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장 눈치보기?..무용지물 된 높이관리 기준

김영록 2021. 4. 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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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부산시는 '도시경관 관리를 위한 부산시 높이관리 기준'을 발표했습니다.

먼저 지난 2월 열린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일부 위원이 기준안 도입을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부산시는 "도시계획위원회 등에서 해당 기준이 심의에 대한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우려가 제기돼 내부검토용으로 활용하기로 했다"는 입장입니다.

부산시는 그런 우려는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며 높이 관리 기준도 내부 검토 수준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도시기본계획 등에 반영하는 등 제도화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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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초고층 빌딩이 줄지어 서있다. 자료화면

■경관 사유화 잇따른 부산…높이 관리 기준 수립

지난해 12월, 부산시는 '도시경관 관리를 위한 부산시 높이관리 기준'을 발표했습니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가 2019년 6월부터 장장 1년 반 동안 4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마련한 기준안입니다.

전국 최초로 '뷰콘 관리' 방식을 도입한 것이 핵심입니다. 뷰콘 관리는 부산항 전망대 등 부산 지역 조망점 8곳에서 삼각형의 포인트를 지정해 해안 경관을 보는 데 지장이 없도록 건물 높이를 제한합니다.

지역에 따라 건축물 높이도 차등화하는데, 산지나 해안가 주변은 높이를 규제하고 도심지역에는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바다와 산을 끼고 있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부산. 해안가와 산지에는 언제부턴가 이런 절경을 독차지하려는 초고층 건물이 잇따라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주변 경관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난개발이 이어졌습니다. 새롭게 만든 기준안은 이런 난개발을 막을 대안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내부 검토용 전락…심의 영향 없어

그런데 어렵게 만든 이 기준안은 쉽게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먼저 지난 2월 열린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일부 위원이 기준안 도입을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반대 의견을 밝힌 위원은 부산시 도시 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고위 간부 중 한 명인데요.

이 위원은 높이 관리 기준을 곧바로 적용하면 현재 진행 중인 재개발 재건축 사업에 대한 재산권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용역 중간 보고회 때도 부산시의 다른 간부가 "조망권을 소유권보다 앞세우는 건 독재"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부산시는 결국 기준안을 내부검토용으로만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내부 검토용이라는 말은 해당 기준이 도시계획위원회 등의 정식 기준으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위원회 상정 전 부산시 담당 부서에서 재개발 재건축 등 관련 안건이 이 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용도로만 쓰이는데요. 도시계획위원들이 검토 결과를 확인하기는 하지만 심의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부산시청 전경. 자료화면

■"기준 제대로 작용할지 우려"

이렇게되면 높이 기준은 강제성이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입니다. 애초 이럴거면 왜 4억 원이라는 거액의 예산까지 투입해 기준을 만들었냐는 비난이 쏟아집니다.

부산시는 "도시계획위원회 등에서 해당 기준이 심의에 대한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우려가 제기돼 내부검토용으로 활용하기로 했다"는 입장입니다.

기준안을 만든 교수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권태정 동아대 도시계획공학과 교수는
"좋은 말로 하면 독립성이지만 나쁜 말로 하면 작위적인 기준이 되는 것"이라며 "심의위원 개인적인 의견에 따라 건물 높이가 좌지우지된다."고 비판했습니다.

권 교수는 또 "우리가 제시한 기준이 제대로 작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바뀐 시장 눈치 보기 지적도

최근 부산시장이 바뀌면서 도시 정책 기조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만큼 눈치 보기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박형준 부산시장의 부동산 정책은 재개발 재건축 기간 단축 등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요.

이에 앞서 부산시는 도시개발에서 '공공성'을 강조해 왔었습니다. 높이관리 기준뿐 아니라 총괄건축가 제도 등 다른 정책도 새로운 부산 시정에서는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그런 우려는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며 높이 관리 기준도 내부 검토 수준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도시기본계획 등에 반영하는 등 제도화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안일규 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은 "건축의 공공성을 위한 여러 정책과 기조를 시장이 바뀌었다고 폐기 수순을 밟는 것은 부산시 차원의 건축 정책이 무의미해지는 것으로 시의회가 감시ㆍ견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영록 기자 (kiyur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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