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신고한 사기범이 2달째 사기글을 올린다
사기피해 신고, 범행계좌 숫자 급증
불출석 시 신병확보·범행방지 어려워
지급정지 등 사기방지 법령 만들어야
[파이낸셜뉴스] 중고나라 등에서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의 소액사기를 벌이는 사기범들이 신고 이후에도 활발히 활동하며 피해자들은 분노케 하고 있다. 같은 계정으로 비슷한 사기를 거듭하는 이들의 범행에 경찰신고도 빗발치지만 수사가 여러달 동안 장기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분화하고 진화하는 범죄에 비해 수사기법과 법제도가 과거수준에 멈춰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사기범 신고했는데 매일 사기글 올라와"
18일 경찰에 따르면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는 수법의 단순사기 사례가 최근 수년 간 꾸준히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 기준 2014년 5만6667건이었던 인터넷 물품거래 사기건수는 2019년 13만6074건으로 5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매년 1만 건 이상 범죄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물품거래 특성상 피해액이 크지 않아 신고를 포기한 이들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기 방지 빅데이터 플랫폼 ‘더치트’에 등록된 2019년 사기건수는 23만2026건으로, 경찰에 신고접수된 것보다 10만건 가까이 많은 실정이다.
황당한 건 이미 신고가 접수된 사기범들이 유사한 사기를 반복하는 사례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사건 접수 후 수사에서 검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지난한 탓에 사기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보험업계에서 근무하는 이모씨(35)는 지난 2월 명절맞이 고객 선물용으로 상품권을 구입하려다 사기를 당했다. 이씨는 중고나라에서 상품권을 시가보다 싸게 구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검색을 통해 판매자와 접촉했다. 판매자는 1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2장을 장당 9만원 가량에 판매했는데, 입금 직전에 계좌번호가 잘못됐다며 다른 계좌를 알려줬다고 했다. 이씨는 먼저 받은 계좌는 사기검증 사이트에서 조회해봤지만 입금 직전 전달받은 계좌에 대해선 의심하지 않고 입금했다가 피해를 맛봤다.
사기범과 연락이 두절된 이씨는 경찰에 곧장 신고했지만 사건은 2달여 동안이나 해결되지 않았다. 사기범은 2월부터 4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중고나라 사이트에 유사한 글을 올렸고 추가 피해자도 15명 이상 발생했다. 사기범은 지난 16일에야 검거됐다.
경찰엔 하루에도 300여건 이상의 온라인 사기피해 신고가 접수된다. 이중 상당수가 특정 가해자에 의한 중복 피해지만 최초 신고를 접수하고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피해가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신병확보부터 계좌정지까지 절차상 시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관련 사기사건 수건을 집중수사하고 있는 한 경찰서 관계자는 “피해자 신고가 접수되면 진술서를 받고 용의자 주소지에 출석요구를 보내게 되는데, 직접 출두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배를 내리고 검거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요구된다”며 “신병확보를 빨리 해야 하는데 피해액이 엄청 큰 것도 아니고 사기 칠 때마다 즉각 나가서 검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해당 경찰서에선 2월 초부터 다수 신고가 접수된 용의자를 2개월여 만에 겨우 검거해 눈길을 끌었다. 이 범죄자는 수배가 내려진 상태에서도 다수 계좌를 이용해 유사한 사기를 반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이스피싱 즉각 계좌정지, 사기는 '2주' 걸려
사기계정 정지 역시 쉽지 않다. 네이버와 다음, 중고나라 등의 업체는 사기행각이 확실히 확인되기 전까진 차단 등의 조치를 선제적으로 하기가 쉽지 않다. 실명을 쓰지 않고도 가입이 용이한 포털사이트 특성 상 실제 사기범의 계정인지 파악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보이스피싱처럼 금융기관이 즉각적인 계좌지급정지 등의 조치를 할 근거법령도 미비하다. 이 때문에 경찰이 일일이 범죄에 사용된 계좌를 파악해 은행에 공문을 보내고 은행이 지급정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기까지 2주가량 시간이 소요된다.
경찰 관계자는 “자기계좌보다는 지인이나 대포계좌를 많이 쓰는데, 그러면 용의자와 계좌명의자 사이에 관련성을 따져야 하고 절차가 많아진다”며 “경찰이 보이스피싱처럼 바로 정지시키긴 어렵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피해자가 직접 은행에 지급정지를 요청하는 웃지 못 할 사례가 이어진다. 피해자가 자신이 입금한 계좌가 있는 은행에 직접 연락해 범죄가 의심되니 은행이 자체적으로 지급정지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이 같은 요청이 있으면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상 규정에 따라 금융회사가 사기이용계좌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를 판단해 지급정지 등 조치를 취하게 된다. 다만 일선 금융기관이 자체판단하도록 돼 있어 적극 대응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지난해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계좌지급정지 요건을 확대한 법안을 발의해 국회 정무위원회 논의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팬오션 직원, 교대요구 해기사에 "징징짜는 놈" [김기자의 토요일]
- [단독] 박영선 '수술실CCTV' 공약한다··· 판세 바뀔까 [김기자의 토요일]
- 경기·전북有 서울無··· 시장 선거 '수술실CCTV' 공약 나올까 [김기자의 토요일]
- [단독] 유령수술 '범인 은닉' 논란 유상범, '권대희 사건' 수임 [김기자의 토요일]
- [현장클릭] 공개된 정인이 시신이 말하는 것 [김기자의 토요일]
- [단독] 병원·의사 '부정후기' 무혐의 잇따라··· "공익성 크다" [김기자의 토요일]
- 3개 수술실 동시수술, 조무사 혼자 지혈··· '무죄' 다투는 의료진 [김기자의 토요일]
- 남편상 사강, 4년만 안방 복귀…고현정 동생
- 최현욱, 장난감 자랑하다 전라노출…사진 빛삭
- "치마 야하다고"…엄지인, 얼마나 짧기에 MC 짤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