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러시아 외교관 18명 추방 "스파이들, 7년 전 폭발사건 개입"
[경향신문]
체코 정부가 러시아 외교관 18명에게 추방을 명령했다. 2014년 두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탄약고 폭발사건에 러시아 정보기관이 개입됐다는 이유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유럽연합(EU)이 지지성명을 발표한 상황에서 나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TV연설에서 “2014년 브르베티체 탄약고 폭발사건에 러시아 정보기관 장교들이 개입했다고 충분히 믿을만한 근거가 있다”며 “러시아 외교관 18명에게 추방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바비스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도 이런 사실을 게시했다.
얀 하마체크 외무장관도 “조사결과 러시아 외교관들은 러시아 정찰총국(GRU)과 대외정보국(SVR) 소속 스파이로 드러냈다”며 “러시아 외교관 18명에게 48시간 내에 떠나라는 명령을 내렸고, 프라하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의 모든 직원을 추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14년 10월 프라하 남동쪽에 있는 브르베티체의 탄약고가 폭발해 이곳에서 일하던 직원 두 명이 사망했다. 체코 정부는 이 사건이 러시아 정보기관의 개입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하마체크 외무장관은 “폭발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요원 두명의 사진을 공개하고 이들을 추적하고 있다”며 “이들의 신원이 2018년 영국 솔즈베리 쇼핑몰에서 전직 러시아 요원 세르기아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독살공격을 당한사건의 용의자와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2018년 사건 발생 후 영국 경찰은 “두 명의 범인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들이 러시아 정보국 요원”이라고 밝혔고, 영국 정부는 당시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했다. 체코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2014년 체코에서 폭발사건을 일으킨 러시아 요원들이 2018년 영국에서도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러시아 인타르팍스통신은 17일 “한 중진의원이 이번 결정에 대해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며 “러시아 정부는 모스크바 주재 체코 대사관의 폐쇄를 검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체코 정부의 러시아 외교관 추방은 지난 주 러시아 정보국이 해킹으로 미국 대선에 개입하려했다는 이유로 미 정부가 러시아 외교관 10명을 추방하는 등 제재조치를 발표한 직후 나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도 미국의 조치를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군사행동을 개시한 것과 관련해서도 대립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체코 정부의 이번 조치는 국제사회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통제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박 물결에 동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마체크 장관은 “이번 일로 체코와 러시아의 관계는 영향을 받을 것이고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체코는 주권국가로서 이렇게 대응해야 한다”며 “체코 정부는 EU와 NATO에 이런 사실을 알리고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