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돈 벌 수 있다더니"..'왕의 열매' 아로니아의 추락 [강진규의 농식품+]

강진규 2021. 4. 1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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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농림축산식품부를 상대로 보상금 지급을 요청하며 소송전에 돌입했던 아로니아 농가가 다시 한번 좌절했다. 법원이 2심에서도 농식품부의 손을 들어줘서다. 농민들은 한-EU FTA로 피해를 입은 만큼 피해보전 직불금을 줘야한다고 주장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농식품부는 오는 22일 올해 FTA 피해보전 직불금 신규 대상 작목을 선정해 발표한다.

 왕의 열매, 슈퍼푸드 아로니아

아로니아가 인기를 끈 것은 2013년 무렵부터다. '왕의 열매'라고 불리며 건강을 신경쓰는 소비자들에게 소구했다. 안토시아닌 등 유효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건강기능식품으로 여겨졌다. kg당 가격은 3만~4만원에 육박했다.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도 고소득 작목이라며 재배를 권유했다. 이처럼 인기가 높아지자 2013년 500곳 남짓이던 농가 수는 2017년 10배 넘게 늘었다. 

하지만 인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아로니아 시장은 빠르게 침체되기 시작했다. 가격이 1000원대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아예 경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농민들은 농사를 포기하고, 남은 아로니아는 '처치 곤란'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연합뉴스


이같은 상황에 대한 농민과 농림축산식품부의 해석은 달랐다. 농민들은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폴란드산 아로니아 분말이 대거 수입돼 국내 농가들이 피해를 봤다”며 FTA 피해보전 직불금을 달라고 주장했다. 농식품부는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의 결과일 뿐”이라며 지급을 거부했다. 

아로니아 농민들은 농식품부가 FTA 피해보전 직불금 신청을 거절한 것을 무효로 해달라는 취지로 지난 2019년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보전 직불금은 FTA로 인한 수입증가로 피해를 입은 농산물을 대상으로 지원대상 품목을 고시해 사후 지원하는 제도다. FTA 체결 이후 당해연도 평균가격이 최근 5년간 평균가격에서 최고치와 최저치를 제외한 평균가격의 90%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지원한다. 시장가격과 해당 기준 가격 차액의 9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아로니아 농민들은 한·EU FTA의 영향으로 폴란드산 아로니아 분말이 대거 수입되면서 아로니아 가격이 폭락한만큼 아로니아도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농식품부 손 들어준 법원

하지만 이같은 아로니아 농가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7일 아로니아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아로니아 농민들이 농식품부를 상대로 제기한 FTA 피해보전 직불금 지급 관련 소송의 2심 선고공판에서 법원은 농식품부의 손을 들어줬다. 

농식품부는 수입품은 분말 형태인 데 반해 국내에서 아로니아는 생과로 유통되고 있어 대체 관계가 성립되기 어렵고, 아로니아 분말 수입량이 1% 증가할 때 국산 아로니아 가격이 0.032% 하락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는 농촌경제연구원의 회귀분석 결과를 근거로 가격하락 효과도 없다고 주장했다.

농식품부는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라 아로니아 시장이 침체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건강기능식품류는 유행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공급이 과도하게 늘어난 아로니아 가격이 폭락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로니아 분말 수입량이 2018년 52톤, 2019년 31톤, 지난해 21톤 등으로 급격히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아로니아 가격 폭락은 수입 증가보다는 수요 감소의 영향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농민들은 농식품부의 설명이 잘못된 자료를 근거로 했다고 주장했다. 아로니아가 생과로 유통되더라도 실제로는 분말로 사용되고 있는 점, 가격 변동 분석에 활용한 가격과 수입량 자료가 잘못됐다는 주장 등을 피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아로니아 분말 수입량과 생과 가격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농식품부의 직불금 지급 거부 처분에도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이 없다고 봤다.

 허탈한 농민들

아로니아 농민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당초 아로니아농민들의 모임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승소를 기대하고 보도자료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최후의 보루인 항소심에서 농식품부의 위법을 농민이 모두 밝혔다고 생각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보전은 물론 2018년부터 3년간의 모든 피해발생에 대해서 즉시 치유와 보호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2심에서도 패소 판결이 나면서 농민들에 대한 보상은 이뤄지지 않게 됐다.

이런 가운데 농식품부는 오는 22일 올해 FTA 피해보전 직불금 대상을 발표한다. 작년엔 돼지고기·녹두·밤이 피해 품목으로 선정된 바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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