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류준열도 꽃힌 #용기내챌린지를 아시나요?
16일 점심 자주 가던 떡볶이집에서 '용기'를 냈다. 괜한 민망함에 불쑥 내민 용기엔 평소보다 많은 순대가 담겼다. 떡볶이집 사장도 "요즘 젊은 사람들은 가끔 이렇게 용기를 준비해오더라"면서 "일회용품이나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니 좋다"고 웃어 보였다.
작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배달이 일상화되면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했다. 더불어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제품 재사용을 장려하며 폐기물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원칙)' 운동도 주목받고 있다.
'개념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용기내챌린지가 확산되고 있다. 1회용기 사용이 일상화되다보니 매장에서 그릇 용기(容器)를 내미는 것에도 '용기(勇氣)'가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한 작명이다.
작년엔 배우 류준열씨가 용기를 지참해 한 마트에서 생선을 사는 사진을 인증해 한차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설에 국민들과 진행한 영상통화에 참여한 류씨에게 용기내챌린지 참여를 언급하며 격려하기도 했다. 류씨와의 영상통화 전날 문 대통령 역시 김정숙 여사와 소래포구 시장을 방문했을 때 청와대에서 쓰던 플라스틱 용기와 장바구니를 들고가는 방식으로 용기내챌린지에 참여하기도 했다.
SNS에 #용기내챌린지를 검색하면 1000개가 넘는 '인증샷'이 잇따른다. 분식부터 빵, 냉면, 치킨, 피자, 아이스크림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대부분 용기내챌린지 참여자들은 "무슨 용기를 들고 가야 할지", "사장님이 귀찮아하지는 않을지" 등의 고민을 하고 있었다.
최근 조모씨(26)씨도 짜장면집에 용기를 들고 가 짜장면과 탕수육을 담아왔다. 조씨는 "작년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나서 배달을 많이 시켜 먹다 보니까 일회용품이 너무 많이 늘어나서 마음속 찝찝함이 있었다"며 "작년 장마가 유난히 길었을 때도 '장마가 아니라 기후 위기'라는 말을 봤는데,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환경보호가 중요하다는 게 실감 났다"고 밝혔다.
신촌에 사는 강모씨(27)씨 역시 코로나19로 배달을 많이 이용 하다 보니 쌓이는 일회용품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강씨는 "취업 준비를 하고 있어서 카페에 가서 공부하는 일이 많은데 카페에 갈 때는 가능한 텀블러를 이용하려고 노력중"이라며 "최근에는 환경단체에 후원금을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업계도 이같은 MZ세대의 소비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계에서도 MZ세대가 관심을 기울이는 친환경과 관련한 캠페인 등을 많이 진행하려고 시도중에 있다"며 "실제 MZ세대에게는 친환경 캠페인을 진행했을 때 반응이 제일 빨리 오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각종 프렌차이즈 카페는 2018년부터 텀블러를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할인을 해주는 혜택을 제공해왔다.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 중에선 제로웨이스트·무포장을 컨셉으로 한 '무포장 가게'도 등장했다. '용기내요 무포장가게 네트워크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따르면, 무포장 가게는 일회용·플라스틱 과대포장을 유통과정에서 제한하고, 소비자가 용기를 가져와 포장 쓰레기를 줄이는 행동을 환영한다. 이들은 '용기내요 무포장가게 네트워크 프로젝트'로 연결돼 '무포장가게'들을 널리 알리고 더 많은 무포장가게들이 확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6일 방문한 성수동에 있는 제로웨이스트 가게 '더피커'에는 각종 곡물과 파스타류가 각각 통에 담겨 있어 미리 준비해둔 용기에 필요한 만큼 덜어 구매할 수 있다. 용기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고객들을 위해 다른 고객들이 기부한 재활용 용기도 구비돼 있었다.
이 외에도 포장을 최소화한 친환경 비누·칫솔·재생지로 만든 노트 등 생활용품들이 진열돼있다. 평일 오후라 가게 안은 한산했지만 '더피커' 관계자는 "손님들이 꾸준히 관심을 갖고 방문한다"며 "특히 주고객층은 20대 여성분들"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MZ세대의 소비 트렌드 중 하나인 '미닝아웃(Meaning Out)'과 연관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닝아웃'은 소비자 운동의 일종으로서 정치적·사회적 신념을 소비를 통해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가 제로웨이스트 운동 등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것은 '미닝아웃' 소비 현상"이라며 "특히 정의·공정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2030이 다른 세대와는 다른 소비 패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예전에도 환경 보호 운동 등이 있었지만, SNS 등이 발달되지 않아 지금과 같은 현상이 생기지 않았던 것"이라며 "지금은 자신이 사회에 좋은 일을 하면 널리 널리 알리고 서로 동참을 격려하는 사회적·환경적인 여건을 다 갖췄다"고 말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1derlan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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