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으래요"..'도봉구 명물' 할머니 토스트 폐업위기, 왜?
토스트집 두번째 주인된 둘째 며느리가 가게 운영
하지만 상황 녹록치 않아..노점상 철거 요청 받아
[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 "저 경기 양주에서부터 서울 도봉구까지 오랜만에 왔네요. 그런데 주인 할머님은 어디 계세요?"
"아, 얼마 전에 돌아가셨어요."
지난 15일 오후 6시께, 서울 도봉구 창동의 '할머니 토스트집'. 정수연(35)씨는 토스트 반죽을 섞으며 이런 대화 내용이 익숙하다는 듯 손님과 말을 이어나갔다.
손님이 언급했던 '주인 할머님'은 십수년 넘게 토스트집을 이 자리에서만 운영해 왔던 박이순 할머니다. 지난 2019년 여름, 담낭암 판정을 받았던 할머니는 올해 2월 향년 85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할머니의 7남매 가운데 둘째 며느리인 정씨가 토스트집의 두 번째 주인이 됐다.
2000년대 초반 이 자리에 터를 잡아 20년 세월이 지난 할머니 토스트집은 도봉구 주민이라면 한번씩 들어봤을 법한 곳이다. 단지 양이 많고 가격이 저렴해서가 아니라 토스트에 담긴 할머니의 넉넉한 인심 때문이다.
뉴시스와 만난 정씨는 "손님들의 처지까지 생각하는 분이셨다"고 말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손님들이 혹시나 부담스러워하진 않을까 가격도 쉽게 올리지 못했다. 병상에 누워있는 순간까지 "엄마 없어도 지금과 같이 해주거라, 애들 배고프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현재 토스트 가격은 2500원이지만 2년 전인 지난 2019년 가격이 인상되기 전까지 토스트 가격은 10년 넘게 1000~2000원을 유지했다. 오히려 손님들이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토스트에 들어가는 재료값도 생각해 가격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먼저 말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할머니는 자신의 유년시절을 떠올리며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했다고 한다. 충남 논산이 고향인 할머니는 상황이 넉넉치 않아 끼니를 거르는 날도 잦았다. 고구마, 감자 등으로 하루를 버티는 날도 있었다. 이런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며 손님 중에도 이런 사람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다.
할머니 토스트집은 일부 창동 주민들에게 일종의 '쉼터'였다. 할머니는 꼬깃꼬깃한 지폐를 교복에서 꺼내 '돈이 없다'고 말하는 중학생부터 배를 굶주린 일용직 노동자까지 돌려보내지 않았다. 대신 '다음에 돈을 내도 된다'며 토스트를 만들어주곤 했다.
하지만 '쉼터'가 되기까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할머니는 2010년 남편 이모씨가 먼저 세상을 뜨고 나서 일종의 '슬럼프' 시기를 겪었다고 한다. 한평생 의지하던 남편 없이 혼자 토스트집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 걱정했기 때문이다. 토스트집을 접어야 할지 고민도 많았지만 가족들의 도움으로 이겨냈다고 한다.
할머니가 세상을 뜬 지금도 토스트집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 할머니 대신 토스트집을 운영하게 된 정씨는 할머니로부터 레시피를 직접 전수 받고 10년 넘게 토스트집에서 일해 음식을 만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할머니가 세상을 뜬 지 100일에 맞춰 옛 가격인 1000원으로 토스트를 파는 이벤트까지 계획하는 등 재정비까지 나섰다.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최근 구청 인력들이 나와 노점상으로 운영되는 토스트집에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어머님이 돌아가시자마자 상황이 이렇게 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할머니 토스트집'의 내일이 존재할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정씨는 "몇몇 사람들은 '창동 할머니 토스트'라는 브랜드가 있으니 가게를 따로 차리라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버는 돈과 월세, 세금 등을 비교하면 그럴 여력이 없다"고 전했다.
토스트집을 계속 운영하고 싶지만 이같은 이유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던 정씨는 설치된 지 오래돼 색이 살짝 바랜 컨테이너를 바라보며 대화를 끝마쳤다.
"얼마나 오랫동안 할머니 이름을 내건 토스트집을 운영할 수 있을진 모르겠어요. 그래도 힘 닿는 데까지, 여건이 허락하는 데까진 열심히 해 봐야죠. 어머님의 마지막 부탁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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