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효과? 잠잠하던 서울 아파트값 다시 꿈틀..'규제완화 기대감' 재건축이 주도

정순우 기자 입력 2021. 4. 17. 14:00 수정 2021. 4. 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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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의 전경. /김연정 객원기자

‘2·4 공급대책’ 이후 한동안 상승세가 주춤하던 서울 집값이 4월 들어 다시 꿈틀대고 있다. 특히 강남구 압구정동 등 재건축 아파트가 많은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이를 두고 부동산 업계에선 ‘오세훈 효과’라는 말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4·7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그가 후보 시절 내걸었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집값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오세훈 효과에 서울 재건축 시세 ‘꿈틀’

압구정동 현대4차 전용면적 117㎡는 지난 13일 41억7500만원에 거래되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직전 거래인 2월 3일엔 40억3000만원에 매매됐는데 두 달 새 1억5000만원 가까이 뛴 것이다. 이 아파트는 1977년 지어진 저층 단지로, 준공 30년을 넘겨 재건축 기대감이 높다. 같은 면적의 최근 매도 호가는 45억원까지 치솟았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4월 둘째주(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7% 오르며 전주(0.05%)보다 상승 폭이 0.02%포인트 늘었다. 전국적인 상승폭 둔화 추세와는 상반된다. 전국은 0.23%에서 0.21%로, 수도권은 0.27%에서 0.25%로, 지방은 0.19%에서 0.18%로 모두 상승 폭이 줄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2월 첫째주 이후 서서히 축소되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재·보궐 선거 이후 갑자기 상승 폭이 커졌다.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를 약속한 오 시장이 선거에서 이기고 서울시장에 취임하면서 기대감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부동산원도 “압구정·잠실 등 강남권과 노원·영등포 등 최근 규제 완화 기대지역 위주로 아파트값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노원구 아파트값은 이번주 0.17% 올라 전주(0.09%) 대비 상승폭이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상계주공10단지 전용 68㎡는 지난달 27일 8억6000만원으로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강남3구도 재건축 기대감에 0.1% 넘게 올랐다.

◇놀란 오세훈 “토지거래허가구역 검토”…추격 매수 신중해야

오세훈 시장이 취임과 동시에 서울 집값이 들썩이자 오 시장도 수습에 나섰다. 그는 지난 16일 주택건축본부로부터 주택 공급 방안 보고를 받은 뒤 “주요 재건축 단지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을 보여 걱정되고, 몇 군데에선 신고가를 갱신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시 관계자가 전했다. 오 시장은 또 “주택공급 속도가 중요하고 앞으로 그 방향으로 가겠지만, 가격 안정화를 위한 예방책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주요 재건축 단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즉시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대지 면적 18㎡(약 5.4평) 넘는 아파트를 취득할 때 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주택의 경우 매입 직후부터 2년간 실거주를 해야만 허가가 나오므로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집을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해진다. 단기적으로 매수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중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는지는 미지수다. 강남구 청담·대치·삼성, 송파구 잠실동 등이 지난해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후 거래는 급감했지만 가격은 꾸준히 올랐다. 개포동, 신천동 등 거래허가구역 바로 옆 동네로 투자 수요가 옮겨가며 가격이 급등하는 ‘풍선 효과’도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 매수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금 집값은 장기간 급등한 탓에 피로감이 심하고 정부 계획에 따라 향후 주택 공급도 늘어날 예정이기 때문에 섣불리 추격매수에 나서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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