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느금마'가 '너의 엄마, 창녀'라고? 혐오 위한 연구인가 [김기자의 토요일]
철학연구회 검수 거쳤다는데 심각한 결함
본지 질의에 "의도 뻔한 질문" 답변 않아
"학자 자세 아니다" 생물학계서도 비판
[파이낸셜뉴스] #. ‘느금마’는 ‘너의 엄마, 창녀’라는 모욕의 욕설이며 ‘멧퇘지’는 뚱뚱하거나 못생긴 여아나 여성을 지칭하는 비하용어이다. -윤지선 교수 논문, 각주 19번.
보겸이란 유튜버의 인사말이 여성의 성기를 가리키는 혐오표현이라고 논문에 적시하고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음에도 사과하지 않고 있는 윤지선 세종대학교 교수 논문에서 수준 이하의 흠결이 다수 발견됐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관적 판단 등을 마치 학술적 근거가 있는 것처럼 표현한 대목 등이다.
생물학계와 철학계 권위자 가운데서도 해당 논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해당 논문을 검수하고 문제가 없다며 KCI(한국학술지인용색인)급 학술지에 게재한 철학연구회는 합리적인 비판에도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17일 본지가 철학계 관계자들과 함께 윤 교수 논문 ‘관음충의 발생학: 한국남성성의 불완전변태과정의 추이에 대한 신물질주의적 분석’을 검토한 결과 중대한 결함이 다수 발견됐다.
대표적으로 남성이 일상적으로 여성혐오와 조롱의 표현으로 사용한다는 ‘느금마’라는 단어를 ‘너의 엄마, 창녀’라는 뜻의 욕설이라고 주장한 대목을 들 수 있다.
경상도 지역 방언인 ‘느금마’는 직관적으로도 ‘너희 엄마’라는 뜻 이외엔 별개의 의미를 내포하기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윤 교수는 “‘너의 엄마, 창녀’라는 모욕의 욕설”이라고 주장했다.
윤 교수에게 이렇게 표현한 근거를 물었으나 “의도가 너무 뻔한 질문이라서 답변 안 하겠다”는 말만 돌아왔다.
특히 보이루 논란 이후에도 학회와 윤 교수 모두 이 내용을 바로잡지 않았다는 점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근거 없이 한국 초등학생 남아들이 서로의 어머니를 창녀라고 부른다는 황당하고 모욕적인 주장을 학술논문에서 버젓이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철학계 한 관계자는 “여성학연구원 등의 자료조차 없고 선행연구를 참조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참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학적으로 게으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느금마를 ‘너의 엄마, 창녀’라고 규정한 선행연구는 찾아볼 수 없다.
이미 해당 논문은 유튜버 보겸의 인사말 ‘보이루’를 ‘보X+하이루’라고 적시했다 한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윤 교수와 논문을 발행한 철학연구회 측은 해당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이 확인되자 일부 수정했으나 “여성혐오 용어놀이-보이루”, “초등학생을 비롯하여 젊은 2,30대 남성에 이르기까지 여성 성기를 비하하는 표현인 ‘보X+하이루’로 유행어처럼 사용, 전파된 표현”이라는 내용을 여전히 논문에 올려두고 있는 상태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 교수는 논문에서 “한국 남아는 그들과 여아들 간의 근본적 차등성을 페니스와 구멍의 차이, 서서 소변을 보는지와 쭈그려 앉아서 소변을 보는 자들 간의 위상 차이로 감각하고 경계지음으로써 한남유충의 상태로 진화하게 된다”며 이 부분 각주를 통해 한 가지 사례를 언급한다.
각주 33번으로, “실제 만 4세 남아가 여아와 남아의 신체 구조의 차이에 대한 일러스트가 가미된 아동용 백과사전을 본 후 ‘남자는 고추가 있고 여자는 구멍만 있어’라는 말을 하였다고 한다. 또한 유치원의 성교육 시간에도 ‘남자는 고추가 있지만 여자는 없어’라고 가르친다고 한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의 출처가 어디인지는 전혀 밝히고 있지 않다. 출처를 명시해가며 논증을 엄밀히 하는 각주의 용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관련 문의에 대해서도 윤 교수는 답을 하지 않았다.
철학계 내에선 제대로 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생물학계에서 유의미한 비판이 나와 관심이 집중된다. 초파리 연구 권위자로 유명한 김우재 하얼빈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로, 15일 ‘뉴스토마토’에 실은 시론을 통해 “윤지선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다양한 학자들의 권위를 인용해, 한국 남성에 대한 자신의 혐오를 정당화하고 있다”며 “학자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합리적 의심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철학연구회를 비롯해 학계에서 제대로 된 비판이 거의 없다는 점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철학연구회는 지난 3월 19일 “본 학회는 3인 심사위원의 양심과 전문가적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낸 뒤 추가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비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김영건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제 그 유명한 논문을 읽어보았다”며 “내가 보기에는 몇몇 철학자들의 이름이 거론되었지만, 철학 논문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그냥 주간지 정도에 실릴 기획 기사”라고 비판했다.
모욕적인 평가로, 해당 논문은 본지를 포함해 격조 있는 일간지 및 주간지에 실리기엔 부적합한 수준이다.
김 교수는 이어 “이 글은 ‘지적 사기’를 떠오르게 만든다”면서 “과학의 개념을 사용하여 그 개념의 정확한 의미도 모르고 겉멋만 들어서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아마 적확할 것”이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철학과 학부 및 대학원 학생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한 졸업생은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라며 “과연 제자들이 같은 논문을 써서 왔어도 통과되었을지 의문이라, 박탈감까지 든다”고 표현했다.
이 같은 결함에도 윤 교수는 본지의 지난 보도가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내왔다. 이에 본지가 기사를 내릴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추가보도를 진행하겠다고 하자 윤 교수는 “한번 제 논문폄하 후속기사 잘 작성해보십시오”라며 “이전 기사, 후속기사를 학술지에 공개하여 박사님들과 기사 정합성 검토도 하겠다”고 전해왔다.
본 기자는 보겸이라는 유튜버나 한국 철학계, 페미니즘 운동가와 지지자들에 대한 어떠한 정해진 입장도 없이 오직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실 검토를 통해 일련의 기사를 작성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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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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