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밀착에 다급해진 중국, 유럽 동맹국 틈새 노리기 시도
왕이, 스페인 외교장관에 "일방주의·보호주의 함께 반대하자"
中외교부, 미일 대중국 압박에 경고음.."단호히 주권 지킬 것"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일 정상이 '중국 견제'라는 목표 아래 공동 협력에 나섬에 따라 다급해진 중국이 유럽에 적극적으로 다가서며 미국 동맹국들의 대중국 포위망을 느슨하게 만들기 위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유럽 선진국들은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이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대중국 압박을 위해 유럽 재결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중국 또한 막강한 경제력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원을 앞세워 유럽에서 영향력을 늘리고 있다.
17일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전날 저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가진 기후변화 관련 화상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겨냥해 기후변화 대응이 무역 장벽의 구실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위협을 거론하면서 안보, 기술 등 전방위 분야 협력을 강조한 가운데 나왔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프랑스와 독일 정상에게 "기후변화 대응이 전 인류의 공동사업이라면서 "지정학적 흥정거리나 타국을 공격하는 표적이 되면 안 된다"며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시 주석의 이날 화상 회의는 내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0개국 정상을 초청해 기후 정상회의를 개최하기에 앞서 중국의 기후 변화 역할과 더불어 다양한 지원을 내세워 유럽 내 미국 동맹국들의 대오를 느슨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시 주석은 이날 독일 및 프랑스 정상들에게 '백신 민족주의' 반대와 더불어 미국의 보이콧 움직임에 맞서 올림픽 참가 선수들에게 중국산 코로나19 백신 제공 의사를 표명했다.
아울러 중국과 유럽연합(EU)이 새로운 발전 기회를 맞고 있다며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기업들에 대한 시장 개방도 약속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15일 아란차 곤잘레스 라야 스페인 외교장관과 통화에서 스페인이 유럽에서 중국의 중요한 협력 동반자라면서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무역 교류에서 진전을 언급했다.
왕이 부장은 "중국은 서방과 조율을 강화해 경제무역과 에너지 등 분야에서 협력, 관광과 인문 교류를 강화하며 스페인과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자 한다"면서 "중국과 스페인은 함께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를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은 지난달 말에 1주일간 유럽 순방에 나서 헝가리, 세르비아, 그리스, 북마케도니아를 방문해 미국의 패권주의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중국군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중국은 대중국 압박에 속도를 내는 미국뿐만 아니라 미국에 밀착하는 일본에 대한 강력한 경고도 되풀이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미일 정상 회담이 중국을 겨냥했다는 지적에 대해 "현재 중미, 중일 관계는 모두 중요한 시기에 처했으며 스가 총리의 이번 방문이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오 대변인은 중국이 대만, 홍콩,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문제와 관련해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지키려는 결심과 의지는 흔들림이 없다"며 미일 밀착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최근 일본 어선이 센카쿠 열도에 들어와 고의로 중국 해경 선박과 접촉한 뒤 중국이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조작해 정세 긴장을 야기하고 있다며 미일 정부가 스가 총리의 방미를 기회로 미일안보조약을 강화해 센카쿠 문제에 적용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중국은 일본의 불법 주권 침해 행위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면서 "일본은 내부 단속을 강화해 정세 악화를 막을 것을 다시 한번 엄숙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 소식통은 "일본이 동맹 결집을 통해 중국 견제에 나선 미국에 밀착함에 따라 중국은 일본을 계속해서 강력히 몰아세울 것"이라면서 "미국에는 핵심 이익은 양보할 수 없지만 나머지 분야는 대화를 통해 조율할 수 있다는 신호를 지속해서 보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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