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평가 62%' 文 대통령..'화합형 총리' 내세워도 레임덕 못 막을 듯
與 의석 압도적이지만 협치 필요해진 상황에서
'김부겸 총리' 카드 등장…野와 친분 깊고 온건
국정기조 변화 없고, 與 변화도 없는 상황에서
총리 한 명 바뀌어 성과 못 낸다는 비판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30%에 턱걸이한 16일, 문 대통령은 정세균 국무총리 후임으로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명했다. 온건한 품성의 TK 출신 여권 비주류 총리를 내세워 임기 말기 안정적 국정운영을 하기 위한 인사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4·7 재보궐선거 참패에도 국정 기조가 바뀌지는 않고, 민주당에서는 친문(親文)이 더 강해졌기 때문에, '김부겸 카드'로 다가오는 레임덕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가 사상 최고치인 62%에 이른 상황에서 반전 기회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부겸, 국민의힘 측과도 친분 깊어
문 대통령이 4·7 재보선 참패 후 선택한 국무총리는 이례적이다. 과거 정권은 대통령과 함께 임기를 마칠 국무총리는 정치인이 아닌 관리 능력이 뛰어난 행정가가 주로 발탁돼 왔다. 김영삼 정부 말기 고건 총리, 노무현 정부 말기 한덕수 총리 등이 대표적이다.
비록 김 후보자가 온건하고 합리적인 성품이라는 평가를 받기는 하지만, 보기 드문 TK 출신 민주당 정치인이라는 색깔도 뚜렷하다. 오히려 이 점이 임기 말기 문재인 정권이 국정 동력을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인 30%를 기록했다. 부정평가 또한 62%로 최고다. 문 대통령 반대 여론은 대구·경북(TK)에서 가장 높다. 이 점에서 민주당 중진이지만 비주류인 'TK 총리'는 지지율을 다소 높일 수 있는 카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김 후보자가 지명되는 데에는 대구 출신인 점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가 모두 호남 출신이었기 때문에, 임기 말 지역 안배 차원에서 김 후보자를 발탁했다는 것이다.
'협치'도 김 후보자를 발탁한 이유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1%, 국민의힘 지지율은 30%를 기록했다. 호감도는 국민의힘 34%, 민주당 30%로 국민의힘이 더 높았다. 비록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를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4·7 재보선 후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를 추진하려면 야당 협조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김 후보자도 총리 지명 발표 후 첫 메시지로 '협치'를 말했다. 이날 인사 발표 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연수원 앞에서 기자들을 만난 김 후보자는 "협치와 포용, 국민통합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야당에 협조 구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한나라당에서 정치를 시작해,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등 국민의힘 측과도 친분이 깊다. 김 교수는 "김 후보자 뿐 아니라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모두 강성 친문이 아니고, 통합과 대화를 중시한다"고 했다.
◇민주당 親文이 득세…국정기조 전환도 안 해
그러나 김 후보자를 지명할 때 기대한 것만큼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와 달리 민주당에서는 친문 세력이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16일 실시된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조국 사태 반성'을 말한 비문 박완주 의원이 아닌 친문 핵심 윤호중 의원이 큰 표차로 새 원내대표로 뽑혔다. 윤 의원은 정견 발표에서 "개혁의 바퀴를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면서 "검찰 개혁, 언론 개혁을 흔들리지 않고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한 원인으로 '검찰 개혁'으로 추진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이 꼽히는데,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또 4·7 재보선 참패 후에도 국정기조가 전환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청와대는 이날 개각을 단행하면서도 기존 국정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변창흠 장관 후임으로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을 국토교통부 후보자로 발표하면서, "부동산 부패 청산이라는 국민적·시대적 요구를 충실히 구현할 것"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같은 여권 상황에 대해 "사람만 바꿀 게 아니라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은 부동산 적폐 때문에 불만이 쌓인 게 아니라 집값을 잡으라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바뀌지 않겠다'는 이야기"라고 이날 인사 문제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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