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격변의 시기, '쉴 틈 없는' 산업부 새 장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대통령 임기 종료 1년여를 앞두고 임명된 그는, 속칭 '순장조'로 분류되던 정권 후반부 장관들과는 전혀 다른 입장에 처해있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해 장관'이 아닌 향후 100년간 대한민국 운명을 가를 수 있는 '2021년' 산업부 수장이라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문승욱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을 산업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했다. 문 장관 후보자는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쉽지 않은 경제여건과 세계경제의 구조적 변화 속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우리 경제의 빠르고 강한 회복과 선도형 경제로의 도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 장관 후보자 스스로가 밝혔듯 2021년 대한민국은 '세계경제의 구조적 변화' 속에 격변의 시기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세계경제는 미국의 원천기술을 발전시켜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한국과 일본, 대만 등이 중국에 부품을 공급하고,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통해 완제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굴러왔다. 지난 20년간의 글로벌 밸류체인(공급사슬) 하에서 한국은 IT(정보통신) 산업의 원유를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며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다. 미국은 정치경제적으로 중국의 라이벌인 대만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고, 동북아가 담당하던 반도체 생산을 자국으로 옮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백악관에 초청한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반도체 산업 우위를 지켜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정치외교적 협상력을 발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다. 산업부가 올해 상반기에 'K반도체 벨트 전략'을 내놓기로 한 것도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문 장관 후보자의 첫 작품이 될 K반도체 벨트 전략에 무엇이 담길지는 미지수나, 향후 한국의 운명을 가를 대책이 될 수 있다.
차량용반도체 품귀 사태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현재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전기차, 수소차)로의 대전환을 겪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를 고집하던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태도를 바꿔 앞다퉈 친환경차를 출시하고 있다.
시장장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시장 선점이다. 휴대폰 시장에서 '싸이언' 등 경쟁력있는 상품을 만들던 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 개화후 초기 몇년간 대응이 늦었다는 이유로 점유율을 빼앗기고 10년여를 발버둥치다 결국 시장에서 철수해야 했다. 앞으로 수년간 자동차 시장에서 이같은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 자동차 생산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야 하는 이유다.
배터리 산업 지원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갈등은 다행히 봉합됐으나 근본 원인이 됐던 인력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에너지원 역할을 담당하는 배터리 산업은 전세계 모든 국가가 노리는 먹잇감이다. 현재까지는 한국이 한 발 앞서 있으나 LG-SK간 분쟁과 유사한 사태가 재발한다면 힘겹게 확보한 비교우위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분쟁 소지를 없애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로드맵 마련도 문 장관 후보자 어깨위에 놓인 무거운 짐이다. 문 장관 후보자는 곧 신설될 에너지 차관과 산하 부서를 기존 조직내 유기적으로 결합시키고 이를 통해 향후 30년간 진행될 탄소중립 정책 초석을 닦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다행인 점은 문 장관 후보자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모두 겪은 현장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점이다. 문 장관 후보자는 내정 발표 이후 "그동안 씨를 뿌려온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이 착실히 이행되고 제대로 정착돼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미래를 위한 한국판 뉴딜과 차세대 신산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이 결실을 맺도록 착실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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