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제한속도 10km 감속했더니..택시요금 차이 얼마나?

박기원 2021. 4. 1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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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도심에 걸린 ‘안전속도 5030’ 홍보 현수막


■오는 17일 '안전속도 5030' 시행

어제(17일)부터 '안전속도 5030'이 전국에서 시행됐습니다. 2019년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개정된 지 2년 만입니다.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를 제외한 일반도로의 차량 제한속도는 50㎞, 주택가와 학교 주변 이면도로는 30㎞ 이하로 제한됩니다.

'안전속도 5030'의 추진 목적, 바로 교통사고 감소 효과입니다. 도입에 앞서 전국 68개 구간에 시범 도입했더니 전체 사고는 13.3%, 사망자는 63.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잘 닦아놓은 도로에 50㎞가 웬 말이냐?', '출퇴근 시간이 더 길어질 것 같다', '택시 요금은 누가 감당하나?'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 제한속도 시속 50㎞와 60㎞, 택시요금 차이는?

경상남도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직접 비교해보기로 했습니다. 출근 시간인 평일 오전 7시, 경남 창원 도심에서 택시 2대가 동시에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한 대는 제한속도 시속 60㎞로 달리고, 다른 한 대는 50㎞로 달려 걸린 시간과 택시요금을 비교했습니다. 시민 1명도 같이 탑승해 시간을 직접 쟀습니다.

실험구간은 창원 도심을 통과하는 7.5㎞ 구간! 제한속도 60㎞와 50㎞, 30㎞ 구간이 섞여 있는 도로입니다. 주요 관공서와 공단이 밀집해 평소 차량 통행이 잦고, 걸어서 출근하는 직장인과 등교하는 학생들도 많은 곳입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 사거리를 출발해 용지로와 웅남로를 지나 토월초등학교 삼거리까지 가는 실험 구간


택시 두 대는 막히지 않는 구간에서 간격이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신호대기와 정체가 반복되자 서서히 간격이 좁혀졌고, 20여 분 뒤 목적지에 다다랐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시속 50㎞로 달린 택시의 걸린 시간은 24분 32초, 요금은 9천 700원이 나왔습니다.

시속 60㎞로 달린 택시는 목적지까지 24분 26초, 요금은 똑같이 9천 700원이었습니다.

제한속도 시속 50㎞로 달린 택시와 60㎞로 달린 택시의 시간 차는 불과 6초, 요금은 차이가 없었습니다.

■ 출퇴근·야간 시간 17차례 반복했더니

경상남도는 같은 실험을 17차례 반복했습니다.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의 영향 등 변수를 최소화하고, 주행 시간대별로 분석하기 위해서입니다.

출근 시간은 오전 7시~오전 9시, 퇴근 시간은 오후 5시~ 오후 7시, 야간은 밤 9시~밤 10시에 측정이 이뤄졌습니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것은 퇴근 시간입니다. 제한속도를 10㎞ 낮춰 달렸을 때 목적지 도착 시간은 1분 2초가 차이 났고, 요금은 83원 더 나왔습니다.

평균 주행속도를 분석했더니 출·퇴근 시간의 평균 주행속도는 시속 20㎞ 안팎, 야간은 25㎞ 정도로 나왔습니다. 목적지까지 걸린 시간은 제한속도보다 신호 체계에 따라 차이가 났습니다.

같은 구간을 17차례 반복 주행한 안태생 전국모범운전자 연합회 경남지부 사무국장은 "시속 50㎞로 운전할 때 평소 운전하는 속도보다는 조금 느리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시간은 큰 차이가 없었다"면서 "목적지까지 걸린 시간은 속도의 영향을 받기보다 신호 체계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경상남도는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사흘 동안 17차례 반복한 주행실험의 평균치를 발표했습니다. 제한속도를 10㎞ 낮춰 주행했을 때 시간 차이는 평균 40초, 택시비는 18원 더 나왔습니다.

제한속도를 10㎞ 낮춰 7.5㎞ 구간을 17차례 주행했을 때 걸린 시간과 택시요금 차이


■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

출퇴근 시간, 1분 1초가 급한 운전자들은 '안전속도 5030'의 필요성이 와 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정책을 시행한 부산 등에서는 보행자뿐만 아니라 운전자 사망 사고 모두 줄어드는 효과를 봤습니다.

2017년 9월, 부산 영도구는 '안전속도 5030'을 시범 도입했습니다. 시행 전과 비교했더니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24.2%, 보행사고 사망자는 37.5% 줄었습니다.

속도를 낮추면 크게 다칠 위험도 줄어듭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실험 결과 자동차가 보행자를 시속 30㎞로 충돌했을 때, 시속 60㎞로 보행자를 충돌했을 때보다 중상 가능성이 6배 넘게 줄었습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가 된다"며 "보행자가 소중한 내 가족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정책 시행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박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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