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화이자 · 모더나 양손에 든 미국..'얀센 접종 중단' 도박

김수형 기자 2021. 4. 1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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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접종 350만 명…백신 접종 팀플레이 살아난 미국

미국의 백신 상황은 예상대로 남아돌아 주체를 못 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백신 물량이 충분히 풀리면서 대다수 사람들이 예약을 잡아 접종을 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접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도심지에서 조금 벗어나면 예약도 필요 없이 그냥 걸어가서 바로 접종할 수 있는 곳도 꽤 생기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이 실제로 많아지면서 바깥 활동에 자신감도 높아졌습니다. 미국의 하루 코로나 백신 접종자는 35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사실 말이 350만 명이지, 엄청난 숫자임에는 분명합니다. 사흘이면 서울 인구보다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트럼프 정부에서 볼 수 없었던 연방정부, 주정부, 민간 업체들의 유기적인 팀플레이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대규모 접종소에서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군인들이 컨베이어 벨트 돌리듯 접종하는 곳도 있고, 대형 병원은 물론 접근성이 좋은 대형 마트, 약국에서도 코로나 백신을 접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하루 7만 명 대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백신이 없던 시절의 7만 감염자와 백신이 있는 지금은 공포의 체감도는 현저하게 다릅니다. 특히 접종이 대부분 끝난 어르신 사망자가 크게 줄어서, 사회 전반의 공포는 크게 줄었습니다. 아이들 학교 등교가 시작되고, 식당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는 주(州) 들이 많아지면서 '코로나 터널의 끝'이 임박했다고 사람들이 감을 잡고 있습니다. 물론 변이 바이러스에 확산에 대한 경고음이 여전히 울리고 있고, 미시간 주 같은 경우는 입원 환자가 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망자가 급격히 늘지 않고 있고, 변이 바이러스도 기존 백신으로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다는 소식에 위안이 되는 분위기입니다.


얀센 (미국에서는 존슨앤드존슨을 따서 J&J라고 더 많이 표현합니다) 백신은 '한 방 백신'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두 번이나 가지 않아도 되고, 일단 한 번만 맞고 시간이 지나면 코로나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노숙자, 서류 미비자 등 이른바 사회 취약 계층이 한 번만 맞으면 되기 때문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720만 명 접종에 부작용 6건…갑자기 나온 백신 접종 중단 권고

CDC와 FDA가 공동으로 내놓은 얀센 백신 접종 중단 권고는 사실 좀 느닷없었습니다. 이미 720만 명 넘게 접종을 한 백신이었는데, 혈전 부작용 사례 단 6건이 발생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사망자가 한 명이 있었지만,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은 게 사실이어서 이걸로 접종 중단까지 결정하는 게 맞는 건지 의아했던 게 사실입니다. 사망자에게는 큰 충격임에는 분명하지만,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사망 원인을 백신이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단 접종 중단 권고가 나오니 접종소에서는 얀센 백신이 모두 빠졌습니다. 워싱턴DC에서 가장 큰 접종소인 컨벤션 센터에 가봤더니 여기는 화이자로 전부 대체한 상황이었습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하루 2천 명 이상 얀센 백신을 접종 해왔습니다. 미국에서도 얀센 백신의 혈전 부작용은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접종소에서는 화이자 백신을 맞아서 좋다는 사람도 여럿 볼 수 있었습니다. (얀센처럼 한번 맞는 게 더 좋지 않냐고 했더니, 회사에서 백신 접종일에 휴가 내게 해줘서 두 번 맞는 게 더 좋다며 웃는 분도 있었습니다.) 미국 전역으로 보면 접종소 4곳 가운데 1곳은 얀센을 취급했다는데, 순식간에 이 백신들은 전부 냉장고에 들어간 겁니다.

제시카 화이자 백신 접종자

미국 보건 당국의 접종 중단 권고는 역시 파장이 컸습니다. 당장 다른 나라들도 수입을 보류하거나 접종을 따라서 중단하는 경우들이 속출했습니다. 한참 논란이 일었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처럼 얀센이 미국에서 논란이 대상이 된 것 만은 분명합니다. CDC 외부 전문가 자문 회의에서 사용 중단 권고를 풀지 말지 결정도 못하고 일주일에서 열흘 뒤 쯤 다시 결론을 내리기로 해 이런 어정쩡한 상태는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일단 '충분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는데, 여러 가지 추측과 궁금증이 남습니다.
 

"얀센 대체할 화이자, 모더나 충분하다"…아쉬울 게 없는 백악관


백악관 코로나 관련 전문가 기자 간담회는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 조정관 진행으로 월렌스키 CDC 국장과 파우치 소장이 삼각 화상 연결로 2, 3일에 한 번씩 진행합니다. 전문 분야를 대중의 언어로 전달하는데 워낙 훈련이 잘 된 분들이라 코로나 사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이들의 역할은 여전히 막대합니다.

