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재건축 가격 상승에 부동산 정책 궤도 수정하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4·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의 주택 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받고 있다. 오 시장은 취임 전부터 재건축, 재개발을 포함한 부동산 정비사업의 규제 완화를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부동산 정비사업 규제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오 시장의 취임 전후 부동산 공약 진행 방향과 속도에 대해 정리했다.
'스피드 주택 공급'에는 오 시장이 과거 서울시장 재직 당시 도입한 '장기전세주택'을 '상생주택'으로 바꿔 5년 안에 7만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상생주택'은 민간토지 임차형 공공주택을 의미한다.
또 기존 서울시에서 계획한 7만5000가구를 공급하면서도 ‘모아주택' 3만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모아주택은 소규모 필지를 소유한 이웃끼리 공동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이다. 오 시장은 "(모아주택은) 방치되고 있는 단독주택을 이용한 통합개발 정책으로 소형 재건축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재개발정비사업조합 관계자들과 만나서는 "취임 100일 내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으로 제2종 일반주거지역 7층 이하 규제를 폐지하겠다"고도 했다. 개발 공간 확보와 관련해서는 총 11개 자치구 내 위치한 서울지하철 1~9호선 구간의 지상 공간을 지하화하고 지하철 역사 주변의 고밀 개발을 통해 여유 공간을 확보해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오 시장은 서대문구 인왕시장을 찾아 "이렇게 주택 생지옥을 만들어놓고도 문재인 대통령은 한 번도 무릎 꿇고 사죄한 적이 없다"며 재건축과 재개발의 활성화로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오 시장은 취임 직후 8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서두르다가, 또 동시다발적으로 많이 하다가 주변 집값을 자극해서 오히려 시민 여러분께 누를 끼칠 가능성도 있다"며 "신속하지만 신중하게 하겠다"고 전했다. 선거 전 '신속한 주택 공급'을 재차 강조했던 오 시장이 '신속하면서도 신중한 주택 공급'으로 부동산 정책 노선을 변경했다.
오 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부동산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국회와 서울시의회, 국토교통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을 두고 '오 시장이 약속한 공약을 실행에 제대로 옮기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는 시각이 생겼다. 이에 10일 오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제대로 된 재조사를 바탕으로 근거를 갖고 건의하면 중앙정부도 끝까지 거절할 수는 없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다음날인 12일 오 시장은 곧바로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주택 공급 방안을 마련하고 집값 상승 방지대책을 생성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서울시는 정부의 협조 없이 자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민간 재건축·재개발 토지거래허가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의 공약인 '민간 주도의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 및 규제 완화'는 정부가 실행 중인 '공공 주도 개발' 정책과 대립하고 있다. 8일 홍남기 부총리는 부동산시장점검회의를 통해 "최근 압구정 등 일부 초고가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가 나타나는 등 강남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계획한 대로 주택공급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으로 바뀐 것뿐이라며 "국민의힘이 주도해 법이나 조례를 바꿀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오 시장의 부동산 공약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부동산정책협의회를 열어 "당 차원에서 오 시장 부동산 정책의 조속하고 원만한 추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회 차원에서는 국토교통위원회, 당내에서는 부동산시장정상화특위가 입법을 지원하고 여야 간 협의를 통해 입법이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은 4월 둘째주(12일 기준) '아파트가격동향'을 공개했다. 서울은 전주보다 0.02%포인트 높아졌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둔화세를 타는 것과 비교하면 반대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약속한 오 시장이 선거에서 낙승하고 곧바로 서울시장에 취임했기에 나타난 '오세훈발 효과'로 해석한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이끈 곳은 재건축, 재개발 등의 정비사업 단지들이 몰린 지역들이다. 규제 완화 기대지역으로 꼽히는 노원, 영등포와 압구정, 잠실 등 강남권이 대표적이다.
[이석희 기자/김진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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