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김태흠·권성동·유의동, '지략형' vs '투쟁형' 경쟁 치열
4선 김기현 의원(울산 남구을)과 3선 김태흠 의원(충남 보령시 서천군)의 출마 선언으로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이 본격화됐다. 두 의원은 당내 변화와 야권 통합을 이루겠다고 한 목소리를 내면서 각자의 강점을 내세웠다. 김기현 의원은 '지략형 사령관'을, 김태흠 의원은 '강한 투쟁력'을 강조했다. 홍준표 의원의 복당 문제에는 두 의원 모두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4선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도 19일 출마를 공식화한다. 수도권 3선인 유의동 의원(경기 평택을) 역시 20일 출마를 선언한다. 내년 정권교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국민의힘으로서는 대여투쟁력과 자체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놓고 후보간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김기현 의원은 "저는 문재인 정권의 헌법 파괴, 법치 파괴 행위를 직접 몸으로 체험한 피해자다. 대통령의 30년 지기를 당선시키기 위한 선거 공작으로 피눈물 나는 고통과 모욕을 겪었다"며 "문재인 정권에 있어 아킬레스건일 수밖에 없는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 그 핵심축인 저 김기현이 앞장서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심판을 완성해내겠다"고 말했다.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시장 재선에 도전하던 김 의원의 핵심 공약 사업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어 "당의 대표적인 '전략통·정책통'으로 숙련된 노련함을 겸비하고 있는 제가 17년에 걸친 정치 현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살아있는 현 권력에 대항해 그 존재만으로도 협상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도덕적 상징성을 갖추겠다"며 "싸울 때는 단호하게, 우회할 때는 슬기롭고 지혜롭게 우회할 줄 아는 제갈량의 '지략형 야전사령관'으로 원내 투쟁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또 "국민이 원하는 확실한 변화를 이뤄내겠다"며 "우리 당이 중도우파는 물론이고 공정과 상식이 존중되는 사회를 열망하는 중도좌파까지도 포용해 하나로 뭉치는 중심축이 돼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스스로 자강하면서 지금의 한계를 과감히 뛰어넘는 변화와 혁신의 탈진영적 아젠더로 국가 대개혁의 청사진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기현 의원은 "저는 17년의 정치 인생동안 주류에 기대거나 편승하지 않고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채 험난한 비주류의 길을 마다하지 않고 실력으로 승부해왔다. 당이 아무리 흔들리고 어려울 때도 정통 우파의 뿌리인 우리 당을 떠나지 않고 의리와 뚝심으로 당을 지켜왔다"며 "당내 반목과 분열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제가 통합형 서번트(하인, 섬기는) 리더십으로 국민의힘을 중심축으로 한 야권통합의 사명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김기현 의원은 4선 의원이자 울산광역시장을 지냈다. 울산이 고향이지만 부산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판사 출신이다. 온화한 성품이면서 전략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마선언문 낭독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김기현 의원은 법제사법위원장 자리 등 여당과의 원구성 재협상 문제에 "원구성 문제는 우리가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을 회복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강탈해 간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 문제에는 "저는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부터 홍준표 의원을 포함한 공천 과정에서 탈당하셨던 분들의 복당을 공개적으로 주장해왔다"며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 문제에는 "당장 국민의힘이 자강하는 것부터 먼저 해야 한다"며 "(이후) 빅텐트를 치고 당 바깥에 있는 분들을 껴안을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흠 의원은 "오직 사생취의(捨生取義·목숨을 버릴지언정 옳은 일을 함)의 자세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치생명을 걸고 뛰겠다"며 "국민의힘이 국민의 명령을 받들고 시대요구에 부응하는 정당으로 거듭 나도록 김태흠이 신념과 열정으로 그 앞에 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이번에 선출되는 원내대표는 정권교체라는 막중한 소명을 완수해야 한다. 강한 투쟁력과 전략적 마인드를 갖춘 사심 없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며 "제가 원내대표가 되면 대안을 갖고 치열하게 싸우되 민주당이 과거와 같은 막무가내식 국회 운영을 한다면 직에 연연하지 않고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또 "모든 원내 전략은 정권을 되찾아 오기 위한 과정으로 만들겠다"며 "정책위를 강화해 의원님들이 상임위 중심 의정활동을 활발히 하고 정책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소속 국회의원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와 치열한 경쟁이 보장되는 원내 운영을 약속한다"고 했다.
김태흠 의원은 "저 김태흠은 국회의원 보좌진, 정당 사무처 당직자로 시작해 30년 넘게 정치 현장에서 환희보다는 고난이 많은 산전수전의 경험을 쌓았다"면서 "이번 보궐선거의 가장 큰 교훈은 함께 해야 이긴다는 것이다. 우리 당과 뜻을 같이하는 모든 세력이 힘을 합쳐 우리 당이 정권교체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충청 기반의 김태흠 의원은 '야당 내 야당'으로 불릴 정도로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의 소신형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명과 정강정책을 바꿀 때에는 "쫓기듯 뚝딱 찬반 물어서 할 수 있느냐"고 공개 반발했다. 2019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당시 단체 삭발 때도 다른 동료 의원들이 주저한 것과 달리 공언대로 삭발했다.
출마선언문 낭독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김태흠 의원은 '강한 투쟁력이 (여당과의) 화합이나 합의에서 걸림돌이라는 말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강한 투쟁력이 있는 사람은 전략과 전술에도 능하다"며 "사실 여당 의원들 중 저와 상임위나 여러 상황 속에서 협상을 했던 분들은 다 저하고 사적으로 형 동생 하면서 친하다. 저를 거치지 않은 사람들은 강성적인 이미지로만 인식하는데 협상을 해본 사람들은 저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원구성 재협상에는 "저희가 먼저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했던 부분들에 대해 (여당이) 인정하고 재협상을 하자 한다면 협상에 응할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 복당 문제에는 "당내에서 함께 했던 분을 멀리하거나 등한시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찬성의 뜻을 밝혔다.
또 '넓게 보면 같은 충청권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는 "본인이 정치(참여)를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만 답했다.
이날 출마 선언을 한 두 의원에 이어 권성동 의원과 유의동 의원도 각각 19일과 20일 출마 선언을 한다. 권 의원은 바른정당 출신으로 당내 대표적 개혁성향으로 분류된다. 유 의원은 현재까지 나온 주자 중 유일한 수도권 의원이라는 점과 1970년대생(1971년 출생)이라는 게 특징이다.
지난 16일 현직 원내대표인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이 조기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경선이 사실상 시작됐다. 이달 말 원내대표 선거가 끝나면 신임 원내대표는 곧바로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을 뽑는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당 대표 후보는 5선의 주 권한대행(대구 수성갑)과 또 다른 5선인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구을), 3선의 윤영석 의원(경남 양산갑), 4선 홍문표 의원(충남 홍성군·예산군) 등이다. 초선인 김웅 의원(서울 송파구갑)도 출마 의지를 밝히고 있다. 김웅 의원이 실제 경선을 완주한다면 당선 여부와 별개로 제1야당에서 초선의 당 대표 도전이라는 상징성이 크다.
빠르면 5월 말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새 지도부는 2022년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준비 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당헌·당규에 따라 11월9일까지 대선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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