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 빌렸다 협박받은 A씨..변호사 도움받은 비결은

박광범 기자 2021. 4. 1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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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금융위


#. 경남 창원에 사는 A씨는 지난해 3월 인터넷 사이트 '대출△△'에서 휴대전화 번호만 아는 B씨로부터 4주간 매주 16만원의 이자 지급 후 80만원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50만원을 빌렸다. 그런데 한차례 이자 납입을 늦게하자 B씨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욕설과 협박을 했다. A씨는 얼마 전 뉴스에서 본 정부의 '채무자 대리인 무료지원 사업'을 이용하기로 했다.

사건을 접수한 금융당국은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를 채무자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채무자대리인은 수임 즉시 채권자에게 연락해 채무자에 대한 불법추심 행위 중단을 요구했다. 채권자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항의했지만 채무자대리인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뒤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를 약속하며 추가적인 불법추심행위를 중단했다.

정부가 미등록·등록 대부업자로부터 불법추심피해가 있거나 법정 최고금리 초과 대출을 받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채무자대리인 무료지원' 사업을 시행한 작년 한해 1000건에 육박하는 지원 실적을 거뒀다.

18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 채무자대리인 무료지원 신청 건 1429건 중 915건에 대한 무료 지원이 이뤄졌다. 나머지 514건은 상담은 통해 문제가 종결되거나 신청인이 취하 또는 기각 대상 사례였다.

지원이 이뤄진 915건 중 893건(97.6%)은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가 채무자대리인으로서 채권자의 추심행위에 대응했다.

22건(22.4%)은 최고금리 초과이자 반환소송 등 무료 소송대리를 수행했다. 현재 10건의 소송이 종결됐는데, 이중 8건에서 승소해 1억5600만원의 피해자 권리를 구제했다. 나머지 2건은 합의를 통해 소송이 종결됐다.

채무자대리인 제도는 채무자 대신 변호사를 통해서만 채권추심이 가능한 제도로 2014년부터 시행됐다. 추심업자는 대리인을 통해서만 채무자에게 접촉할 수 있기 때문에 채무자는 불법추심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제도가 잘 알려지지 않았고 변호사 고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으로 피해자가 활용하기 어려웠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월28일부터 정부 예산 11억5000만원을 투입해 채무자대리와 소송 등을 무료로 지원했다. 다만 소송대리의 경우 수익자 부담원칙과 재정여력 등을 감안해 기준중위 소득 125%(1인 가구 기준 월 228만5000원) 이하를 대상으로 무료로 변호사를 지원했다.

제도 시행 초기 홍보 부족 등으로 신청이 저조했지만 지난해 4월 온라인 신청 시스템 도입을 계기로 신청 건수가 크게 늘었다. 작년 1분기 85건에 그쳤던 신청건수는 △2분기 410건 △3분기 370건 △4분기 564건으로 늘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219명으로 전체 신청자(632명)의 34.7%를 차지하는 등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 184명(29.1%) △20대 146명(23.1%) 등 순이었다.

434명은 1건의 채무를 보유하고 있었고, 198명은 2건 이상의 다중 채무자였다. 특히 한 사람이 37건의 채무를 보유한 사례도 있었다.

피해유형별로는 미등록 대부업자(불법사금융업자) 관련 피해가 1348건(94.3%)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등록 대부업자 관련 피해는 81건(5.7%)에 불과했다.

유형별로는 최고금리 초과와 불법채권추심 피해구제를 함께 신청한 사례가 971건(67.9%)였다. 최고금리 초과 관련 신청건은 105건, 불법채권추심 관련 신청건은 353건이었다.

한편 금융당국은 작년 하반기 이후 신청자 급증과 올해 7월 법정 최고금리 인하(연 24%→연 20%)에 따른 불법사금융 피해에 대한 구제 수요 증가에 철저히 대비할 계획이다. 올해 들어 3월까지 채무자대리인 무료지원 건수는 881건으로, 지난해 연간 지원 실적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에 서민금융진흥원의 자활(자금) 지원과 연계를 강화하고, 예산확보 등을 통해 추가 지원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또 피해자가 쉽게 신청할 수 있도록 모바일 신청 시스템도 하반기 중 도입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무자대리인 신청 접수 시 법률구조공단과의 연계 뿐 아니라 불법행위자의 발본색원을 위해 수사기관과의 연계도 강화할 것"이라며 "피해자가 채권자의 형사처벌을 원하는 경우 증거자료 등을 제출받아 수사의뢰하거나 행정조치가 가능하도록 연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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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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