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평생 나눔의 삶..봉사로 '명장' 칭호 얻은 속초 김상기씨
"쉽게 돈을 주는 것 대신 삶을 내어줄 때 진정한 변화 찾아와"
(속초=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30여 년간 그가 실천해온 나눔 실천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5년 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김상기(당시 61세) 씨에게 국민훈장을 수여하며 했던 말이다.
김씨의 굵직한 봉사를 헤아려보면 우선 1983년부터 심장병, 백혈병, 뇌성마비 등을 앓는 소외계층에게 치료와 수술을 지원하고 있다.
불우 학생과 약시 노인들에게 안경을 무료로 제공하고, 농어촌을 순회하면서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게 기초적인 시력 검진을 무료로 진행해왔다.
또 보청기 봉사단과 협업해 필리핀, 중국, 사이판, 캄보디아 등에서 시력 및 청력 무료검진과 수술을 지원하고, 불우 아동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해외 봉사활동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1998년부터 지금까지 초·중·고·대학생 1천176명에게 장학금 4억1천242만원을 후원하고 있다.
1991년에는 소년소녀가장들을 위해 임대주택 8채의 보증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국선 보조인으로 춘천지법에서 30년 넘게 위기청소년을 위한 변론 활동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역의 소외된 이웃을 위해 김장김치, 떡 등 음식 나눔과 저소득가정 학생 교복 맞춰주기, 결식아동에게 사랑의 도시락 전달하기, 청소년 상담, 멘토 활동 등 크고 작은 봉사를 멈추지 않고 있다.
평생을 바친 봉사 비결이 궁금해 김씨가 일하는 속초시로 찾아갔다.
환한 미소로 기자를 반기는 김씨는 나눔의 원동력으로 가난과 신앙을 꼽았다.
1955년 속초에서 가난한 어부의 둘째로 태어난 김씨는 제대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공장을 다녀야 했기에 아픔과 좌절이 컸다.
청소년기를 방황하며 보내던 그는 교회에서 "가난한 이웃을 도우라"는 설교를 듣고 '나처럼 불행한 청소년들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 뒤 친구들과 함께 적은 돈을 모아 어려운 동네 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시작했다.
당시 김씨의 월급은 지금 돈으로 30만원 남짓이었다.
하지만 친구들과 일일 찻집, 산동네 연탄배달 등을 하며 자신보다 더 힘든 청소년들을 도와나갔다.
김씨는 "한때는 너무 힘들어 품지 말아야 할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며 "하지만 차라리 죽을힘으로 청소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말했다.
그 뒤로는 마음먹은대로 평생을 바쳐 봉사의 삶을 이어갔다.
김씨의 주위로 많은 봉사자가 모이기 시작했다.
나눔이 이어질수록 이들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 더 많이 보였다.
봉사는 체계를 갖추고자 사단법인 한국늘사랑회와 재단법인 늘사랑장학문화재단이 세워졌다.
누군가는 날카로운 말로 김씨를 아프게 찔렀다.
"저게 다 정치권에 진출하려고 벌이는 쇼다. 알고 보면 사기꾼 같은 놈이다"
때로는 도움을 건넨 이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그의 이름을 빌고자 사기꾼이 들러붙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는 지치지 않았고 정부는 그의 헌신을 인정해 2016년 12월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김씨의 이름 뒤에 붙는 수식어는 그의 선행만큼 많다.
한국늘사랑회·늘사랑장학문화재단 이사장,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 강원 청소년문제연구소장, 속초경찰서 선도심사위 전문위원, 속초가정행복연구소대표, 속초교육지원청 학폭위원장, 강원북부교도소 귀휴심사위원….
하지만 그는 '봉사 명장'이라는 이름을 가장 좋아한다.
지난해 2월 강원도는 그를 자원봉사 명장으로 선정했다.
이는 누적 봉사활동 1만 시간 이상 봉사자에게 주는 상이다.
김씨는 2011년 자원봉사센터에 봉사 시간 등록을 시작해 9년 만에 1만3천125시간을 달성했다.
하루 8시간 봉사만 인정되기 때문에 김씨의 실제 봉사 시간은 이보다 훨씬 많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는 기자에게 김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심장병 수술을 지원한 어린이가 수술장에서 숨을 거둔 순간은 수십 년이 지나도 마음 아프다고 했다.
이어 자신이 도운 비행 청소년이 나이 들어 다시 나타나 '아빠'라고 부르며 주례를 서달라고 할 때는 너무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어려운 이를 돈으로 돕는 건 쉽지만, 삶을 내어줄 때 진정한 변화가 찾아온다"며 "주변에 무거운 짐을 든 할머니를 돕는 것부터 실천하면서 내 주변을 따뜻하게 만들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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