얀센 백신 접종 중단 권고의 이유에 대해서 월렌스키 CDC 국장은 세 가지로 설명했습니다. ① 얀센 백신 접종 이후에 의료진들이 접종자들을 적절하게 관찰하고 문제가 생기면 대처해야 한다는 걸 경고할 필요가 있다는 점. ② 추가 부작용 사례가 보고될 수 있다는 점. ③ 외부 전문가 그룹이 백신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이번 사건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 연구 소장은 정치적인 맥락을 잘 아는 인물답게 이번 사건으로 백신 접종 거부가 확산할까 신경을 많이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번 중단 결정으로 백신 거부가 확산될 게 아니라 이렇게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걸 보여준 만큼 안전성에 대한 대중의 자신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이언츠 백악관 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① 취임 100일 내 2억 명 접종 ② 5월 말까지 성인 누구나 맞을 수 있도록 물량 확보하겠다는 목표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7월 말까지 6억 회 분량의 화이자, 모더나 백신이 보급될 것이기 때문에 얀센 백신을 대체할 충분한 물량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자이언츠 조정관 말을 들으면 백신의 안정성이 계속 논란이 되면 얀센은 버리고 가겠다는 의도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Public Trust(백신에 대한 대중의 신뢰)위한 백신 접종 중단'이 음모론 누를까 


트럼프 정부 시절, 워낙 마스크도 안 쓰고, 백신도 안 맞겠다고 선언하는 사람이 많아서 백신 접종이 잘 될까 바이든 대통령조차 걱정하는 시각을 보이기도 했었지만 지금까지는 아주 순조롭게 진행된 게 사실입니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백신에 대해서 반신반의하던 그룹이 원래는 20%정도 됐는데 이제는 이들이 거의 10%대로 줄었습니다.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인플루언서들과 실제 맞아보니 좋더라는 주변인 들의 권유가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절대 접종 불가 그룹이 25%정도 됐는데, 이들이 줄기는 했지만 20% 미만으로 내려가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은 강성 공화당 지지자들(트럼프 지지자)과 거의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Monmouth대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공화당 지지자의 43%는 백신 접종 절대 불가라고 의사 표시했습니다.(다른 조사를 보니 미 해병대 40%도 접종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켄터키 주에서는 백신 접종자가 320만 명이 되기 전에 코로나 봉쇄 조치 안 푼다는 주지사 결정에 반발해 사람들이 주 의회 앞에 몰려가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내가 백신을 맞든 말든 왜 주지사 당신이 접종을 강제 하냐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입니다.
켄터키 주 의회 앞 백신 반대 시위


트럼프 대통령 퇴장으로 관심도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미국 사회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음모론 그룹의 주장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전히 백신에 대한 수많은 허위 주장을 열심히 퍼 나르며 백신의 위험성에 대해서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SNS의 음모론 그룹이야 원래 그런 사람들이라고 한다지만, 일부 폭스 뉴스 진행자들까지 적극적으로 백신의 위험성에 대해서 발언하고 있습니다. 이번 얀센 백신 중단은 정부가 말하지 않은 더 큰 위험이 있는 거다, 얀센 백신은 효능이 없는 거라는 식의 폭스 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의 발언은 페이스북, 트위터에서 엄청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성명서를 냈는데, "FDA가 화이자를 더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백신에 대한 보건당국의 결정을 업계 알력 다툼으로 인한 차도 살인으로 치환하는 트럼프식 받아치기는 여전했습니다.

이번 FDA, CDC의 얀센 백신 접종 중단 권고는 트럼프 대통령 시절의 전과를 씻기 위한 다소 과격해 보이는 조치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를 독감에 비유하면서 마법처럼 사라질 거라는 어록을 남기며, 마스크도 안 쓰고 돌아다니던 트럼프의 난장은 아직도 강하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반과학적인 행태에 보건 당국이 제대로 목소리를 못 냈던 게 사실입니다. '심기 경호'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CDC, FDA 수장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면서 제대로 목소리를 못 냈던 숱하게 많은 일화가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과 불화를 각오하고 거의 유일하게 목소리를 냈던 파우치 소장이 바이든 정부에서도 전염병 대응 총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차 범위 내에 있는 부작용이라도 일단 접수가 됐으니 면밀히 검토를 해서 이래서 문제가 없다고 판정을 내리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특정 그룹에 부작용이 집중된다면 접종을 피해야하는 주의 사항 등을 달고 다시 접종을 재개하지 않을까 예측됩니다. 그 기준은 미국식 스탠더드가 돼 전 세계가 거의 그대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고, FDA, CDC는 얀센을 딛고 과거의 권위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짐작됩니다.

사실 이런 시도는 잘못하면 얀센 백신 자체를 망가뜨릴 위험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나중에 나왔고, 남아공에서 임상이 진행돼 안 그래도 면역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일부 지자체장들이 초반에 얀센 안 받겠다고 발언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번 접종 중단 사태로 더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여서 대중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게다가 얀센에 대한 불신은 다른 백신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국민 건강에 우려가 되는 건 아무리 작은 거라도 확인해 제대로 공지하는 게 백신에 대한 Public Trust를 만드는데 낫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팬데믹 와중에 이런 도박에 가까운 과감한 행동은 화이자와 모더나라는 큰 떡을 양손에 들고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그 물량을 싹쓸이한 미국이기 때문에 별 걱정 없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의 백신 접종이 지금보다 더 빨리 진행돼서 미국이 더 이상 백신에 집착하지 않는 단계가 최대한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미국인이 최우선이지만 더 필요가 없으면 다른 나라도 돕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어제 백악관 코로나 브리핑에서 얀센 백신 문제 생겼는데 화이자, 모더나 백신 더 살 계획은 없냐는 촉구성 질문이 나왔는데, '그만 좀 샀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백악관이 얀센 접종 중단 사태에도 백신을 더 살 계획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김수형 기자se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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