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진단 키트, 그럴듯 하지만..
'힘이 없다'는 애매할 뿐만 아니라 매우 범위가 넓은 다양한 증상을 포괄하는 표현이다. 우울증에 수반하는 무기력부터 어지러움, 탈수, 두통, 근육통 그리고 타박상으로 발생한 통증까지 모두 '힘이 없다'고 표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따라서 환자가 '힘이 없다'고 호소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의료접근성이 탁월한 장점과 짧은 진료시간이란 단점이 동시에 존재하는 한국의 의료제도에서 항상 그런 태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간단히 설명하면 저수가와 행위별 수가제에 기반 한 한국의 의료제도는 큰 부담 없이 우수하고 전문적인 의료진을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환자 1명에 주어지는 진료시간이 짧은 단점이 있다. 또 이 두 가지는 빛과 그림자처럼 밀접하게 연관하여 장점만 취하고 단점을 버리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래서 '힘이 없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혈액검사와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영상의학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일단 입원시켜 경과를 관찰하는 판단을 내릴 때가 많다.
다만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한 후에는 '힘이 없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입원할 때도 코로나19 확진검사,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시행하여 음성을 확인한다. PCR 검사는 아무리 빨라도 3-4시간 이상이 필요하며 자체적으로 PCR 검사를 시행할 수 없어 업체에 위탁하는 중소병원에서는 12~24시간 뒤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신속항원검사, 흔히 말하는 '간이진단키트'는 30분 후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 언뜻 생각하면 발열이나 호흡곤란 같은 심각한 증상이 없고 단순히 '힘이 없다'고 호소하는 환자에게는 비싸고 긴 시간이 필요한 PCR 검사보다 짧은 시간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가 적절한 듯하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위와 같은 상황에서 신속항원검사 대신에 PCR 검사를 고집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신속항원검사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덧붙여 신속항원검사는 단순히 정확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잠재적인 재앙을 일으킬 가능성이 다분하다. 왜냐하면 민감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민감도와 특이도는 검사의 정확성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기준이다. 간략하게 설명하면 민감도는 질병에 걸린 사람을 놓치지 않을 확률을 의미하고, 특이도는 질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을 질병에 걸렸다고 오진하지 않을 확률을 의미한다. 그래서 민감도가 낮은 검사는 실제로 질병에 걸린 사람을 진단하지 못하고 놓칠 위험이 있고 특이도가 낮은 검사는 질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을 환자라 오진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힘이 없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입원하기 전,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힘이 없다'는 호소가 코로나19의 초기 증상에 해당해도 신속항원검사에서는 꽤 높은 확률로 음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신속항원검사의 음성 결과를 믿고 환자를 입원시키면 자칫 심각한 원내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신속항원검사를 학교, 기숙사, 군대 같은 기관에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감염자를 찾으려 사용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앞서 말했듯, 신속항원검사에서는 실제로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도 음성으로 나올 위험이 있다. 지금까지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신속항원검사를 자가진단 목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을 때, 질병관리청과 많은 전문가가 반대한 것도 그런 문제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전, 보궐선거로 선출된 서울시장이 '서울형 상생방역'이란 멋진 이름과 함께 신속항원검사와 같은 방식의 '간이진단키트'를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노래방 같은 업종에서 간이진단키트를 사용하여 음성인 사람만 수용하면 방역과 경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 멋진 주장을 실행하면 윗글에서 살펴본 '간이진단키트'의 단점 때문에 무시무시한 집단감염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정치인으로 민생을 걱정하는 마음에는 깊이 공감하지만 방역과 같은 중요한 문제를 다룰 때에는 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에디터 코메디닷컴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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