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TALK] AZ 이어 얀센마저 부작용..백신 연관 '희귀 혈전증' 뭐길래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이어 존슨앤드존슨(J&J) 계열사 얀센 백신에서 접종 후 ‘희귀 혈전증(혈액 응고)’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국내 접종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백신 접종을 앞둔 국민의 혈전 발생 공포가 커지는 이유다. 전문가 도움말을 통해 ‘혈전증’은 어떤 질병인지,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두 백신에서 유독 발생하는 것인지 등을 알아봤다.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기관 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긴급회의를 열고 전날 얀센 코로나19 백신 접종 중단 권고를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CIP는 안전 여부 판단을 보류한 채 "혈전증 발생 위험을 평가하기 위한 시간과 추가 자료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의 얀센 백신 접종은 며칠 더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약품청(EMA)도 "미국 등에서 일부 발생한 혈전 부작용 사례를 검토 중이며, 평가를 마친 후 새로운 권고를 내릴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스페인과 스웨덴, 벨기에 정부도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얀센 백신 접종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는 30세 미만 연령대는 ‘혈전 논란’이 불거졌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 대상에서 제외했다. 덴마크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완전히 중단키로 했다고 AFP통신이 지난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접종 계획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완전히 제외한 국가는 덴마크가 세계 처음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두 개의 백신에서 유독 혈전증 부작용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되지만, ‘바이러스 벡터 백신’ 자체의 드문 부작용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미국 보건당국에서도 이러한 인과관계에 무게를 둔다. 피터 마크스 미국 식품의약국(FDA)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소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백신과 혈전증 부작용 발생 간)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면서도 "가능성 있는 원인은 다른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에서 일어나는 것과 비슷한 기제"라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의 백신은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전달체)’ 백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특이한 혈전 생성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백신 전달체 자체가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다만 아직 추정에 불과하며, 추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혈전은 생체 내부를 순환하는 혈액 일부가 혈관 안에서 피가 굳어진 덩어리를 말한다. 혈전증 이란 혈전으로 혈관이 막히는 현상을 일컫는다. 혈전증 발병 원인은 혈류의 느림, 응고 과다, 혈관 손상 등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입원, 수술, 임신, 경구피임약, 암, 감염 등이 혈전증을 유발할 수 있다. 혈전증이 발생한 장기 위치와 혈관 종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임성원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는 "특히 호르몬제제나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들은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어도 혈전증이 발생할 수 있어서 증상이 발생하면 반드시 병원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주의해야 할 혈전 사례는 일반적 혈전과는 차이가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의 연관성을 인정한 희귀 혈전증은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뇌정맥동혈전증’(Cerebral venous sinus thrombosis, CVST)과 ‘내장정맥혈전증’(Splanchnic vein thrombosis)이다.
의료계는 희귀혈전증의 경우 접종 후 4일에서 20일 사이 발병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혈전이 잘 나타나지 않는 부위인 뇌정맥동 및 내장정맥에서 발생한다. 백신 접종 뒤 이 시일 내 극심한 두통이나 복통이 지속되거나 시야 흐림, 호흡곤란과 가슴통증, 다리의 부기, 접종 부위 이외에서 피하 출혈 반점 등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종합병원급 이상 큰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한다면 나을 수 있다.
검사 지표는 혈소판 감소 증상과 PF4-헤파린 항체 검사 양성 반응이다. 일반적 혈전과 희귀 혈전증은 차이가 있다. 일반적 혈전은 혈액 흐름 정체, 혈관 손상, 응고기능 이상 등의 영향으로 발생하지만, 희귀 혈전증의 발생 기전은 백신과 연관된 자가면역질환으로 추정된다.
백신이 유발하는 희귀 혈전증 치료를 위해서는 혈액 전문의에게 의뢰해야 한다. 헤파린 및 혈소판 수혈은 금지되며, 항응고치료를 위해서는 경구약(리바록사반, 에독사반, 아픽사반, 다비가트란등) 또는 주사제(아가트로반)를 사용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혈전증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중증 악화와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예방접종자용 안내문을 보완, 혈전증 의심사례를 안내하고, 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해 조기에 인지해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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