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밀개발로 강남 아파트 값 급락시킬 수 있다"
영국은 청년층 주거난 해결을 위해 그린벨트 활용도 추진
김원중 박사 인터뷰, "고밀개발과 공급확대 없이 집값 안정 불가능"
차학봉 기자의 ‘부동산 대란 해법’ ②무조건적 환경주의의 폐해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 환경운동과 님비즘(nimbyism, 지역 이기주의)이 결합하면서 주택·토지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 공급이 줄어들었다. 저금리와 정부 지원 등으로 주택수요는 크게 늘어나면서 수급이 극단적인 불균형을 이루면서 집값이 폭등했다.”
WJ부동산연구소 대표겸 건국대 겸임교수인 김원중 박사는 지난 2~3년 사이 발생한 세계적인 집값 급등현상은 저금리·유동성 과잉이 아니라 공급 부족이 더 근본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도 집값급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 그린벨트 해제, 토지규제 완화 등 파격적인 공급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이번 기회에 서울의 용적률을 전반적으로 상향조정하는 등 도시계획 전반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회사에서 부동산 개발 등 실무를 경험한 김박사는 외국 사례를 통해 한국 집값 안정방안을 연구해왔으며 ‘서울 집값, 진단과 처방’이라는 책을 공동집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 영국 등 외국도 집값이 많이 올랐다. 원인은?
“2010년대 들어 선진국의 주택공급은 1970년대에 비하면 절반 정도 수준이다. 반면 주택수요는 저금리와 정부의 주택구입장려 정책과 금융지원 등으로 급격하게 늘고 있다.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가 발생하면서 집값이 급등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교외의 더 넓은 집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불을 붙였다.”
◇환경보호 명분으로 한 님비즘으로 주택공급 줄어든 미국
-선진국에서 주택공급이 왜 감소했는가.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선진국일수록 환경운동과 님비즘이 결합해 주택 건설에 대한 규제가 강해졌다. 지역에 주택이 대거 공급되면 주거환경이 악화돼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님비즘이 환경주의를 명분으로 지방 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압박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지역지구제(Zoning)이다. 도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외주택단지의 경우, 일정 규모이상의 단독주택만 짓도록 돼 있다. 상당수 지역에서는 저렴하게 공급이 가능한 다세대나 아파트는 아예 건축 자체가 불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조닝규제가 인위적으로 집값을 높여 흑인과 스페인계 등 저소득 유색 인종의 유입을 막기 위한 인종차별적 규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닝 규제 자체가 서부 개척시대 철도 노동자로 미국에 이주한 중국인들의 세탁소가 백인거주지역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제도이기도 하다.”
- 환경운동과 님비즘은 어쩌면 정반대 개념일 것 같은데.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한 시민운동이 중산층 님비즘과 결합했다. 1950년대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시민 운동가들이 도시를 관통하는 고속도로 건설 저지운동에 성공하면서 환경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졌다. 환경주의자들은 교외개발이 교외확산을 초래하는 반환경적이라며 무조건적으로 개발에 반대했고 지방정부와 시의회도 결국 토지의 적절한 활용을 스스로 포기했다. 환경주의와 결합한 님비즘으로 샌프란시스코는 적정한 주택공급에 실패, 집값이 높기로 악명이 높다.
반면 조닝규제가 없는 애틀랜타는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주택공급이 잘 이뤄져 주택가격이 20% 정도 낮고, 적정한 주택가격 덕분에 기업과 고급 인력이 지속적으로 이주해 경제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내집마련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 않는가.
“미국과 영국 정부는 서민 중산층이 쉽게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정책에 치중했다.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에게 생색내기 쉽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청년, 신혼부부 등의 표심을 얻기 위해 각종 금융 지원 정책을 앞 다투어 실시했다. 이 점에서는 우리나라도 똑같다. 공급정책은 소홀히 하고 각종 금융지원에 치중한 결과 수급 불균형이 더 심화돼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미국에서는 집값 급등에 대응해서 어떤 정책을 쓰는가.
“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전역의 도시계획 규제를 완화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조달러의 인프라 지원예산을 편성했는데 이중 50억달러는 저렴한 주택건설을 방해하는 건축규제를 해제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한다. 당근정책으로 주택건설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이다.
미니애폴리스, 새크라멘토 등 미국의 일부 자치단체들이 조례를 고쳐 단독주택 전용 지역지구에 다가구 주택을 짓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미네소타의 주 정부 수도인 미니애폴리스는 대도시 중 처음으로 ’2040년 도시계획'에 따라 지역지구제를 폐지했다. 미니애폴리스 주거지역의 70%가 단독주택 전용 주거지역이었다. 미니애폴리스는 단독주택 전용 거주지역의 철폐와 함께, 환승 교통정류장 주변에 3~6층까지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주거난 해결위해 그린벨트 해제 논의 활발한 영국
-영국에서는 주택공급을 위해 그린벨트 활용문제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들었다.
