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줄은 알았지만..멀쩡한 동물 생태계 '달랑 3%'

이정호 기자 2021. 4. 1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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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07년 미국 옐로스톤국립공원에서 사슴을 쫓는 늑대 무리를 공중 촬영한 모습. 멸종됐던 늑대가 이 지역에 1970년대 재도입되면서 생태계가 더 건강해졌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 제공
멀쩡해 보이는 숲·초원 대부분
사냥·밀렵·외래종 등에 ‘몸살’

동물 생태계가 잘 유지되는 지구의 땅은 전체의 3%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멀쩡해 보이는 숲이나 초원도 사냥과 밀렵, 외래종 침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영국과 미국, 스웨덴, 케냐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포레스트 앤드 글로벌 체인지’ 최신호를 통해 전 세계 땅 가운데 단 3%만 동물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의 특징은 잘 유지된 동물 생태계 수치가 기존 분석보다 현격히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지표면의 20~40%가 큰 문제 없이 보존돼 있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 근거는 지구 궤도에서 지표면을 찍은 위성 사진이었다. 온전한 식물들이 보이면 동물들도 잘 살고 있을 거라는 판단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런 곳에서도 본래 있던 동물 상당수가 사라진 상황이었다. 지구의 땅 1500곳에서 산출된 포유류와 조류 등 동물 7000여종을 분석한 결과였다. 연구에 참여한 ‘주요 생물다양성 지역사무국’의 앤드루 플럼프트리 박사는 영국 가디언을 통해 “사냥이나 밀렵, 질병 감염 등으로 많은 동물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외래종 이식도 문제였다. 고양이와 토끼 등이 들어온 호주는 토착종이 훼손돼 동물 생태계가 온전히 남은 지역이 없는 곳으로 분류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동물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곳은 아마존과 콩고의 열대우림, 동시베리아와 캐나다 북부의 한대림과 툰드라, 아프리카의 사하라사막에 한정됐다.

연구진은 없어지거나 줄어든 주요 동물을 자연에 다시 풀어놓아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모범 사례로 1970년대 미국 옐로스톤국립공원에 복원된 늑대를 꼽았다. 이곳에선 멸종됐던 늑대가 돌아오자 초식동물인 사슴의 숫자가 적당한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자 식물이 잘 자라면서 다양한 동물을 위한 서식처가 더 많이 생겼다. 연구진은 이런 선순환이 다른 곳에서도 일어난다면 정상적인 동물 생태계 면적을 최대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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