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 백신접종, 전문가들 "이 속도론 11월 집단면역 불가능"

송화선 기자 2021. 4. 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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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연일 600~700명
● 4월 16일 기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2.66%
● 현재 속도로는 인구 70% 접종하는 데 3년 7개월 걸려
● 아스트라제네카 혈전 부작용에 백신 불신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700명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정부가 연일 "위기의식을 갖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협조해 달라"고 호소하지만, 1년 넘게 이어진 고강도 방역 조치에 대한 시민 피로감이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봄을 맞아 지역별 이동량도 증가 추세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없이는 현재의 '철통 방역'을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블룸버그 "한국 집단면역 달성까지 6년 4개월 걸려"

4월 15일 전북 익산 실내체육관에서 의료진이 한 남성에게 코로나19 예방 백신을 주사하고 있다. [뉴스1]
문제는 도무지 접종에 속도가 붙지 않는다는 데 있다. 4월 16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137만9065명이다. 하루에 2만8000여명 꼴이다. 2월 26일 접종을 시작한 뒤 49일 동안 백신을 맞은 사람 비율은 전체 국민의 2.66%에 불과하다(인구 5182만5932명 기준).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가 집단면역에 도달할 시점을 계산해보자. 인구를 약 5200만 명으로 놓으면 정부 접종 목표 70%는 3640만 명에 해당한다. 지금 속도로 접종을 진행하면 완료시까지 약 1300일이 걸리는 걸 알 수 있다. 3년하고도 7개월에 이르는 시간이다. 정부는 올해 11월 집단면역 목표를 고수하고 있지만, 현재 시간표로 하면 2024년 가을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한국에서 주로 접종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코로나19 예방률이 약 70%인 점을 감안하면, 인구 70% 접종만으로는 집단면역에 이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블룸버그는 우리나라가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달성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6년 4개월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백신만 충분히 공급되면 이 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는 매년 10~11월 두 달에 걸쳐 1400만∼1500만 명이 독감백신을 맞는다. 숙련된 의료인력이 많고 의료기관 또한 세계적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백신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월 12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다방면의 노력과 대비책으로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을 현저히 낮추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빼면 사용할 백신이 없다

서울 중랑구 보건소에서 한 직원이 접종이 끝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병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국내 백신 접종의 중추를 이룰 것으로 평가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현재 각종 부작용 이슈로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과 혈전 발생 사이 인과관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상황이다. 정기석 한림대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EMA가 확인한 뇌정맥동혈전증(CVST)은 혈전이 뇌정맥을 막아 발생하는 질환으로, 심할 경우 사망 또는 중증 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이다. 결코 가벼이 볼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덴마크 등 일부 국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자국 코로나19 백신 접종 프로그램에서 제외했다. 프랑스, 독일도 각각 55세, 60세 이상에게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혈전 생성 부작용에 젊은층이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30세 이상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계속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 배경에는 코로나19 백신 수급난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 생각이다.

지난해 겨울부터 시작된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확보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우리 정부는 당시 "2분기부터는 노바백스, 얀센, 모더나 등 여러 제조사 백신이 국내에 도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분기가 시작된 지금도 정확한 사용 일정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단 2000만 명분을 확보한 노바백스 백신은 1000만 명분이 2분기 말인 6월부터 도입될 전망이다. 반면 얀센과 모더나 상황은 불투명하다.

"11월 집단면역 달성 요원할 수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마찬가지로 '바이러스 벡터' 플랫폼을 사용해 개발한 얀센 백신은 미국에서 피접종자 일부에게 혈전이 생성된 게 확인돼 4월 13일(현지시간)부터 접종이 중단된 상태다. 미국에 본사를 둔 모더나는 '미국 우선 공급' 원칙을 천명한 터다. 모더나 공식 홈페이지에는 4월 13일(현지시간) "우리는 미국 정부에 5월 말까지 코로나19 백신 1억 회분을 공급하고, 7월 말까지 추가로 1억 회분을 더 공급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미국은 막대한 양의 백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13일 "우리에겐 이미 mRNA 방식 백신 6억 회분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사용허가를 받은 mRNA 백신 개발사는 모더나와 화이자 두 곳으로, 둘 다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들이 막대한 양의 백신을 자국에 배정하면서 미국은 '부스터 샷'(백신 면역 효과를 보강하기 위한 추가 접종) 계획을 수립할 만큼의 여유를 부리고 있다.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접종 대상 인구는 2억6000만 명이다. 백신 6억 회분은 이들 모두에게 2번씩 접종해도 남는 분량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 상반기 도입이 확정된 1800만회 분량을 쪼개 당초 목표로 삼았던 상반기 접종 대상 1200만 명에게 나눠줘야 할 처지다. 김우주 고려대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을 둘러싼 한국 상황은 결코 좋지 않다. 이대로 가면 11월 집단면역 달성이 요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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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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