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날 보고도 뒤돌아서는 꿈을 꿔요"ㅣ한민용의 오픈마이크

한민용 기자 2021. 4. 1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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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7년 전 그날의 모습입니다. 누구도 구해주지 않는 배 안에서, 20여 명을 구해낸 생존자가 있습니다. '왜 나는 살아남았을까', 머릿속을 맴도는 이 질문 끝에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벌이기도 했던 '생존자' 김성묵씨의 목소리를 오픈마이크에서 담아왔습니다.

[기자]

[여보세요. (네.) 여기 배가 침몰되는 거 같아요. (배가 침몰해요?)]

[(여보세요.) 여기 배가요… 침몰했어요.]

[아 나 무서워. 나 살고 싶어.]

[엄마 정말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정말.]

제주 출장길에 올랐던 그날.

그 바다에서 살아남은 지도 어느덧 7년이 흘렀습니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이곳에서는 아무도 그가 '세월호 생존자'라는 사실을 모릅니다.

[김성묵/세월호 생존자 : (직장) 복귀를 했는데 일을 못 하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퇴사를 하게 됐고. 일용직으로 좀 몸을 혹사시키면서 일을 했어요. 일이 안 되더라고요. 일하다 말고 자해도 해보고…]

[현재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시고, 안전 우려 사고에 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성묵/세월호 생존자 : 방송에 따라서 가만히 대기하고 있다가 학생들 먼저 헬기로 갈 수 있도록 도와드렸고…90도에 가까운 각도였기 때문에 20m 정도의 가파른 절벽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소방호스를 연결시키고 했는데도 아이들 입장에서는 힘에 겨워서 못 넘어오는…]

[내 옆으로 올 수 있겠어?]

[못 움직이겠어.]

[너무 무서워.]

[청와대인데요. 영상 갖고 있는 해경 (배가) 도착했어요? 그 배가 빨리 와야 된다니까요. (예.)]

책임 있는 자 그 누구도 사람들을 구조하지 않는 사이 20여 명을 살려냈지만, 여전히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김성묵/세월호 생존자 : 이제 마지막에 탈출을 도울 수도 없는 상황이 됐었을 때 아이들이 그런 말을 했었어요. '아저씨 이제 어떡해요'라고, 그 어떤 말도 해줄 수가 없었어요. 그냥 어른들 믿고 있었고 그걸 따르고 있었고. 그 표정은 잊을 수 없어요. 내가 물에 빠져 있는데 나를 본 사람이 뒤돌아서서 가는 꿈. 아이들한테도 내가 그러지 않았었을까…]

사람들은 그를 '의인'이라 불렀지만, 그는 스스로를 이렇게 부릅니다.

[김성묵/세월호 생존자 : 살인방조자라고…구명조끼 안 입었던 친구한테 벗어주지 못했던 거. 왜 안 입었냐고 그랬더니 모자라서 친구 줬다고…그 얘기 듣자마자 구명조끼를 풀었는데 매듭이 안 풀리더라고요. 구명조끼 안 입은 친구가 사망자 중에 있었다는 걸 알고 되게 너무 미안해요. 정말 큰 잘못을 했고…]

살아남은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김성묵/세월호 생존자 : 그들이 밀어줘서 물살에 밀려나온 건 아닌가. 그렇다면 그분들을 위해서 뭐라도 해야겠는데…'진상 규명' 그거 하나 매달려 온 거죠.]

지난해, 청와대 앞에서 50일 넘도록 단식을 한 이유입니다.

[김성묵/세월호 생존자 : 국정원, 기무사 자료(확보)는 하나도 없었고… 특수단을 만들어라. 김학의 사건도 그랬고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고 만들어졌잖아요. 단 한 명도, 제 앞에 왔었던 사람도, 그냥 왔다 그냥 갔어요.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안 했어도 단 한 명도 안 죽었을 거예요. 사고에 대처를 안 한 건 국가예요. 공무원들이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되고.]

세월호 참사 재수사를 위해 출범한 특수단은 지난해 해경 지휘부 11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내년 6월까지 활동기간이 연장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는 구조가 적절했는지, 정확한 침몰 원인은 무엇인지 조사할 예정입니다.

(영상그래픽 : 박경민 / 연출 : 홍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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