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이대론 안돼]①이주노동자 88만명..인권 정책은 제자리

최대호 기자 2021. 4. 1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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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관련 기관에서조차 차별..이주노동자 상황 악용 사업주도
인권단체 "사업장이전제한 등 차별 요소 담긴 법·제도 개선 필요"

[편집자주]중소규모 공장이나 농어촌의 부족한 일손을 채워주는 인력이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90만명에 육박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없으면 우리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까지 왔지만 이들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열악한 노동환경은 말할 것도 없고 거주권과 인권 침해 사례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뉴스1은 이주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4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2월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이주노동자 기숙사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2.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전국=뉴스1) 최대호 기자 = "좌회전이 허용되지 않은 교차로에서 좌회전 하던 트럭에 부딪혀 늑골골절 등 진단을 받았지만 미등록 체류자라는 이유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출입국관리사무소 보호실에 구금됐다."

"중국음식점에 취업하면서 사업주에게 첫 3개월 간 임금을 이탈보증금으로 내야했다. 하루 13시간씩 2년간 일했다. 임금과 퇴직금 체불액이 1600만원에 달해 노동청에 진정을 하니 사업주는 경찰에 불법 체류자 신고를 했다."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생활하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미나리 농장 사업주에게 체불임금 지불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건 숙소 내 식수 중단과 내쫓김이었다. 노동청에 체불임금 진정을 하자 농장주는 '영업을 방해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실제 겪은 인권침해 사례들이다.

최근 충북 보은에서는 한국인 농장 관리인이 외국인 노동자 숙소 곳곳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농장 관리인은 여성 외국인 노종자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처럼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는 현재도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36만7000여명에 이른다. 이는 당시 국내 주민등록 인구 대비 4.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중 3개월 이상 장기 체류 외국인은 168만8000여명, 취업자는 88만4000여명으로 나타났다. 미등록 체류자는 35만 5000여명으로 추정됐다. 전체 국내 체류 외국인의 15%로, 20명 중 3명은 불법 체류자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당시 이주민을 대상으로 공공기관에서의 차별 받은 경험에 대해서도 조사했는데, 상당수가 이주민 관련 기관에서조차 차별이나 무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답했다.

국내 체류 3개월 이상 이주민 대상 설문조사(비확률 표본조사 방식)에서 유효응답으로 판단된 510부에 대한 분석 결과 29.7%가 노동청 또는 고용센터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했으며, 25%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한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한국사회 전반에 만연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2017년 다문화 외국인 등 이주민 관련 단어를 포함하는 트윗 1만개를 빅테이터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 연관 단어로 '동남아, 비하, 반대, 혐오, 추방' 등이 추출됐고, '불법체류자' 연관 단어로는 '저학력, 새끼, 혐오, 결사반대' 등 단어들이 포함됐다.

특히 한국계 중국인 즉 '조선족'이라고 비하하는 표현으로 자주 사용되는 용어의 연관 단어에는 '식인, 장기, 납치' 등 범죄 관련 용어가 많았다.

민주노총 인천본부,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이 지난해 12월 인천지검 청사 앞에서 코로나 시기 이주민 혐오 발언에 대한 모욕죄 고소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이주노동자평등연대 제공) /뉴스1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 관련 정부보고서를 심의했던 대한민국 담당 국가보고관은 "한국사회에서 이주민들이 노동력을 제공해 국가의 부를 창출하고 있음에도 그에 따른 대가를 공정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외국인노동자 지원단체 한 관계자는 "미등록 이주민은 범죄 피해를 입거나 이를 목격해도 신분 노출을 우려해 신고를 꺼리게 되고, 이를 잘 아는 가해자들이 그들의 취약성을 고의로 이용하기도 한다"며 "각종 권리 구제 절차가 진행 중인 미등록 이주민의 경우 '(미등록 체류)통보의무 면제'가 아닌 '통보 금지'로 전환하는 방향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영섭 이주평등연대 집행위원은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사업장 이전에 제한이 걸려 있다. 증명하기 힘든 차별이나 괴롭힘이 있어도 일을 그만 둘 수 가 없다. 사표를 내고나면 비자를 잃게된다"며 "외국인 노동자 인권 사각지대를 없애려면 우선적으로 이들에게 적용된 사업장변경제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장변경제한 뿐만이 아니다. 근로조건·건강보험·체류기간·산업재해 등 법과 제도 전반에 차별이 많은데, 사업주의 이해와 관계기관의 관리 편의 등에 의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sun07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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