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제한속도 10km 감속했더니..택시요금 차이 얼마나?
■오는 17일 '안전속도 5030' 시행
어제(17일)부터 '안전속도 5030'이 전국에서 시행됐습니다. 2019년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개정된 지 2년 만입니다.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를 제외한 일반도로의 차량 제한속도는 50㎞, 주택가와 학교 주변 이면도로는 30㎞ 이하로 제한됩니다.
'안전속도 5030'의 추진 목적, 바로 교통사고 감소 효과입니다. 도입에 앞서 전국 68개 구간에 시범 도입했더니 전체 사고는 13.3%, 사망자는 63.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잘 닦아놓은 도로에 50㎞가 웬 말이냐?', '출퇴근 시간이 더 길어질 것 같다', '택시 요금은 누가 감당하나?'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 제한속도 시속 50㎞와 60㎞, 택시요금 차이는?
경상남도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직접 비교해보기로 했습니다. 출근 시간인 평일 오전 7시, 경남 창원 도심에서 택시 2대가 동시에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한 대는 제한속도 시속 60㎞로 달리고, 다른 한 대는 50㎞로 달려 걸린 시간과 택시요금을 비교했습니다. 시민 1명도 같이 탑승해 시간을 직접 쟀습니다.
실험구간은 창원 도심을 통과하는 7.5㎞ 구간! 제한속도 60㎞와 50㎞, 30㎞ 구간이 섞여 있는 도로입니다. 주요 관공서와 공단이 밀집해 평소 차량 통행이 잦고, 걸어서 출근하는 직장인과 등교하는 학생들도 많은 곳입니다.
택시 두 대는 막히지 않는 구간에서 간격이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신호대기와 정체가 반복되자 서서히 간격이 좁혀졌고, 20여 분 뒤 목적지에 다다랐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시속 50㎞로 달린 택시의 걸린 시간은 24분 32초, 요금은 9천 700원이 나왔습니다.
시속 60㎞로 달린 택시는 목적지까지 24분 26초, 요금은 똑같이 9천 700원이었습니다.
제한속도 시속 50㎞로 달린 택시와 60㎞로 달린 택시의 시간 차는 불과 6초, 요금은 차이가 없었습니다.
■ 출퇴근·야간 시간 17차례 반복했더니
경상남도는 같은 실험을 17차례 반복했습니다.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의 영향 등 변수를 최소화하고, 주행 시간대별로 분석하기 위해서입니다.
출근 시간은 오전 7시~오전 9시, 퇴근 시간은 오후 5시~ 오후 7시, 야간은 밤 9시~밤 10시에 측정이 이뤄졌습니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것은 퇴근 시간입니다. 제한속도를 10㎞ 낮춰 달렸을 때 목적지 도착 시간은 1분 2초가 차이 났고, 요금은 83원 더 나왔습니다.
평균 주행속도를 분석했더니 출·퇴근 시간의 평균 주행속도는 시속 20㎞ 안팎, 야간은 25㎞ 정도로 나왔습니다. 목적지까지 걸린 시간은 제한속도보다 신호 체계에 따라 차이가 났습니다.
같은 구간을 17차례 반복 주행한 안태생 전국모범운전자 연합회 경남지부 사무국장은 "시속 50㎞로 운전할 때 평소 운전하는 속도보다는 조금 느리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시간은 큰 차이가 없었다"면서 "목적지까지 걸린 시간은 속도의 영향을 받기보다 신호 체계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경상남도는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사흘 동안 17차례 반복한 주행실험의 평균치를 발표했습니다. 제한속도를 10㎞ 낮춰 주행했을 때 시간 차이는 평균 40초, 택시비는 18원 더 나왔습니다.
■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
출퇴근 시간, 1분 1초가 급한 운전자들은 '안전속도 5030'의 필요성이 와 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정책을 시행한 부산 등에서는 보행자뿐만 아니라 운전자 사망 사고 모두 줄어드는 효과를 봤습니다.
2017년 9월, 부산 영도구는 '안전속도 5030'을 시범 도입했습니다. 시행 전과 비교했더니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24.2%, 보행사고 사망자는 37.5% 줄었습니다.
속도를 낮추면 크게 다칠 위험도 줄어듭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실험 결과 자동차가 보행자를 시속 30㎞로 충돌했을 때, 시속 60㎞로 보행자를 충돌했을 때보다 중상 가능성이 6배 넘게 줄었습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가 된다"며 "보행자가 소중한 내 가족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정책 시행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박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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