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24시] '귀화' 캐나다 육상선수 올림픽 영웅 만들기는 해피엔딩?

김광수 2021. 4. 1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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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캐나다는 앙숙이다.

캐나다에서 여자 육상 7종 경기 선수로 촉망 받던 22세 정니나(鄭妮娜ㆍ니나 슐츠)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으로 귀화한 것이다.

그는 캐나다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 유학 시절 U20(20세 이하) 세계대회 우승, 2018년에는 캐나다 대표로 영연방대회에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중국은 정씨의 귀화를 비판한 캐나다 일부 매체 기사를 인용해 국민정서를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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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육상 7종 경기 유망주, 사상 첫 中 귀화
"제2의 류샹", 도쿄올림픽 스타 탄생 예고 들썩
"中 꼬임 넘어가" 비판, "체제 우월성 입증" 반박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에 귀화한 캐나다 여자 육상 7종 경기 유망주 정니나(캐나다명 니나 슐츠). 외할머니가 중국 최초 여자 높이뛰기 세계신기록을 세운 스포츠 집안이다. 특히 중국과 캐나다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중국은 그의 귀화를 체제 우월성과 개방성을 선전하는 호재로 활용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중국과 캐나다는 앙숙이다. 캐나다가 화웨이 창업자의 딸 멍완저우(孟晩舟)를 2년 넘게 억류하자 중국은 캐나다인 2명을 간첩 혐의로 기소했다. 캐나다는 중국을 겨냥한 서방 5개국 첩보동맹 ‘파이브 아이즈’의 일원이기도 하다. 또한 인권문제, 불매운동, 홍콩시위 등 중국에 껄끄러운 현안마다 정면충돌을 불사해왔다.

반격만 하던 중국이 기회를 잡았다. 캐나다에서 여자 육상 7종 경기 선수로 촉망 받던 22세 정니나(鄭妮娜ㆍ니나 슐츠)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으로 귀화한 것이다. 중국 육상 최초의 귀화 선수다. 그는 캐나다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 유학 시절 U20(20세 이하) 세계대회 우승, 2018년에는 캐나다 대표로 영연방대회에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1년 앞둔 2월 중국 허베이성 북부 장자커우 시민광장에 올림픽 개최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화려하게 불 밝혀 있다. 장자커우=AFP 연합뉴스

중국 여론은 실력이 출중한 신예의 등장에 한껏 들떴다. ‘황색 탄환’으로 불리며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중국 허들의 전설 류샹(劉翔)을 소환해 “육상 종목에서 또 한 명의 스타가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에 부풀었다. 그의 외할머니는 중국 최초로 여자 높이뛰기 세계신기록을 세웠고, 외할아버지는 중국 전국체전 높이뛰기 초대 우승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은 더 열광하며 성원을 보냈다.

중국은 정씨의 귀화를 비판한 캐나다 일부 매체 기사를 인용해 국민정서를 자극했다. “정치적 상황을 모르고 중국의 꼬임에 넘어갔다”, “육상 유망주가 전체주의 경찰국가를 선택했다” 등 어린 선수를 향해 악담을 퍼부었다면서 역공을 폈다.

도쿄올림픽 '개막 D-100'을 이틀 앞둔 12일 한 남성이 자전거를 타고 일본 도쿄 오다이바 해양공원에 설치된 오륜 조형물 앞을 지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정씨는 “평생의 꿈을 드디어 이룰 수 있게 됐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국은 개인의 열망과 스포츠로 뭉친 가족사를 겹쳐 그를 ‘차이나 드림’의 아이콘으로 부각시켰다. 서구에 못지않은 중국 체제의 우월성과 개방성을 선전하기에 안성맞춤 소재인 셈이다. 텅쉰왕은 “미국은 역사가 수백 년에 불과하지만 해외의 우수한 인재를 유치해 과학, 기술, 체육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됐다”면서 “중국도 개혁ㆍ개방 이래 문호를 활짝 열어 인재를 양성해왔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분루를 삼켜야 했다.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앞서 붐을 조성하고 열기를 고조시킬 시간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가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을 거론하며 찬물을 끼얹고 있다. 중국인들의 애국심을 앞세워 위기를 돌파하고 있지만 결정적 한방이 부족하다. 하지만 스타성과 성장 스토리를 겸비한 깜짝 메달리스트가 탄생한다면 단번에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다. 정씨는 24일 광둥성에서 열리는 육상대회에 중국 국적으로 첫 출전한다. 올림픽 대표 선발전은 6월에 치러진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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