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마르지 않는 불매 샘물..폐쇄된 조직문화가 일 키웠다

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 2021. 4. 1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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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로 불매 운동의 타겟이 된 남양유업은 잃어버린 기업 신뢰도를 되찾지 못하고 긴 수렁에 빠졌다. 국산 브랜드 중 10여년 가까이 불매 운동에 시달린 기업은 남양유업이 유일하다. 긴 시간 동안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지 못한 결과다. 이번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사태도 남양유업의 시각이 사회 구성원 대다수와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불가리스로 코로나를 막는다’는, 누구나 들었을 때 의문을 품을법한 연구결과를 내놓고도 사회 혼란을 낳을 것이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불가리스

◇또 한줄 추가된 남양유업의 흑역사=2000년대 초반 오너가의 건설사 리베이트 사건을 차치하면 남양유업의 흑역사는 2013년 시작된다. 2013년 5월 본사 영업 직원이 대리점 직원을 상대로 폭언을 한 것이 공개되면서다. 특히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수요가 많지 않은 상품을 대리점에 강매하는 이른바 ‘밀어내기’ 갑질은 큰 공분을 샀다. 일주일여만에 대국민 사과를 했으나 홍원식 회장이 사과 현장에 나타나지 않아 사과의 진실성이 없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후

결혼이나 출산을 한 여직원을 계약직으로 전환시키는 등의 사내 성차별 논란까지 터졌다. 2015년에는 남양유업이 대리점 갑질 사태로 받은 과징금이 부당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했고 공정위가 과징금 재산정을 위해 조사에 나섰으나 당시 전국 대리점 컴퓨터가 교체 돼 증거 은폐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리점 갑질 사태는 남양유업의 전유물만은 아니었지만 갑질 꼬리표는 유독 남양유업만 긴 시간 옥죄였다. 갑질 사태 이후에도 다른 논란 등이 끊임 없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홍보대행사를 통해 매일유업의 제품을 비방하는 글을 온라인 상에 지속적으로 게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이다. 홍원식 회장이 직접 경쟁사 비방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경쟁사 비방 내용을 보면 “매일유업 유기농 우유 성분이 의심된다”, “우유에서 쇠 맛이 난다”, “우유가 생산된 목장 근처에 원전이 있다” 등이다. 지난 13일 남양유업은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77.8%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면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인체 실험 등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마치 백신보다 효과가 좋은 것처럼 발표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같은 발표 결과가 주가 폭등, 사재기 등 사회 혼란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는 셈이다.

남양유업 판독기

◇'홍길동' 남양유업=흑역사가 지속되다보니 남양유업은 홍길동 전략을 택했다. 남양유업 제품이지만 남양유업 제품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우회로를 뚫었다. 남양이라는 브랜드 네임을 제품에서 축소하거나 지운 셈이다. 남양에프엔비는 건강한사람들로 교체하거나 지난 2014년 오픈한 디저트 카페 '백미당1964' 역시 남양유업이라는 브랜드를 노출하지 않고 마케팅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자체 상품에도 남양이라는 네이밍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다보니 온라인 상에서는 ‘남양유업 판독기’라는 사이트가 생겨나기까지 했다. 기업 이미지 쇄신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 없이 단순히 남양의 이름을 지워야겠다는 단편적인 전략에 소비자들은 더 철저히 남양을 지적했다. 결국 남양유업은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OEM 발주를 받아 타사 제품 생산 등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소비자들이 남양유업이 제조한 제품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발주 기업에 항의를 하면서 남양유업을 찾는 기업들의 발길이 끊기기 시작했다.

폐쇄적인 경영 시스템도 도마에 자주 오른다. 통상 기업은 증권가 애널리스트 등의 기업 탐방을 허용해 회사를 분석하는 증권가 리포트를 출시하고 주주와 소비자들과 소통을 하는데 남양유업은 회사를 사실상 개방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10여년째 뒤따르고 있다. 실제 남양유업의 최근 증권 리포트를 보면 2016년 이후 멈춰져있다. 2018년 1월 남양유업 첫 외부인사로 이정인 신임 대표를 선임했으나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것 역시 오너일가 위주의 폐쇄된 경영문화를 보여준다는 얘기도 나온다. 홍 회장의 어머니이자 1929년생인 지송죽 여사가 여전히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도 혁신과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읽힌다.

◇매출 1조 깨진 남양유업=결국 남양유업은 지난해 매출 1조 클럽에서도 내려왔다. 매출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11년 만이다. 공시에 따르면 남양유업 매출은 7.95% 감소한 9,489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익은 적자전한 해 771억 원의 손실을 냈고 당기 순손실도 535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동종업계인 매일유업의 매출액은 1조4,630억 원으로 5.0% 상승, 서울우유도 1.7% 늘어난 1조7,548억 원을 기록했다.

/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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