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안 들리네, 마스크 벗읍시다".. 2020년 서울시향 베토벤 합창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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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전 국민이 고통받던 지난해 연말.
서울시향 소식지 'SPO' 4월호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서울시향 공연 영상화 작업을 맡고 있는 톤마이스터 최진은 "제가 알기론 레퍼토리도 바꿀까 하다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는 상징성도 있고 해서 곡목은 그대로 두었다"며 "그다음엔 연주자 배치도 문제였다. 처음엔 네 독창자가 관악기 뒤에 서서 노래한다는 구도였는데, 그러면 관악기는 독창자들의 날숨에 노출된다. 논의 끝에 독창자들이 합창석으로 올라가고, 합창단은 합창석 중에서도 2열로 더 올라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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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연주자나 지휘자가 마스크를 착용한 공연은 코로나19 시대 드문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성악가까지 마스크와 함께 노래하는 일은 이례적이었다. 이날 전 출연진은 실상 공연 사흘전 코로나19 검사를 통해 전원 음성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관객없이 열린 연주회여서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이 사실 없는데도 “모두와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취지에서 이같은 결정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에도 고비가 있었다. 서울시향 소식지 ‘SPO’ 4월호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서울시향 공연 영상화 작업을 맡고 있는 톤마이스터 최진은 “제가 알기론 레퍼토리도 바꿀까 하다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는 상징성도 있고 해서 곡목은 그대로 두었다”며 “그다음엔 연주자 배치도 문제였다. 처음엔 네 독창자가 관악기 뒤에 서서 노래한다는 구도였는데, 그러면 관악기는 독창자들의 날숨에 노출된다. 논의 끝에 독창자들이 합창석으로 올라가고, 합창단은 합창석 중에서도 2열로 더 올라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연주 당일 리허설을 하는데 4악장에서 지휘를 맡았던 마르쿠스 슈텐츠 서울시향 수석객원지휘자가 갑자기 지휘봉을 내리더니 “너무 안 들리네. 마스크 벗읍시다. 5분 동안 나가 있을 테니 협의해서 결과를 알려주세요”라고 말하고 무대를 떠난 것이다. 성악가와 지휘자 거리가 멀어진데다 마스크까지 쓴 탓에 벌어진 일이다.
다행히 지휘자가 랜선으로 중계될 음향을 직접 점검하면서 상황은 풀렸다. 최진 톤마이스터는 “잠시 후 지휘자가 제가 있는 녹음 컨트롤 룸으로 들어오셨어요. ‘소리 괜찮은가요?’, ‘사실 괜찮지는 않습니다.’, ‘어떻기에?’,‘들어보시죠.’ 두 버전을 들려드렸죠. 녹음된 그대로와 믹싱 콘솔로 보정한 버전. 보정한 걸 들으시더니 ‘괜찮군, 이렇다면 마스크 쓰고 합시다’ 하시는 거예요”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제가 듣기에 그때 독창자와 합창단이 마스크를 쓰고 연주한 게 국내 오케스트라 연주에 일종의 선례로 남았다더군요. 연주 단체가 ‘마스크를 쓰고 합창할 수는 없다'라고 하면 관계 당국에서는 '서울시향은 마스크 쓰고 했는데'라는 증거로…. 그분들에겐 힘들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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