“크리스티안 힐버(Christian Hilber) 런던정경대 교수는 영국의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정부의 융통성 없는 도시계획제도를 꼽았다. 잉글랜드의 5개 대도시에서 역세권에 근접해 있고 도심 접근성이 뛰어난 4만7000㏊의 나대지가 그린벨트라는 이유로 방치되고 있다. 문제는 이 나대지가 무늬만 그린벨트이지 실제는 ‘그린’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국 잡지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평균적인 주택 밀도를 기준으로 이 땅에 최소 25만호 이상의 주택을 지을 수 있는데도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야당인 노동당까지 젊은 세대를 위한 주택을 대량공급하기 위해 그린벨트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영국 정치권 역시 좌우로 갈라져 정권을 놓고 싸우는 것은 한국과 차이가 없다. 그러나 영국 노동당이 그린벨트 완화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을 보면 영국의 야당은 주거 문제를 이념이 아닌 경제문제로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국의 주택공급 확대정책은?
“영국 의회는 2015년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의 도시계획 관련 인허가를 받지 않고도 증축, 개축을 할 수있도록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020년 8월 주택 공급 제도를 쇄신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주택 공급 계획 승인을 관청에서 얻는 데 걸렸던 평균 7년의 소요 기간을, 청년 주택 등 긴급한 주택 공급의 경우에는 30개월 이내로 단축시키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또한 중소 규모의 주택 건설업체의 주택 공급을 늘려 빠른 시간에 총 주택 재고를 늘린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영국도 도시재생정책이 활발하다.
“영국에서도 도시재생정책은 실패했다고 평가받는다. 당초 영국의 도시재생 정책이 강조한 것은 지역주민을 중시하는 사회적 재생이었다. 그런데 현실 세계에서는 주민들이 도시재생사업에서 기대한 것은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물리적 공간 환경을 바꾸는 가시적인 방식을 원했다. 서울시는 영국에서도 실패한 정책을 앞뒤가리지 않고 도입해 정치적으로 이용했고 주택공급을 감소시켰다.”
-일본은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일본의 집값이 장기간 정체된 것에 대해 여러 이론이 있지만, 결국 공급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린벨트도 없어 철도를 따라 주거지역이 무한정 발전했다. 철도회사들이 철도를 개발하면서 주택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에 정부가 인프라 투자하지 않고도 교통여건이 좋은 지역에 주택단지를 대량 확보할 수 있다. 일본은 보수당인 자민당뿐만 아니라 진보라고 했던 민주당도 도심 개발에 적극적이었다. 일본은 도쿄를 동북아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도시계획을 새로 만들었다. 도시 정책을 펼 때 좀 더 큰 목표를 세웠으면 한다.”
◇강남 과밀개발하면 집값 급락가능, 용적률 규제는 강남 집값 올리기
-강남 집값이 계속 오른다. 떨어뜨릴 방법은 없나 .
“강남의 집값을 떨어뜨리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용적률을 대폭 올려, 고밀도 재건축해서 주택을 대폭 공급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집값이 오르겠지만, 결국 주택수가 늘어나서 결국 강남권 집값도 떨어질 것이다. 오히려 용적률을 일정 정도 이상 고밀개발하도록 하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개발이익을 집주인이 독차지하는게 문제라면 일정 정도의 임대주택을 짓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고밀도 재개발을 반대하는 것은 지금처럼 강남권 집값을 계속 상승시키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
-한국에서는 진보적이라는 좌파는 공급을 막고, 보수적이라는 우파는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주장한다.
“현정부에서 주택정책을 지휘했거나 주도했던 사람들은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강남권 주택 소유자들이다. 환경주의자들은 고밀개발 반대의 근거로 혼잡을 이야기한다. 수직개발하면서 녹지공간을 확보하면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다. 도심 과밀을 이야기하면서 서울 밖에 신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이 화두인 시대흐름과 정신을 거스르는 행위이다. 환경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환경주의이다. 출퇴근과 시간의 소모를 고려하면 서울을 고밀개발하는 것이 문제를 줄일 수 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건축 공약으로 인해 일부 혜택을 보는 지역 호가가 오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일시적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추가적인 공급확대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호재가 있으면 처음에는 주가가 과열됐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원래 가치로 회귀하듯이, 정부가 충분하게 공급하겠다는 게획을 상세히 알리고 실제로 그 약속을 지켜나간다면 집없는 사람들의 불안감은 누그러져 수요가 줄어들고 집값은 하락할 것이다.”
-90% 모기지 도입 주장도 나온다.
“2013년 영국의 카메론 총리가 자기 돈5%만 있으면 95%를 대출해주는 모기지 정책을 도입했다. 주택수요가 있으면 자동적으로 공급이 따라 올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공급이 따라 오지 못해 영국은 집값이 계속 급등했다. 결국 집을 사게하는 정책과 함께 주택의 대량 공급이 이뤄져야 집값이 안정된다. 보리스 존스 총리도 다시 5%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는 모기지를 도입했는데, 이번에는 건축규제를 완화하고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는 등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정책도 함께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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