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기 '포비아'까지 덮쳤다..백신 수급불안·부스터샷에 연일 '빨간불'
상반기 1200만명 접종 목표 위태, 미국발 '3회 접종' 추진에 더 위기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이형진 기자 = 더딘 코로나19 백신 수급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 주사기 안에서 이물 발생 사례까지 나와, 국가 예방접종 행보에 더욱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불행중 다행으로 이물 발생에 따른 부작용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 터진 신뢰 문제가 예방접종 참여율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물 발생 신고후 정부 대응이 한참 늦었던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주사기 내 '혼방 섬유' 들어가 70만개 수거…"이상반응 사례는 없어"
18일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백신 주사기 내 이물 발견 신고 건수는 총 21건이다. 해당 주사기는 '최소잔여형(LDS)'으로, 당국은 일부 주사기 안에서 섬유질로 보이는 이물이 발견돼 사전 조치로 해당 주사기 70만개 수거 조치를 했다. 16일 기준 약 63만개 수거가 완료된 상황이다.
LDS 주사기는 버려지는 백신 물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스톤과 바늘 사이 공간이 거의 없도록 만든 특수한 제품이다.
질병청은 앞서 국내 기업들과 약 4000만개의 LDS 주사기 구매 계약을 했다. 현재까지 신고된 21건 중 19건이 A사 제품이다. B사는 1건, C사도 1건이다. 이 가운데 교체가 필요해 진행 중인 제품이 A사의 것이다. 수거되는 70만개 주사기 외 50만개는 이미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위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청과 식약처는 해당 주사기 사용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이물인 섬유질은 제조소 작업자의 옷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식약처 관계자는 "섬유질에 대한 시험분석 결과 아크릴릭 폴리에스터 계열의 혼방 섬유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해당 이물의 주사기 바늘 통과는 어려워 이상반응 발생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회수 조치가 늦어졌다는 시각이 나와 더 큰 문제로 거론된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질병관리청, 식약처, 조달청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첫 이물 신고는 의료기기 전자민원창구를 통해 경북지역서 2월 27일 이뤄졌다. 신고된 21건 중 지역별로는 서울이 5건, 경기 6건, 인천 1건, 부산 3건, 충남 1건, 경북 3건, 경남 2건이다.
하지만 3월 19일이 돼서야 선제적으로 아직 사용이 안 된 주사기 70만개에 대한 사용 중지 조치가 이뤄졌고 사흘 뒤인 3월 22일부터 최근까지 수거가 진행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최소잔량주사기 품질관리를 위해 업체 현장지도 및 제품 기술지원을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1200만명 접종목표에 200만명분 부족
백신접종에 대한 신뢰를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백신 수급'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국내 도입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물량이 많아 접종계획이 제대로 가동될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정부는 올 상반기 1200만명 이상 접종을 완료하고 3~4분기 접종분을 더 늘려 11월 안에 전국민의 70% 이상이 항체를 갖는 '집단면역'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현재까지 확정된 상반기 도입 백신물량은 약 1000만명분(1~2차 접종 완료분)이다. 따라서 당초 계획한 목표량을 채우진 못한 상황이다. 물론 LDS 주사기를 활용하면 쥐어짜낸 잔여량으로 더 많은 사람을 접종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양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양이 넉넉하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1200만명 접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당초 2분기 도입을 계획했지만 아직 도입 일정이 결정되지 않은 모더나와 얀센 백신 등이 제때 채워져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얀센 백신의 '혈전(피떡)' 논란, 모더나 백신의 '미국 우선공급' 이슈가 엎친데 덮친격이 되고 있다.
정부는 얀센 백신의 혈전 부작용 사례에 대해 검토를 하면서도 원래 계획대로 600만명분 도입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같은 혈전 이슈가 나온 AZ백신처럼 얀센 백신에 대해서도 30세 미만 접종불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나온다. 앞으로 30세 미만에 대한 접종 계획에 더욱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모더나 백신은 자국 우선 공급 계획이 일부 외신에서 거론되면서 전세계 수급 불균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미국 외 지역은 유럽에서 원액과 완제품을 생산하여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 경우 국내 수급에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보수적인 유럽내에서도 수출 제한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여전히 우려감이 남는다.
◇미국발 '3번 접종' 시동…국내 물량 확보 더 비상
가뜩이나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백신 효과 지속을 위해 이른바 '부스터 샷(추가 접종)'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나타나 물량 확보에 더욱 비상이 걸렸다.
부스터 샷이 현실화하면 백신 선진국들이 앞다퉈 물량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처럼 백신을 만들지 못한 후발 국가는 백신 확보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다국적 제약사이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현재시간) 미국 방송사 CNBC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 완료 후 12개월 내로 1회분 추가 접종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1~2차 접종을 마친 뒤 6~12개월 사이에 세 번째 접종을 받은 후 매년 다시 접종을 받는 게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백신 정책을 담당하는 데이비드 케슬러 수석과학담당자도 '부스터 샷'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는 하원 코로나19 대응 특별위원회에 참석해 "부스터 샷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모더나 역시 최근 "백신을 3회 맞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방역당국도 '부스터 샷' 해외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배경택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하 추진단) 상황총괄반장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과학적 자료를 받지 않아 해당 자료를 가지고 전문가들과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7일 오후 경기 하남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를 현장점검하며 "정부는 안정적인 백신 수급 및 11월 집단면역 형성에 차질이 없도록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l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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