발사장치엔 공격용 또는 방어용 미사일을 섞어서 탑재한다. 공격용 미사일을 많이 실으면 방어용 미사일을, 방어용 미사일을 많이 실으면 공격용 미사일 개수를 줄여야 한다.

그런데 레이저 무기로 방어용 미사일 기능을 대체하면 공격용 미사일을 추가로 실을 공간을 함정 방어능력에 대한 걱정 없이 크게 늘릴 수 있게 된다. 최근 미 해군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에서 작전을 수행하며 중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레이저를 통한 미국의 해군력 강화가 최근 상황과 묘하게 맞물리고 있는 것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레이저 무기는 기술적 진보 수준에 따라 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레이저는 전력만 원활히 공급되면 발사 횟수에 제한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신 선임분석관은 “전투 중 미사일을 다 쏘고 나면 재장착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함정에 싣고 다니는 예비탄 개수에도 한계가 있다”며 “군수적인 측면에서 레이저 무기는 획기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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