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말곤 친구도 만나지 마"..과도한 집착도 데이트 폭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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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28)씨는 지난해 여름 7년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가족 외에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허락하지 않은 남자친구 탓에 이씨는 친한 친구들도 마음대로 만나지 못했다.
오랜 기간 해외에서 지내다가 한국에 들어온 이씨에게 남자친구는 믿고 기댈 수 있는 존재였다.
갈등이 있을 때마다 남자친구가 이씨 탓을 해도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순응한 채 그렇게 길들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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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과할 경우 가스라이팅·신체폭력으로 발전
연인관계 객관화·교육 등 사회적 경각심 필요
직장인 이모(28)씨는 지난해 여름 7년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지난 7년은 악몽과도 같은 시간의 연속이었다. 가족 외에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허락하지 않은 남자친구 탓에 이씨는 친한 친구들도 마음대로 만나지 못했다. 오랜 기간 해외에서 지내다가 한국에 들어온 이씨에게 남자친구는 믿고 기댈 수 있는 존재였다. 갈등이 있을 때마다 남자친구가 이씨 탓을 해도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순응한 채 그렇게 길들어져 갔다. 하지만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직업을 갖게 된 뒤 자존감을 되찾은 이씨는 지금껏 받은 통제는 사랑이 아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이별을 택했다.
최근 유명 연예인이 과거 연인 사이이던 동료 배우에게 과도한 통제와 집착을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예계 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를 마냥 연예계 가십거리로 지나칠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연인의 도 넘는 집착과 통제로 크고 작은 고통을 겪은 이들이다. 어긋난 소유욕은 심각한 데이트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연인 사이의 과도한 통제행위에도 사회적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리랜서 박모(27)씨는 이번 연예인 소식을 접하는 순간 예전 여자친구가 떠올랐다. 그는 “옛 여자친구는 본인이 원하는 걸 들어주지 않으면 ‘자해하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정말 나쁜 놈인가’ 싶어 죄책감이 들고 여자친구가 잘못된 선택을 할까봐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앞의 두 사례처럼 상당수 연인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상대방에 대한 통제에 길들어져 있다. 형사정책연구원의 2017년 연구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71.7%가 연애상대의 행동을 통제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수시로 누구와 있는지 확인하거나 옷차림을 제한하고, 통화가 될 때까지 전화를 거는 행동 등이 주를 이뤘다.
문제는 이러한 통제행위가 ‘가스라이팅’과 같은 정서적 착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김도연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 소장은 “가스라이팅은 ‘내가 아니면 누가 너를 받아주겠니’와 같은 말로 상대방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며 정서적 학대가 이뤄진다”며 “가스라이팅 피해자들은 대인기피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헤어진 남자친구의 통제에 길들어진 이씨는 “다툴 때마다 항상 내 잘못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에 지금도 내 의사를 드러내지 못하고 남들의 눈치를 많이 본다”고 말했다. 과도한 통제가 신체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연인이 자신의 통제행위에 반발할 경우 일부는 가족과 친구를 위협하거나 살해를 협박하는 등 더 폭력적으로 행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2010년 ‘통제행동’을 데이트폭력의 범위에 포함했다.
전문가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연인 간 통제행위가 데이트폭력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당사자는 물론 사회 전반의 경각심이 제고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 소장은 “갈등이 생겼을 때 ‘모든 원인을 나에게만 전가하고 있지 않은지’ 등 연인과의 관계를 보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가스라이팅을 통한 데이트폭력에 대처하는 사회적 교육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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