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로남불' 청산없이 '내로남불' 수렁에서 나오겠다고?

최경민 기자 2021. 4. 1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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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읽어주는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2017.5.6/뉴스1

"내로남불의 수렁에서 하루속히 빠져나오겠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9일 밝힌 취임 일성이다. 4.7 재보궐선거 참패의 원인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서 찾은 것이다.

적절한 처방이라는 평가였다. 부동산 폭등,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등돌린 2030세대의 여론 등 각종 패배 원인이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내로남불 당'이라는 민주당의 이미지가 악재로 작용했다는 문제의식이다.

뉴욕타임스(NYT)도 민주당 패배의 원인을 '내로남불(Naeronambul)'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했을 정도다. NYT는 "한국인들은 문재인 정권 진보 인사들의 위선적인 행동에 대한 냉소를 키워왔고, 이를 '내로남불'이라 불렀다"고 썼다. NYT가 '내로남불'의 대표적 예시로 든 것은 2019년 '조국 사태'다. "특권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무색하게 됐다"는 평가와 함께였다.

사진=NYT 홈페이지 캡처

실제 한국 사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내로남불'의 아이콘 격이다. 그를 일컫는 별명 중 하나가 '조로남불(조국+내로남불)'이기도 하다.

조 전 장관이 받고 있는 뇌물수수 등 11개 혐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입시비리 등으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받은 점은 조 전 장관 측 및 강성 지지층의 주장대로 대법원 판결 이후로 판단을 유보해도 된다. '조로남불'의 가장 강력한 증거는 그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책, 강연 등에 남긴 발언이기 때문이다.

그는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 등은 원래 취지에 따라 운영되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자신의 딸 조민씨는 외고를 다니면서 '외국어'와 관계없는 '의사'가 되기 위한 스펙을 쌓았다.

조 전 장관은 "논문의 기본은 갖춰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잠을 줄이며 한 자 한 자 논문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있다"고 말했지만, 정작 조민씨는 고등학교 시절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또 "장학금 지급 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지만, 56억원의 자산가의 딸인 조민씨는 '유급'에도 6연속 꼼꼼하게 장학금을 챙겼다.

자신 일가의 의혹에 대한 책임을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태도 역시 '조로남불'에 해당한다. 조 전 장관은 과거 "최종 재판 결과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은 대법원 판결 때까지 시민의 입, 손, 발을 묶어놓고 국가기관 주도로 사건의 진실을 농단하려는 수작"이라는 글을 썼던 적이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

'조로남불'은 자녀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조 전 장관은 교수의 정무직 진출을 규제할 수 있는 규정 제정 등을 주장했고, 폴리페서들은 사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정작 자신은 2017년 5월 청와대 민정수석 임명 후 장기간 서울대에서 강의를 하지 않고 있다.

정책도 '조로남불'이다. 2012년 트위터에 "선거철 되니 또 토목공약이 기승을 부린다"며 가덕도신공항 건설 비판 입장을 적었지만, 최근에는 '가덕도 노무현국제공항'이라는 명칭까지 제안했다. 말이 바뀌었다는 비판에는 "찾느라 수고많았다. 생각이 바뀌었다"고 반응했다.

조 전 장관은 남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신에게는 관대했다. 사람들이 조 전 장관의 '범죄' 여부 이전에 '조로남불'에 질린 이유다. 정치인, 혹은 오피니언 리더의 자격이 없다고 본 것이다. '조국 수호'를 전면에 내세웠던 민주당에는 자연스럽게 '내로남불 당'의 이미지가 오버랩됐다. 괜히 NYT가 민주당 참패의 이유로 '내로남불'을 들며 그 예시로 '조국 사태'를 든 게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윤호중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김태년 전 원내대표와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1.4.16/사진제공=뉴스1

그런데 16일 선출된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조국 사태'에 대해 "지난해 총선을 통해 충분히 국민의 평가와 심판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조국 사태'가 있었음에도 지난해 총선에서 180석 가까이 얻는 압승을 거뒀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재보궐선거 참패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권 주자들의 말도 비슷하게 수렴되고 있다. '조국 사태'에 대해 송영길 의원은 "지나간 일"이라고, 홍영표 의원은 "검찰개혁의 문제를 조 전 장관의 개인적 문제와 연결해 평가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우원식 의원은 "하나씩 잘라내서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이 '조국 사태'를 털어낼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초선 5인방이 '조국 사태'를 선거의 패인으로 지목했지만, 이런 목소리는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에 무릎꿇고 있다.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조응천 의원, 김해영 전 의원의 목소리는 김어준씨의 "그렇게 하면 망한다" 한 마디에 정리되고 있다.

지난 선거의 패인으로 '내로남불'을 꼽은 도종환 위원장, 그리고 민주당에 이제 질문을 던질 차례다. 도대체 '조로남불'의 극복없이 어떻게 '내로남불'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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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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