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오염수 방류, 미국 개입은 부적절..IAEA-일본 협력 확신"
[경향신문]
한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는 18일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는 과정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긴밀히 협력할 것을 확신한다”며 “미국이 이 과정에 뛰어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전날 케리 특사에게 일본이 오염수 방류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미국이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현 시점에서 미국은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케리 특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한국의 우려를 공유하느냐는 질문에 “핵심은 IAEA가 (방류)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동안 일본이 지속적으로 협조하는 것”이라며 “일본은 IAEA와 매우 긴밀히 협력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은 일본 정부가 IAEA와 완전한 협의를 해왔으며, IAEA가 매우 엄격한 (방류) 절차를 마련했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일본이 모든 선택지와 영향을 저울질했고, 이 과정에서 매우 투명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케리 특사가 실제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과정을 검증하기 위한 IAEA와의 협력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 자체나 향후 이행 과정에 대해선 강한 신뢰를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일본이 한국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미국이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미 진행 중이고 매우 명확한 규정과 기대치가 있는 절차에 미국이 뛰어드는 것은(jump in)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방류 절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일본과 IAEA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미국의 ‘공식적’ 대응이나 적극적 역할에는 선을 그었다.
케리 특사의 이날 발언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을 바라보는 한·미 간 인식차를 뚜렷히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장관이 전날 서울 한남동 공관에서 연 케리 특사와의 만찬 협의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한국 정부와 한국민의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미국의 협조를 당부했지만, 미국은 ‘IAEA-일본 간 협력 중시’라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은 것이다.
케리 특사는 다만 일본이 태평양에 방류하는 오염수가 미국인의 건강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물론이다. 모두 우려가 있지만 그래서 IAEA가 있는 것”이라며 “시행 과정에서 공중보건에 대한 위협이 없는지 확실히 하기 위해 다른 모든 국가처럼 지켜보고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미·중 간 기후 협력방안을 논의한 뒤 전날 한국에 온 그는 “한국이 지역 및 글로벌 관심사에 대한 대응을 선도하며 많은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는 것이 매우 기쁘다”고도 말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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