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 앞에 선 문재인 ..'마지막 총리' 김부겸의 숙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은 '통합형 리더' 김부겸이다. 영남 출신, 당내 비주류, 비문(非文) 총리를 발탁함으로써 야당과의 월활한 소통, 협치를 통해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포석이다. 김 총리 후보자 앞에는 이제 1년 남은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lame duck)을 막고 여당의 재보선 참패에서 나타난 성난 민심을 다독여야하는 숙제가 쌓여있다.
18일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한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으로 출근했다. 총리 후보자로써의 공식일정은 19일부터지만 이미 지명 당일인 이달 16일에도 사무실을 찾아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기도 했다. 청문회 준비단은 전략팀, 정무팀, 신상팀, 언론팀, 행정지원팀 등 5개 팀으로 구성했다. 구 실장이 준비단장을, 최창원 국무1차장이 부단장을 맡았다.
1년여 남은 문재인 정부와 임기를 함께하는 만큼 총리로써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전임 총리들에 비해 절대 가볍지만은 않다. 당장 4·7 재보선 참패와 그에 따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급락 등으로 레임덕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이 국회 절대 다수당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차기 대권을 노리는 당내 인사들의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청와대가 임기 초반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은 비문 대권주자로 지지율 선두에 나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당내 친문 세력간 알력이 수면위로 드러나진 않고 있다. 그러나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당으로 돌아가 친문세력 규합을 통해 대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청와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당내 세력간 갈등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러한 정국에 김 후보자의 정치적 역할은 명확하다. 임기말 주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당정간 불협화음을 최소화해야 한다. 당내 대선주자들과의 원활한 관계를 바탕으로 정책집행의 일관성을 임기 마지막까지 유지해야 한다. 여당이 절대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번 재보선 결과에서 보듯 여당의 일방적인 독주로는 민심을 다잡을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야당과의 협치에도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러한 정치구도는 여당 소속이지만 야당의 텃밭인 TK를 지역기반으로 하고 있는 김 후보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야당 일각에선 김 후보자에 대한 기대감도 내보였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온건 합리적 정치 노선을 걸어 온 김 전 장관을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나름 고민의 흔적이 엿보이는 평가할 만 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국정현안도 산적해 있다. 당장 이번 재보선 참패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부동산 문제를 풀어야 한다. 당장 당정은 부동산 정책의 수정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4 공급대책을 중심으로 하는 주택공급 확대와 투기 수요 억제라는 큰 틀은 유지하지만 1가구 1주택 등 실수요자들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외교현안도 풀어야할 숙제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결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견제 성격의 안보협의체 '쿼드'에 한국의 참가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수출규제 문제와 함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두고도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어느하나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임기말 국정동력까지 잃게 되면 외교적으로도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자가 증세문제를 다시 들고 나올지도 관심사다. 증세 문제는 김 후보자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문제다. "증세 위한 사회적 대타협 없이 미래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 김후보자의 소신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시기의 문제가 있지만 내 돈이 어떻게 쓰이고, 우리 모두를 위해 품앗이를 하는 것이라는 설득이 있다면 증세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발간한 저서 '기로에 선 한국경제'에서도 "구조 개혁,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저출산고령화 심화와 이에 따른 복지지출의 급격한 증가로 재정 건전성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 가운데, 김 후보자는 행정안전부 장관 시절 이미 증세 문제를 공론화했고, 2017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을 2%포인트(p) 인상을 끌어내기도 했다. 다만 증세 논의에 나서기 위해선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원활한 조율과정이 필요하다. 행안부 장관 시절 증세 논의 과정에서 기재부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당시 부총리였던 김동연 기재부 장관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16일 내정 발표 이후 "부동산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사건 등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에 대해 원칙을 세워 해결하겠다"면서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해 국민 상식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펴고 국정운영을 다잡아 나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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