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카드사 "밴사 간 신용정보 공유 금지" VS 밴사 "서비스 중단"
카드·밴사 업권 간 다툼으로 번져
여신협회 "밴사 간 신용정보 유출 확인"
밴협회 "카드번호 등 결제정보만 공유"
NH농협카드와 밴(VAN)사 파이서브 간 스타벅스 수수료 갈등이 업권 간 갈등으로 비화했다. 카드사들이 밴사에 HostDDC 전자매입 방식의 수수료 체계 전환을 요구하자 밴사가 이를 거부, 이에 따른 후속으로 강경 조치가 나왔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한국신용카드밴협회에 밴사 간 신용정보 송수신을 금지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특정 밴사가 카드사와 사전 협의 없이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발생한 신용정보를 임의로 다른 밴사로 송신하거나 업무 위·수탁 목적 외 활용을 금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여신협회는 “최근 복수 밴사를 이용하는 일부 신용카드 가맹점의 신용정보가 카드사와 사전 협의 없이 공유되는 정황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밴사가 카드사와 체결한 위·수탁 계약 위반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여신협회는 “해당 가맹점에서 발생한 신용정보를 밴사가 임의로 송수신하면서 신용정보 유출 등 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령에 따라 민·형사 책임을 질 우려가 있다”면서 “특정 밴사가 카드사와 사전 협의 없이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발생한 신용정보를 임의로 타 밴사로 송신하거나 업무 위·수탁 목적 외로 활용하지 않도록 요청한다”고 전했다.
즉 밴사가 서비스하는 전자매입 가운데 HostDDC 사용을 금하라는 내용이다. 현재 농협카드는 파이서브와 스타벅스 전자매입 방식에 적용되는 HostDDC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농협카드는 스타벅스 전자매입 수수료에 대해 HostDDC가 사실상 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로 규정하고 더 낮은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에 파이서브는 현재와 같은 DDC(Draft&Data Capture)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상 EDI는 DDC와 달리 밴사 역할이 대폭 축소돼 통상 수수료가 많게는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여신협회 발송 공문 역시 농협카드 주도로 카드사가 입장을 모아 협회 명의로 밴협회에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드사 관계자는 “해당 건은 농협카드 주도로 협회를 통해 업계의 목소리가 전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농협카드도 “(우리가) 여신협회에 해당 건을 요청했다”면서 “파이서브가 정상적으로 자신이 보유한 승인 데이터만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고객 신용정보를 밴사끼리 공유한 정황을 확인, 시정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주장에 밴협회도 정식 공문을 내고 맞불을 놨다. 밴협회는 농협카드가 파이서브와 겪는 수수료 갈등 문제를 이른바 밴사가 불법으로 자행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웠다고 주장했다.
밴협회 관계자는 “카드사가 밴사들이 고객 신용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밴사는 가맹점 요청에 따라 승인·매입 업무를 위해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등 제한적인 결제정보만을 공유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 관계자는 “이는 기존 시장에 HostDDC란 전자매입 방식에 따른 일반적인 행태”라면서 “업무 목적 외에 임의로 밴사 간 결제정보를 송수신하는 경우는 없다”고 반박했다.
밴업계는 카드사들이 밴사가 제공하는 HostDDC 내에서 결제정보 송수신 업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중단을 강행하면 가맹점은 물론 소비자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밴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밴사 간 결제정보 송수신 중단을 요구할 경우 밴사 입장에선 HostDDC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경우 일부 가맹점과 EDI 특약을 맺지 않은 카드사 고객은 해당 지점에서 카드결제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가 가맹점 신용 정보 공유 금지라는 초유의 최후 통첩 강행 의지를 고수하자 밴업계는 아예 해당 카드사 대상으로 업무대행 중단 등 집단 탈퇴하겠다는 입장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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