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에 맞선 그들의 이야기.. 재연 무대로 돌아온 뮤지컬 광주

박성준 2021. 4. 1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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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주'는 1980년 5월 27일 새벽에 전남도청을 지킨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 박한수는 계엄군 편의대원으로서 일촉즉발 상태인 광주 시위대에 숨어들어 '폭동 유도'라는 비밀임무를 수행한다.

지난해 초연 당시엔 "하필 계엄군을 주인공 삼아 오월 광주를 보여주냐"는 비판과 몇몇 장면에 대한 불편함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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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주’는 1980년 5월 27일 새벽에 전남도청을 지킨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계엄군’이라는 압도적 무력에 맞선 이들은 누구며 왜 도청을 떠나지 않았는가.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에 만들어진 이 작품은 아직도 “5·18은 폭동”이라는 거짓 주장을 펴는 이들을 향한 역사의 외침이다.

막이 오르면 시간은 1980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의 봄’에서 전국으로 불기 시작한 민주화 바람을 신군부는 광주에서 본보기 삼아 군홧발로 억누른다. 주인공 박한수는 계엄군 편의대원으로서 일촉즉발 상태인 광주 시위대에 숨어들어 ‘폭동 유도’라는 비밀임무를 수행한다.

예민한 이슈를 다룬 역사물이지만 작·연출을 맡은 고선웅은 “이 작품이 뮤지컬 자체로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바람대로 오페라 ‘1945’에 이어 고선웅과 두 번째로 함께 작업한 작곡가 최우정은 현대사를 다룬 역사물로서 ‘광주’가 지닌 무게를 흩트리지 않으면서 음악극으로서도 높은 가치를 불어넣었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로서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님을 위한 행진곡’과 쌍을 이뤄 ‘투쟁가’를 반복 연주하면서 감정을 고양시킨다. 그 사이에는 ‘훌라훌라’, ‘천불난다’, ‘검은 연기’ 등 때로는 경쾌하고 때로는 서정적인 노래를 다양하게 배치했다.

지난해 초연 당시엔 “하필 계엄군을 주인공 삼아 오월 광주를 보여주냐”는 비판과 몇몇 장면에 대한 불편함이 제기됐다. 재연에선 박한수 고향을 광주로 인물 설정을 바꾸었다. 그러면서 마지막 장면에 박한수가 40년 만에 편의대 진상을 폭로하며 도청에서 죽은 이들에게 사죄하는 장면을 넣어 서사를 강화했다. 몇몇 장면이 사라진 대신 박한수가 어린 시절 광주를 추억하는 ‘여기 서서 생각해’와 ‘지키지 못한 약속’ 두 곡이 추가됐다.
펄떡이는 심장과 뜨거운 몸짓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내려 했던 1980년 5월 광주를 무대에 올린 뮤지컬 ‘광주’의 한 장면. 라이브㈜, 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이처럼 재연 무대에 크고 작은 변화가 있지만 큰 줄기는 그대로다. 계엄군 대 시민군 대립보다 시민군 내 무장투쟁파와 비폭력파 갈등이 여전히 극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5·18 민주화운동의 본질과 비극성을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다. 힘으로 계엄군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야학교사 윤이건은 명령과 정의 사이에서 흔들리는 박한수와 비교되는 신념을 지닌 진짜 주인공이다. 마지막 항전을 앞두고 윤이건은 “오늘 우리는 패배할 겁니다. 하지만 먼 훗날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기억할 겁니다”라며 결사항전을 다짐한다.죽음으로 군부독재에 항거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려 한 5·18의 본질과 비극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초연에서 무투파와 대치 끝에 도청을 떠났던 비폭파도 재연에선 마지막 항전을 앞두고 전선에 복귀해 힘을 합친다.
초연 때부터 윤이건 역으로 무대를 지키는 민영기와 뜻을 같이하는 정화인 역의 장은아 두 인물이 극 중심을 잡고 이끌어간다. 민영기의 ‘순이 생각’은 여전히 큰 감동을 준다. 고선웅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재연의 변화는)그 때 광주의 본질을 더 선명하게 보여드리기 위한 작업”이라며 “과거를 딛고 일어서서 노래하고 춤추고 사랑하자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LG아트센터에서 4월 25일까지.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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