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75세이상 백신접종 "1차 완료"..숨은 조력자들 '눈길'

이수민 기자 2021. 4. 18. 08: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12명 통장들, 어르신 5461명 모든 절차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
광주 서구 75세 이상 어르신 백신접종을 위해 주민자치위원들이 어르신 댁에 방문해 이동을 돕고있다. (광주서구 제공) 2021.4.18/뉴스1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광주 서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75세 이상 백신 1차 접종 을 완료에 크게 기여한 숨은 조력자들의 노력이 알려지면서 훈훈한 감동을 주고있다.

앞서 서구는 지난 1일부터 13일까지 75세 이상 어르신 5461명에 대한 화이자 접종을 실시했다.

광주 권역에서는 최초로 화이자 접종을 시작해 '선구자' 역할을 했던 서구의 백신 접종 현장을 따라가봤다.

◇ 양동 전승연 통장 "치매 어르신 손 꼭 잡고 다녔어요"

지난달 25일 서구청은 백신접종 계획 수립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어르신들에게 어떻게 하면 접종 동의서를 빠르게 받아낼 수 있을지, 또 접종 당일에 어떻게 어르신들의 이동을 신경써야 할지 막막했다.

서대석 서구청장과 허후심 주민자치과장 등은 고민 끝에 각 통장들을 '단톡방'에 소환했다.

많은 대화와 아이디어가 쏟아졌고 통장들이 직접 담당 구역으로 가 동의서를 받아오기로 결정했다.

서구청은 통장들에게 페이스쉴드 1000매와 마스크 5000매를 지원했고 통장들은 적극적으로 동의서 받기에 돌입했다.

412명의 통장들은 '이틀' 만에 어르신 5461명의 동의서를 모두 받아냈다.

양동 우진아파트 전승연 통장은 "79명 어르신의 동의서를 받았다. 귀가 어두우셔서 여러 번 말씀을 반복하시는 어르신 댁에는 1시간씩 붙잡혀 있기도 했다"며 웃었다.

전 통장은 "동의서를 받는 건 시작에 불과했다. 어르신들을 한분씩 접종센터에 모실 때에도 꽤 애를 먹었다"고 했다.

앞서 서구 주민자치과는 예비비를 활용해 대형버스 238대를 임차했다. 접종센터까지 걸음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쉽게 모시기 위해서였다.

버스 업체 선정 또한 공정했다. 한두업체에만 몰아주는 것이 아닌 지역 내 업체에 골고루 분배했다.

각 통장들은 매 접종 때마다 버스에 올라 어르신들의 이동을 도왔다.

전승연 통장은 "치매 어르신 한 분을 집에서부터 접종센터까지 신경써서 챙겼었다"며 "신분증을 두고 나오시거나 화장실에서 길을 잃는 등 소동이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르신의 손을 꼭 잡고 있는데 어르신께서 '통장 맡아줘서 고맙다. 딸 같다'고 말해주셔서 너무도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 85세 심상예 할머니 "나한테만 신경 써주는 줄 알았을 정도야"

"곧 있으면 백신을 맞는다는데 언젠 줄 모르니 답답했어. 근데 딱 아파트에서 광고 소리가 나더랑께?"

지난 1일 광주 서구 농성동 한 아파트에 사는 심상예 할머니(85)는 거실에 앉아 있다가 백신 접종 안내를 듣고 깜짝 놀랐다.

"고령자 순으로 예방접종을 진행합니다. 해당자에게는 전화가…"

뉴스를 보거나, 직접 구청에 전화를 해야만이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던 접종 정보가 집에 가만히 앉아서도 안내되니 궁금증이 풀렸다.

시장을 보러 다녀올 때 아파트 현관을 보고도 놀라움은 계속됐다. 아파트 게시판에도 예방접종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며칠 간격으로 통장이 집에 찾아왔다. 하루는 동의서를 받는다고, 하루는 예진표를 받는다고. 예진표를 미리 작성하면 센터에서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며 꼼꼼히 예진표 작성을 도와줬다.

심 할머니는 "나이가 먹으니 손도 덜덜 떨리고 글씨도 잘 안 보여. 근데 딸내미 같은 통장이 와서 그거를 다 써주고, 설명해주고 하니 좋았지"라고 말했다.

접종이 끝난 이후에도 구청의 관심은 계속됐다. 접종 당일 두번, 다음 날, 셋째 날, 넷째 날까지 주말도 상관없이 몇 차례나 전화를 걸어 아픈 데는 없는지 물었다.

할머니는 "나한테만 잘해주는 줄 알았는데 그거를 모든 사람한테 다 해준 거라고?"라며 말한 뒤 "어이구. 시간도 없었을텐데 참으로 기특하네. 고마워"라고 감사를 표했다.

◇ 광주 서구청 주민자치과 한신영 주무관 "모두가 조력자입니다"

성공적 백신접종을 마쳤다고 평가받는 데에는 서구청 주민자치과의 노력이 가장 컸다.

그 중에서도 실무자로서 약 2주간 매일 밤 잠을 설쳤다는 한신영 주무관은 칭찬에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저 하나가 아닌 우리 모두가 조력자"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매 접종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그때마다 신속히 파악하고 곧장 대책을 마련했다.

특히 매 접종일마다 20~30명씩 발생하는 노쇼 인원을 대비해 예비 명단을 준비해 화이자 백신의 낭비를 방지한 것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있다.

백신 1차 접종이 모두 마친 상황에서 주민자치과 동료들과 함께 주민 만족도와 개선 사항에 대한 평가도 진행했다.

그는 "걸음이 어려운 어르신을 위해 휠체어도 추가하고 의자 배치도 하자는 의견이 나와 검토 중에 있다"며 "성황리에 접종을 마쳤지만 아직도 주민들을 위해 더 노력할 게 많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허후심 주민자치과장은 "백신 접종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겠지만 그 상황에서도 통장부터 어르신, 실무자까지 모두가 적극적이게 접종에 나서준 덕분에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20일부터 5월4일까지 2차 접종이 시작된다. 1차를 잘 해낸 만큼 2차 접종에는 주민들이 더 쉽고 편리하게, 안전하게 접종에 임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광주 서구가 75세 이상 어르신 백신접종을 위해 버스를 대절해 접종센터 이동을 돕고있다. (광주서구 제공) 2021.4.18/뉴스1

breath@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