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피해 신고하겠다" VS "아파트 부끄럽다".. 택배 갈등에 입주민도 양분

현화영 2021. 4. 1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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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동구 고덕동 5000세대 규모의 지상공원형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진 이른바 '택배 전쟁'이 택배 기사들의 '문앞 배송' 재개로 일단락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갈등의 씨앗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경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전국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은 택배 기사들이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로부터 심한 모욕과 협박 등을 담은 문자 폭탄을 받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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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동 아파트 단지 문앞 배송 재개됐지만, 근본적 해결책 못 찾아 갈등의 씨앗 '여전'
 
서울 강동구 고덕동 5000세대 규모의 지상공원형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진 이른바 ‘택배 전쟁’이 택배 기사들의 ‘문앞 배송’ 재개로 일단락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갈등의 씨앗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경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전국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은 택배 기사들이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로부터 심한 모욕과 협박 등을 담은 문자 폭탄을 받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택배 기사들을 응원하는 입주민들의 문자 메시지도 공개됐다.

진 위원장은 지난 16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현재 (택배를) 문 앞까지 배송해드리고 있다”면서 “‘아파트 갑질에 왜 무릎 꿇었느냐’라고 항의하는 분들도 있었다”고 상황을 짚었다.

전국택배연대노조 제공.
 
진 위원장은 아파트 입주민들의 문자 테러 내용 일부도 공개했다.

그는 “차마 방송에서 할 수 없는 내용이 많다”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이 가장 많았는데, 택배 기사분들 중에는 생활이 넉넉지 못해 손해배상 얘기만 나오면 가슴이 턱턱 막히신다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노조가 공개한 문자 메시지에는 “저거(택배) 내 것 같은데 왜 아직 저기에 있나요?”, “노조에 제 번호 알리신 거 고객개인정보 유출로 신고하겠다”, “이렇다면 재산 피해다. 소명 바란다” 등 내용이 담겨 있다.

진 위원장은 한 여성 택배 기사의 경우 현재 ‘정신적 공황 상태’를 토로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동 아파트 단지 앞에서 택배노조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이날 국민일보가 택배노조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에 따르면 일부 입주민들은 택배 기사들에게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위로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들은 택배 기사들에게 “아파트가 부끄럽다”, “합리적인 해결책 찾으시길 바란다”, “입주자대표회의가 너무한다”, “힘들고 서로 불편하게 한다. 그냥 지상으로 택배탑차가 출입하면 좋겠다” 등 응원의 뜻을 보냈다. 일부 입주민은 아파트 입구에서 항의 집회 중인 택배기사들에게 음료수를 전달했다고 한다. 

진 위원장은 아파트 측과 협의가 아직 안 된 상태로, 노조 측이 세 차례 공문을 보내 대화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했다. 노조 측에서 사과를 먼저 해야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는데, 진 위원장은 “저희가 뭘 사과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동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노조 관계자들이 탑차에서 택배 배송 물품들을 내린 뒤 손수레에 실어 개별 배송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해당 아파트는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지상 출입을 제한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택배 기사들에게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게 했지만 주차장 높이가 2.3m에 불과해 평균 2.7m에 달하는 일반 택배 차량은 진입이 되지 않았다.

저상 택배차량(높이 2.3m)만 진입할 수 있었는데, 택배노조는 저상 택배차량은 택배 기사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개조 비용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손수레를 이용해 배송하는 방법도 있지만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택배 기사들의 과로 등 체력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아파트 측은 이런 내용을 1년 전부터 택배사에 고지했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진 위원장은 “아파트 측의 안내 내용이 택배 차량 탑을 깎아서 저상 차량으로 만들어서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라는 것이었다”면서 “택배사들은 우리가 배달하면 이윤을 벌어가는 구조니까 저상으로 깎아서 배송만 하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택배노조 측은 내주부터 택배사를 향한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며, 정부가 나서서 갈등을 조정해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 2018년 4월 다산 신도시 택배 대란 당시 국토교통부는 중재에 나섰다가 ‘세금을 허투루 쓴다’는 역풍을 맞았고, 합의가 실패로 끝나자 “아파트 단지 내 택배차량 통행 거부의 경우, 자체적으로 해결방안을 찾는 것으로 정책 방향을 정리했다”고 발표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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