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채 3개 부러질 정도로 맞아" 빙상선수들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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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 타는 자세를 잡으라고 한 뒤 스케이트 가죽 날집으로 때리는 거예요. 등, 엉덩이, 허벅지 안 보이는 데만 때려요."
또 △선수·지도자의 경직된 위계 구조 △지도자의 폭력이 성적과 메달을 위한 것으로 용인되는 문화 △대한빙상경기연맹의 무능이나 묵인 등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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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 타는 자세를 잡으라고 한 뒤 스케이트 가죽 날집으로 때리는 거예요. 등, 엉덩이, 허벅지… 안 보이는 데만 때려요."
"아이스하키 채 3개가 부러질 정도로 맞았던 것 같아요. 20분 동안 락커룸에 갇혀 맞아본 경험도 있고요."
"처음에는 빙상장에서 때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울타리를 치고, 이것도 안 되겠다 싶어서 락커룸에 들어가서 때리고…"
(빙상종목 선수들의 국가인권위원회 특별조사 면담 내용)
17일 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의 빙상종목 특별조사 결과 빙상선수들은 타 종목과 비교해 더 심각한 상태의 폭력 상황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선수 시절 폭력 경험은 신체적 상처뿐 아니라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정신적 트라우마로 이어졌다. 폭력상황에 대해 전 빙상선수는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나서야 그게 (폭력으로 인한)공황장애라는 걸 자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황장애 증상은 선수생활 내내 이어졌고 은퇴 후 대학생활하면서 환경이 바뀌니 또 심하게 왔다"며 저 뿐만 아니고 아직까지 비행기를 못타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2019년 7~8월 전체 초·중·고등학교와 대학 학생선수, 실업 선수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2019년 5월부터 11월에는 인권위 조사관과 전문 면접원이 총 66명의 빙상선수들을 심층 면접해 인권침해 사례와 원인을 조사했다.
그 결과 빙상선수들은 대학생 집단을 제외하고는 모든 폭력 유형의 피해 경험이 전체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또 상습적인 폭력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선수와 부모 모두 이를 당연시하고 익숙해진 모습이 나타났다.
한 빙상종목 선수는 "때리고 욕하는 건 그냥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풍습"이라며 "욕을 들어도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고 했다. 또 "선수와 지도자간 믿음이 있으면 괜찮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때리고 혼냈던 선생님들을 믿었기 때문에 지금도 좋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조사에 응한 빙상선수 부모는 "처음에는 놀라고 화도 났지만 맞고 나서 잘하니 넘어가게 됐다"며 "더 세게 맞은 학생들의 엄마도 가만히 있으니 참게 됐다"고 진술했다.
빙상종목 선수들은 스케이트장, 락커룸이나 연마실(정비를 정비하는 곳)을 폭력을 경험하는 장소로 기억했다. 면접에 응한 한 선수는 "주로 코치님한테 맞는다"며 "스케이트장 안에서도 맞고 연마실은 맞는 곳"이라고 말했다.
또 학생선수들은 새벽·오후·저녁 훈련 등으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은 물론 성장기 청소년에게 필요한 수면 시간도 확보하기 어려웠다. 한 학생선수는 "운동을 하려면 수업을 빠져야 하고, 다음 수업을 듣더라도 진도가 늦어져 재미가 없었다"며 "종종 후회는 되지만 그 때로 돌아가도 아마 그럴 것 같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수업과 운동을 병행하기 쉽지 않은 현실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일상화됐다"며 "이런 점이 선수들의 정신적·육체적 소진과 부상, 운동 중단 등 아동학대 수준의 인권침해를 유발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인권위는 일부 지도자들이 빙상장을 독점으로 사용하고 국가대표 코치와 선수를 선발하는 점, 실업팀과 대학특기자를 추천하는 등의 문제를 꼽았다.
또 △선수·지도자의 경직된 위계 구조 △지도자의 폭력이 성적과 메달을 위한 것으로 용인되는 문화 △대한빙상경기연맹의 무능이나 묵인 등도 지적했다. 아울러 학교 밖 '개인코치'에 대한 관리·감독 부재도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빙상선수 인권은 스포츠분야의 취약한 인권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더 심각한 상태"라며 "특히 실업선수 그룹은 전체 응답률보다 2배 정도 높게 나타나는 등 빙상종목 선수들이 각종 폭력에 심각하게 노출된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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