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대량생산' 백신은?..'스무고개' 끝 모더나·코비박 남았다

안정준 기자 2021. 4. 1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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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위탁생산'이 백신 수급 국면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정부가 화두를 던져서다. 코로나19(COVID-19) 백신의 국내 대량 생산길이 열리면 불확실한 국내 백신 수급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하지만, 대량 위탁생산 계약도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던진 화두는 '설익은 화두'였다. 때문에 대량 위탁생산 가능성이 있는 백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스무고개 게임'이 시작됐지만 딱 떨어지는 답은 나오지 않는다. 이 화두가 오히려 백신 국면에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더나? 코비박?…계속된 '스무고개 게임'
18일 백신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대량 위탁생산하겠다고 공언한 백신으로 미국에서 개발된 모더나 백신과 러시아 개발 백신인 코비박 백신이 가능성 있는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해외 백신의 국내 대량위탁생산 논란은 지난 15일 정부발 언급이 나오며 시작됐다. 백영하 범정부 백신도입TF 백신도입총괄팀장은 "국내 A 제약사가 해외에서 승인된 백신을 생산하는 것과 관련해 구체적 계약 체결이 현재 진행되는 거로 안다"며 "8월부턴 승인된 백신이 국내에서 대량으로 생산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곧바로 이 백신이 무엇이냐는 스무고개 게임이 시작됐다. 마침 해당 정부 발언 다음 날 국내 한 제약사가 러시아 개발 백신인 '스푸트니크 V' 생산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월 1억 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시설 구축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곧바로 "스푸트니크 V는 아니다"고 밝혔다. 어떤 백신이 대량생산의 주인공이냐는 의문이 이어졌고 15~16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제약주 주가가 끓어올랐다.

정부 말 한마디에 대량 위탁생산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 까닭은 성사만 되면 실제로 국내 백신 수급의 숨통을 트는 '조커'가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른바 '노바백스 모델'이다. 노바백스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하는데 이 회사가 단순 위탁생산만 맡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달리 노바백스측으로 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생산한다. 판권도 가지고 있어서 자체적으로 생산량을 늘려 국내 수급에 대응할 수 있다. 정부가 언급한 모종의 해외 백신이 국내에서 노바백스처럼 생산되면 불확실한 백신 수급에 대응할 카드 하나가 더 생기게 된다.

우선 미국 모더나 백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미 2000만명 분 도입이 예정된 데다 해당 물량의 유통사도 국내 핵심 백신 생산사인 GC녹십자가 맡게된 상태다. 게다가 이 백신은 예방효과와 안전성이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보다 높은 'mRNA(메신저 RNA)' 계열 백신이다. 자체생산 성사 시 우리가 얻을 이익이 크다.

스푸트니크V와 함께 또 다른 러시아 개발 백신으로 분류된 코비박도 언급된다. 마침 이 백신의 국내 생산 점검을 위해 지난 달 러시아 관계자들이 GC녹십자 생산시설을 방문했다는 말도 나왔었다. 한국과의 접점이 있는 셈이다. 임상3상 결과에서 약 91.6%의 예방 효과를 입증한 스푸티니크V 백신보다 오히려 더 높은 92%의 예방 효과를 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기술이전, 국민신뢰 등 벽 넘어야 가능
하지만, 두 백신 중 하나가 정부가 언급한 '대량 위탁생산'의 주인공이라 해도 실제 국내 생산과 이를 통한 수급 물꼬가 트일지는 별개 문제라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모더나 백신은 정작 위탁생산 성사가 가장 어렵다는 지적이 한 차례 나온 백신이다. 위탁생산을 위한 선결과제인 모더나로부터의 기술이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첨단 생명과학기술의 '끝'으로 통하는 모더나의 mRNA백신은 미국에서도 핵심 미래산업기술로 분류된다. 게다가 이 같은 기술이전을 소화할 만한 국내 백신업계 기술력도 아직 숙성되지 않았다는 업계 내 목소리도 있다.

코비박 백신은 러시아 개발 백신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라는 해석이 있다. 현재 러시아 백신은 남미와, 아프리카, 중동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중심의 국가에서 허가받지 못했다. 전통적 외교 지형도에 따라 백신 경계선이 그어져 있어 한국이 이를 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 백신에 대한 국내 불신을 넘어야 한다. 미국 FDA(식품의약국)이나 EMA(유럽의약품청) 허가를 받으려면 임상 환자 관련 데이터가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고 제공돼야 하는데 러시아 백신은 관련 데이터가 전혀 공개돼 있지 않다는 것이 의료계 지적이다. 이는 위탁생산과 국내 허가가 된다 해도 접종률 저하로 연결될 수 있는 문제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너무 섣부르게 화두를 던졌다는 것이 백신업계와 의료계 시각이다.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아직 무르익지 않은 모종의 백신 위탁생산 계약 진행상황을 정부가 공개한뒤 특정 제약사가 거론되자 이를 부인했고, 이에 따른 혼란상이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준 셈이다.

전 세계적 백신접종 국면에 한국이 뒤처졌다는 다급함이 반영된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세계 백신 접종률 1위인 이스라엘은 이날부터 실외에 한해 마스크를 벗었다. 하이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인구 100명당 이스라엘의 접종률은 61.6%. 영국과 미국이 각각 47.5%, 36.6%다. 우리나라는 2.4%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의 혈전생성 부작용 우려와 백신 민족주의 확산, 화이자 백신의 3차 접종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백신 수급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란 분석도 힘을 얻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언급한 생산관련 계약이 진행 중이라 해도 추후 해당 제약사가 백신 시험생산 과정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동등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없던 일'이 될수 있는 사안"이라며 "모든 절차가 확정된 뒤 언급해도 늦지않은 사안을 너무 빨리 알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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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기자 7up@mt.co.kr, 김도윤 기자 justice@mt.co.kr, 박계현 기자 unmblue@mt.co.kr, 김근희 기자 keun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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