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태미넴' 재보선 스타 된 태영호 "'답정너' 방식으론 MZ세대와 대화 못해"
"우리 애들도 '아빠 생각에서 그런 게 나올 수 없는데' 하더라"
"젊은 층 문제는 사회 구조적 문제…20대에 눈길 돌리는 게 첫걸음"
"60·70 애당심 있어 지지, 20·30 주류 된다면 그렇지 않을 것"
"김정은도 공급 늘리는 방향으로 주택 정책…文 배워야"
4·7 재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는 58.2%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유권자 과반이 투표권을 행사한 광역단체장 재보선이 됐다. 특히 서초(64.0%), 강남(61.1%), 송파(61.0%) 이른바 강남 3구는 투표율 상위 3개 구에 오르며 높은 투표율을 이끌었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가장 많이 지지한 상위 3개구로 나타나기도 했다. 강남구가 73.54%로 가장 높았고, 서초 71.02%, 송파 63.91% 순이었다.
서울 강남갑 국회의원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이색 선거운동으로 지역구 지지율을 높게 이끌며 '스타'가 됐다. 태 의원은 '태미넴(태영호와 미국 가수 에미넴을 합친 말)'이 돼 랩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지지를 호소했다. '태록홈즈(태영호와 영국 작가 코난 도일이 쓴 소설 셜록홈즈의 주인공 셜록홈즈를 합친 말)'가 되어 사전 선거 부정 우려를 불식시키며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태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태영호 TV'에 이러한 이색 선거운동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올렸는데 랩을 하는 동영상은 14만명 이상이 조회했다. 태 의원이 춤을 추며 노래로 지지를 호소한 영상은 25만명이 넘게 봤다. 지난 15일 만난 태 의원은 '스타가 된 소감이 어떠냐'는 물음에 멋쩍은 듯 "아이참"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지난 총선 때는 건널목에서 인사를 해도 여성들은 다 비켜갔는데 지금은 비켜 가는 사람은 없다"며 "지나가시다가도 내가 랩 하던 게 생각나셨는지 '히히'하고 웃고 가시더라"고 했다. '젊은 층과 장벽이 허물어진 것 같다'던 태 의원의 그을린 얼굴 양쪽에는 마스크 끈 자국이 하얗게 남아 있었다.
이번 보선에서 국민의힘 강남갑 당원협의회는 목표 지지율을 63%로 잡았지만 이보다 높은 70%대의 지지율을 얻었다. 태 의원은 웃는 얼굴로 "선거 때 몸으로 뛰며 도와준 당원들에게 주려고 한다"며 당원들의 선거운동 사진 등이 담긴 '4·7 재보궐선거 강남갑 백서'를 내보였다. 그러면서 "당이 지도부에서 당원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며 "당을 대중적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
태 의원은 이색 선거운동의 배경에 대해 묻자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해서 좀 재미있게, 흥이 나게 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 번은 압구정동 사거리에서 선거 운동을 마쳤는데 사람들이 가기 싫어하며 더 놀자는 분위기였다. 선거운동의 틀을 바꿔보자 했는데 성공했다고 본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태 의원은 이색 선거운동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우리 애들도 '아빠 생각에서 그런 게 나올 수 없는데'하고 믿지 않더라, 지역에서도 '내가 생각했다 하면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보좌진 가운데 3명이 20대"라며 "이 친구들과 20대의 마음을 얻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보니 이런 것들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고 했다.
태 의원은 "취업, 부동산, 결혼 등 젊은 층이 직면한 문제가 많은데 솔직히 이야기하면 이건 전반적인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어느 한 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20대에 눈길 돌리고 20대가 뭘 생각하고 있을까,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뭘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첫걸음일 것"이라며 "이런 모습들을 보이고 20대의 생각을 이해하면 결국 20대도 '저런 사람과는 우리도 대화가 되겠다'는 흐름을 만들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태 의원은 "지금 20대는 공정에 대단히 민감하다. 아쉬운 건 참을 수 있지만 억울한 것은 못 참는 게 20대의 심리"라며 20대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정당 문화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태 의원은 "앞으로 공정한 정당 문화를 만들려먼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가 돼선 안 된다"며 "60대 70대는 애당심이 있어서 당을 비판하더라도 당이 결정을 내리면 '미워도 내 새끼'라는 마음으로 지지해주지만 앞으로 20~30대가 대한민국의 주류세력이 된다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각 당원협의회에서 당원들과 토의해서 의견을 모으고, 그것이 중앙당에 반영되는 하나의 흐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합당, 원내대표 문제 등이 당에서 논의될 수는 있지만, 과도하게 노출되면 시민들께서 보시기에 보궐선거 이기더니 벌써 승리에 도취해 싸운다고 보여진다"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은 좋지만 당이 사분오열하거나, 지역 정당, 계파정치로 가는 게 아니냐 할 정도로 국민의 기대심에 맞지 않는 행동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태 의원은 "선거에서 이겼으니 당권은 어떡할 거냐 이럴 게 아니라 당 차원에서 지역구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은 모두 지역에 내려가서 주민께 감사 인사를 드리라고 하고, 그 다음에 당의 문제에 대해 논의했어야 했다"고도 했다.
태 의원은 보선 직후 페이스북에 "이번 선거에서 20대 청년들이 우리 당 후보를 지지해주었다. 이제는 정말 우리 당이 청년들을 위해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20대가 실망하여 떠나갈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20대의 마음을 이끌었다는 안도보다는 왜 여전히 '이대녀(20대 여성)'들의 표심을 얻지 못했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태 의원은 이에 대해 "(이번 선거에) 제일 열 받을 분들이 20대 여성이라고 생각했는데 투표 결과를 열어보니 생각보다 적었다"며 "우리 당이 '꼰대 이미지'를 털어버리고 20대 여성들의 마음까지도 얻어야 한다"고 했다.
태 의원은 "지난 4·15 총선 때는 피켓을 들고 건널목에서 시민들께 인사를 드려도 여성들은 다 비켜갔다"며 "그만큼 비호감이 강했던 것"이라고 했다. 태 의원은 "지금은 (보선 승리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하면 비켜 가는 사람은 없다"며 "지나가시다가도 내가 랩 하던 게 생각났는지 '히히'하고 웃고 가시더라. 젊은 층 사이에 있는 장벽이 허물어져서 그들이 웃으면서 다가올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태 의원은 'MZ세대(밀레니엄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말)가 한국 사회의 새로운 에너지가 될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청년들을 정치에 많이 진출시키고 내세워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당헌·당규에 비례대표 공천을 할 때 청년 할당을 주도록 한다거나, 지역구 배정을 할 때 청년 정치인에게 가산점을 주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청년 정치인을 위한 정치자금을 당에서 지원한다든지 하는 구조적 문제 해결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태 의원은 'MZ세대를 대변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냐'는 질문에는 '부동산 문제'를 꼽았다. 태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투기 억제를 통해 주거 복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정했지만, 25번의 정책에도 결국 실패했다"며 "이제는 민간에서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법을 통해 부동산 투기 억제가 집값 상승을 막는다는 판을 바꿔나가야 집값도 떨어뜨리고, 필요한 곳에 공급량도 늘어나 청년 주거 안정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태 의원은 최근 북한이 연이어 신도시 건설을 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나 북한이나 민심을 얻는 데 가장 중요한 문제는 주택문제"라며 "김정은이 정권을 쥐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게 주택 공급"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도 김정은처럼 (주택 정책을)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며 "김정은도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주택 정책을 하는데 우리 대통령은 왜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는지 그건 김정은에게 좀 배워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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