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소매금융 손 떼는 씨티..亞 부자고객·기업금융 사업은 더 키운다
씨티그룹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소매금융 부문을 철수하지만 이 지역 거액 자산가 대상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사업은 더 키울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터 바베지 씨티그룹 아시아태평양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WSJ와의 인터뷰에서 씨티그룹이 홍콩·싱가포르 지역에서 1100명의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전담역(RM)과 1200명의 기술·운영 담당 직원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충원은 2025년까지 아시아 지역 자산 운용규모를 4500억달러까지 늘리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다. 목표자산액은 현재 자산규모인 3000억달러 보다 50% 더 많은 수준이다.
씨티그룹은 지난 15일 한국, 중국, 인도, 호주 등 아시아·유럽·중동 지역 13개 국가에서 소비자 금융 사업을 철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 재편으로 씨티그룹은 아시아에서만 223개 지점과 1720만개의 개인 계좌를 처분한다. 자산규모 기준 미국 3위 은행인 씨티그룹은 미국 은행으론 유일하게 아시아 지역에서 대규모 소매금융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개선되지 않은 수익성이 이번 결정으로 이어졌다.
13개 소매금융 사업의 지난해 순이익은 '제로'에 가까웠다고 한다. 지난달 제인 프레이저가 씨티그룹의 새 CEO로 취임한 후 빨라지고 있는 사업 재편이기도 하다. 2019년 10월부터 씨티그룹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을 총괄해 온 바베지 CEO는 이번 소매금융 철수 조치가 "매우 대담하고 결단력 있으며 어려운 조치"라 자평했다.
동시에 수익성이 높은 기업금융과 거액자산가 자산관리 사업은 더 확대한다. 그는 "장점이 있는 분야를 선택해 집중해야 한다"면서 "아시아는 전세계에서 가장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이므로 이곳에서 제대로 일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씨티그룹이 거액자산가가 많은 싱가포르, 홍콩, 영국,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소매금융 사업을 남겨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아시아 지역은 '슈퍼리치'의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교할 수 없게 많고 경제 성장 속도도 빠른데다 기업가치가 급격히 커진 수많은 스타트업이 생기며 중산층 확대와 부의 확대가 빨라지고 있다. 전세계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의 절반이 아시아 지역에 있다고 WSJ는 전했다.
기업금융에서도 아시아 지역의 비중이 크다. 올해 1분기 씨티그룹이 아시아 기업 고객들에게서 창출한 영업이익은 전세계에서 18%를 차지한다. 중국 기업들의 역외 자금조달이 늘면서 주식·채권 인수 등 투자은행 사업에서 번 돈의 비중이 컸다. 과거에 때때로 아시아 지역이 북미 지역 영업이익을 초과했던적도 있다고 WSJ는 전했다.
바베지 CEO는 "중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중국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WSJ는 씨티그룹이 지난해 9월 중국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고객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전했다. WSJ는 씨티그룹이 중국 투자은행 부문도 앞으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부유층 자산관리와 기업금융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바베지 CEO는 부유층 자산관리 사업(웰스매니지먼트)에 박차를 가함에 이 성과가 더 많은 기관고객들을 창출하는 것으로 연결되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인 고객 관리가 거래적인 것에서 전생애적인 파트너십 관계로 바뀌기 바란다"고 했다.
다만 WSJ는 씨티그룹이 2025년까지 4500억달러의 자산목표를 달성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 봤다. 씨티그룹의 자산규모는 20205년 2550억달러에서 현재까지 불과 18% 늘어났다. JP모건체이스, HSBC홀딩스 등이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등 글로벌 금융사들간 경쟁도 치열하다.
한편 바베지 CEO는 소매금융을 철수하기로 한 국가에서 어떻게 출구전략을 구사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바베지 CEO는 "이 지점들(철수 대상 사업)은 매우 큰 가치를 갖고 있고 외부에서의 (인수) 수요도 대단하다"며 이 자산들을 급하게 매각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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