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수년째 표심 엇갈린 이대남·이대녀.."젠더갈등 이젠 줄여야"
(서울=연합뉴스) 이명환 신다현 인턴기자 = '72.5%대 40.9%'.
지난 7일 KBS, MBC, SBS 등 방송 3사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동 출구조사 결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투표한 것으로 예측된 18∼29세 남성과 여성 비율이다.
무려 31.6%포인트 차이가 났다.
이는 60세 이상 남녀간 차이 3.1%포인트의 10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40대와 50대 남녀 지지율 격차 4.4%포인트, 6.1%포인트와도 확연하게 다른 양상이다.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 간 표심 차이는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구조사에서도 비슷했다.
'이남자·이여자'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20대 남녀의 표심 차이는 이번 선거에서 처음 나타난 게 아니다.
4년 전 대통령 선거 직전 시행된 여론조사나 작년 총선 출구조사 결과 등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젠더 관련 이슈에서 이견 '뚜렷'
남녀간 표심 차이가 확연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20대 유권자들을 접촉해 보니 여당이 보선 원인을 제공하고도 후보를 낸 점이나 불공정성 해결 노력이 미진한 점 등에 실망했다는 의견은 남녀 모두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오 후보를 찍었다는 여대생 한지원(가명·24세)씨는 "성(性) 비위를 저질러놓고도 당헌·당규까지 바꿔가며 기어이 후보를 낸 여당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20대 남녀 간 견해 차이는 젠더 관련 이슈에서 크게 나타났다.
20대 남성 유권자 일부는 정부의 여성 친화적 정책으로 역차별받았다고 느껴 여당 후보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취업준비생 이태현(가명·27세)씨는 "성평등과 여성 인권 향상을 내세운 정책은 여성 특혜가 주를 이루는 것 같다"며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특정 계층만이 아니라 남녀를 가리지 않는 보편적인 인권 향상이 이뤄지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반면 일부 여성 유권자는 성평등 정책이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 강한 성평등 공약을 내세우는 군소정당에 우호적인 입장을 내비치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여성의 기타정당 후보 지지율이 15.1%로 20대 남성(5.2%)은 물론 60대 여성(0.4%), 30대 여성(5.7%)보다 크게 높은 점이 이러한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20대 여성들이 주로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 '타******'는 게시판에 "대선에서 보수 정당 견제하려고 더불어민주당을 뽑았는데 너무 실망스럽다"며 "사표가 돼도 상관없으니 여성의당에 소신 투표할 것"이라고 적었다.
일부 여성은 사회에서 양성평등이 잘 실현되면 자연스럽게 젠더 간 인식차와 갈등이 줄어들겠지만 자칫 차이가 심해지면 20대 남녀가 따로 갈라져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학생 서도희(가명·21세)씨는 "출구조사 결과에서 20대 남녀가 크게 차이 난 것을 보고 놀랐다"며 "차별받고 있다고 느끼는 부분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남녀 모두의 목소리를 듣고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양성평등 정책이 실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남·녀 표심 차이 더 벌어지나…"공정한 양성평등 정책 필요"
전문가들은 20대 남녀가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경향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젠더 이슈에 대한 20대 남녀 간 인식차가 좁혀지기보다 갈수록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같은 20대지만 남녀가 느끼는 어려움이 극명하게 다른 것이 근본적 문제"라며 "젠더 갈등이 이슈화되며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기 선거에서도 남녀 간 다른 선택을 하는 경향이 확고해져 차이가 더 부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15∼39세 청소년·청년 1만101명을 대상으로 성평등 인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서는 20대의 성별 불평등 인식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이루다'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 논란이 일자 일부 남성 누리꾼이 남자 아이돌을 애정 관계로 엮어낸 2차 창작물 '알페스'(RPS·Real Person Slash 줄임말)를 비판하며 맞서기도 했다. 두 사건을 상대성별에 대한 비난 도구로 사용하며 젠더 갈등으로 번진 것이다.
불법촬영 반대 시위와 같은 성범죄 근절 움직임이 맞불 시위 등 젠더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대의 젠더 관련 인식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성평등 관련 정책을 더욱 신중하고 균형적으로 수립하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가정하는 일부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평등 정책 기조가 여성 우선 배려로 편중돼 남성들의 반발심이 나타난 것"이라며 "남녀 모두의 목소리를 반영한 양성평등 정책으로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hwanee1026@yna.co.kr shinda020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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