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연구회 이사장 다시 '공석'..2개 출연연 원장 공백 장기화 불가피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임혜숙 이사장이 임명된 지 87일 만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내정되면서 다시 수장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과학기술분야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관리하는 조직이다. 연구회는 전임 원광연 이사장이 퇴임한 이후 3개월간 공석이 이어지며 임기가 만료된 출연연의 새 원장 선임도 함께 미뤄지는 등 진통을 겪었다. 연구회 수장이 다시 공석이 되며 출연연 정책의 공백과 함께 원장 선임이 필요한 출연연들의 수장 공백 사태도 다시 발생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임 이사장을 새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했다. 연구회는 지난해 10월 20일 원광연 전임 이사장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후 신임 이사장 선임에만 3개월이 걸렸다. 연구회가 11월 기관장 후보자 3명을 과기정통부에 추천했으나 과기정통부가 두 달이 지난 1월 19일에야 임 후보자를 내정했다.
임 후보자는 그러나 내정된 지 87일 만에 물러나게 되며 3년 임기가 보장된 역대 이사장 중 가장 짧은 기간 임기를 수행한 NST 이사장으로 기록됐다. 임 장관 후보자는 15일 열린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온라인 토론회에서 “3개월간 열심히 이사장으로서 업무를 파악했다”고 말했는데 하루 만에 자리를 옮기게 됐다.
임 이사장이 장관 후보자로 내정되는 전례없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혼란이 이어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임 후보자가 후보자 기간 이사장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등도 아직 정해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연구회 이사장의 장관 내정을 전해 들은 연구회 내부도 마찬가지로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새로운 이사장을 임명해야 한다고 해도 임명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전임 이사장 퇴임이 예정돼 있었음에도 이사장 선임에 3개월이 걸렸던 전례를 보면 이번 이사장 임명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연구회 이사장은 연구회가 3배수를 정해 과기정통부에 추천하면 인사 검증 과정과 청와대 재가를 거쳐 장관이 최종 1인을 임명한다.
새 이사장 임명에는 난관이 많다. 임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과기정통부 장관이 되면 전임 이사장이 새로운 이사장을 임명하게 되는 만큼 기존에 임 후보자와 함께 경쟁했던 후보를 다시 추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이사장 임명과정에서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이 후보자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하는 등 잡음도 컸다.
전임 이사장이 된 임 후보자를 선임하는 데만 3개월이 걸리면서 연구회가 이사회를 거쳐 선임하는 출연연 원장도 공백 사태를 겪었다. 연구회 정관 13조에 따르면 이사장이 임기만료, 궐위, 사고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이사회 의장 관련 직무와 연구기관 임원 및 부설 기관장 임면에 관한 직무를 이사회 호선으로 정한 사람이 대행할 수 있다. 이사장이 없어도 출연연 원장을 선임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사장이 선임되지 않으면서 이사회는 실제로 임기 마감을 앞두고 있던 원장 선출을 진행하지 못해 수 개월간 출연연 수장이 공백인 상황을 발생시켰다. 1월 23일 임기가 끝난 6개 출연연 중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공백 두 달 만인 3월 22일,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4월 8일에야 새 원장이 선임됐다.
과거 사례에 빗대어 보면 임 후보자가 자리를 옮기며 아직 원장 선임이 남아있는 한국전기연구원과 한국식품연구원은 수장 공백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기연은 최규하 전 원장이 임기를 두 달 앞두고 1월 미리 사임하면서 원장 자리가 3개월째 공석이다. 13일 원장 후보자를 3배수까지 좁혔으나 이사장이 사라지면서 새 원장 임명이 미뤄지게 됐다. 식품연도 박동준 전 원장이 3월 28일 임기가 끝났다. 연구회가 3월 원장 후보자를 3배수까지 줄였으나 결국 원장 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이사장 인선 과정에서도 비판을 제기했던 연구노조는 이번 인사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연구노조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과학기술계의 민심을 아예 등지고 임혜숙 한 사람만을 챙겼다는 측면에서 매우 충격적이며 무책임하다"며 "임혜숙 내정자가 장관으로 적임자라고 판단했으면 지난 1월에 그토록 무리해서 이사장으로 임명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인사는 국정을 안정시키는 인사가 아니라 과학기술정책 실패를 되풀이하고 과학기술계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는 인사"라며 "문미옥 전 과기정통부 차관을 억지로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으로 임명한 것에 이어서 임혜숙 장관 내정은 문재인 정부가 과학기술정책에 관한 한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기록하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사회는 당분간 대행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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