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코로나 폭증주범은 이중변이?..강한 전염력·백신 무력화 우려
면역 회피 통해 기존 항체 형성자도 감염시킬 가능성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엄청난 기세로 확산하는 가운데 폭증세의 주요 원인이 '이중 변이 바이러스'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강력한 전염력과 파괴력을 갖춘 신종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인도의 확산세가 대폭발했다는 것이다.
이중 변이 바이러스는 변이 바이러스 두 종류를 함께 보유한 바이러스를 말한다.
17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과 인도 언론을 종합하면 현재 인도에서는 영국발,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브라질발 변이 바이러스와 함께 이중 변이 바이러스(공식 명칭은 B.1.617)가 퍼진 상태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지난달 펀자브주 표본 조사에서 감염자의 81%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특히 이중 변이 바이러스의 파괴력에 더 주목하고 있다.
인도에서 이중 변이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인도 보건부는 이후 지난 3월 말에서야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변이 바이러스 E484Q와 L452R가 함께 나타나는 이중 변이가 발견됐다고 인정했다. 마하라슈트라주는 인도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하루에만 6만명 안팎의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마리아 밴 커코브 세계보건기구(WHO) 기술팀장은 전날 "(바이러스가) 두 변이를 함께 가졌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이 변이들에는 전염력을 높이고 (항체) 중화 반응을 약화시키며 백신의 바이러스 억제력을 방해한다는 유사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중 변이 바이러스가 코로나19 재확산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전염 상황을 추적하는 웹사이트 아웃브레이크에 따르면 지난 1월 거의 보고되지 않았던 인도 내 변이 바이러스는 4월 샘플에서는 52%에서 발견됐다.
인도의 연구자들도 현지 코로나19 확산과 이중 변이 바이러스의 연관성을 속속 인정하는 분위기다.
국립 과학산업연구위원회의 유전체학 연구소장인 아누라그 아그라왈에 따르면 마하라슈트라주 일부 지역에서는 감염자의 60% 이상에서 이중 변이 바이러스가 퍼진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 정부 기관인 인도의학연구위원회(ICMR)는 변이 바이러스의 면역 회피 능력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면역 회피는 병원체가 인체의 면역 반응 시스템을 피해 가는 것을 말한다. 면역 회피 능력을 갖춘 바이러스가 침투하게 되면 백신 접종과 과거 감염으로 항체가 생겼을지라도 다시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만약 인도의 새 변이 바이러스가 면역 회피 작용을 보인다면 인도의 백신 접종 프로그램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이중 변이 바이러스의 면역 회피 가능성을 인정하게 되면 최근 인도의 코로나19 폭증 상황도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게 된다.
주민 항체 형성 비율이 높았던 인도에서 지난 1월부터 백신 접종까지 이뤄지는 상황 속에 오히려 무서울 정도로 확진자가 늘어났지만,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혈청 조사에서만 하더라도 뉴델리 주민 2천만명 가운데 56%에서 항체가 발견돼 집단 면역 형성이 머지않았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인도 번스타인 보건연구소장인 니티아 바라수브라마니안은 "계산 작업 결과 인도의 코로나19 재확산 수치는 이들 변이 바이러스에 의해 설명이 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이런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과 주민의 방역 무신경 상황이 겹치면서 최근 확산세가 폭발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인도 정부는 아직 이중 변이 바이러스의 존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발람 바르가바 ICMR 회장은 최근 "변이 바이러스는 이따금 발생하지만, 특별히 의미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이중 변이 바이러스가 전염력·독성 확대와 관계있다는 점도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도에서는 최근 연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일일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17일 오전 보건·가족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하루 동안 23만4천692명이 새롭게 감염돼 종전 최고치를 경신했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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