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자박' 남양유업..이틀 만에 시총 1200억 증발

이지현 2021. 4. 1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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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대리점 갑질 2019년 오너리스크
이번엔 셀프 코로나19 치유 연구 발표까지
서울경찰청서 직접 수사..한국거래소도 검토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남양유업(003920)이 자승자박(自繩自縛) 덫에 걸렸다. 자사제품이 코로나19 예방효과가 있다고 셀프 발표했다가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타던 끝에 이틀 만에 시총 1200억원이 사라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식약처로부터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그동안 주춤했던 불매운동이 다시 확산할 기세다.

남영유업 관련株 고점 대비 30%대 하락

1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6일 남양유업은 전 거래일 대비 4.18%(1만6500원) 떨어진 32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남양유업우(003925)선주 역시 전 거래일보다 2.72%(4500원) 하락한 16만1000원으로 내려앉았다.

표=마켓포인트 제공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국내 최초로 규명했다고 발표하며 당일 주가는 8.6% 상승한 38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음날에도 장중 28.68% 오른 48만90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총은 3520억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하는데, 남양유업의 경우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서 얻은 결과로 실제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입장을 밝히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틀 만에 주가는 고점 대비 30% 하락했고 시총도 3520억원 규모에서 2350억원까지 내려갔다. 남양유업우선주도 33% 하락하며 시총이 383억원에서 268억원으로 줄었다. 총 1285억원이 증발한 것이다.

고점에 발이 묶인 주주들은 발등이 불이 떨어졌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13일과 14일 이틀 동안 4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15일과 16일 12억원어치를 팔아치웠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고점에서는 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 종목 토론방에서는 “(남양유업이) 남양바이오냐” 등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거래소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 검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5일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남양유업 고발 사건이 세종경찰청에 접수됐지만 남양유업 본사 소재지를 고려해 서울경찰청이 사건을 담당할 방침이다.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는 질병의 예방ㆍ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 등을 금하고 있다. 질병 예방·치료 광고 시 행정처분으로는 영업정지 2개월, 벌칙으로는 10년 이하 징역, 1억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이에 남양유업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발표 과정에서 세포 실험 단계에서의 결과임을 설명했으나, 인체 임상 실험을 거치지 않아 효과를 단정 지을 수 없음에도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의 사과에도 성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움직임은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남양유업의 과거 사건까지 다시 한번 소환하며 불매운동을 더욱 가속하고 있는 평가가 나온다.

2013년 1월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물건을 강매한다는 ‘대리점 갑질’ 논란이 터진 이후 불매운동이 시작됐고, 이후에도 제품 품질, 광고 진실성 등과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엔 홍원식 회장 등이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매일유업을 비방하는 글을 올리도록 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되기도 했다.

2019년엔 남양유업 창업주인 고(故) 홍두영 전 명예회장의 외손녀 황하나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는 등 오너리스크로 기업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사 매출액의 약 40% 정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의 2개월 영업정지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남양유업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면 주요 경쟁사들이 반사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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